[노케미족 시대]⑦ 10년이 지나도 립스틱 색이 그대로인 이유?..방부제 파라벤의 진실

배정원 기자 2016. 8. 18. 12: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립스틱을 고른다면 ‘탈크’와 ‘파라벤’ 성분은 반드시 피해야임산부, 청소년은 가급적이면 립스틱 바르지 않는 게 좋아

전문가들은 입술은 얼굴에서 가장 피부층이 얇고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어 립스틱의 성분이 흡수되기 쉽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립스틱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경기가 어려워 소비 심리가 위축될 때 작은 투자 혹은 소비로 큰 만족감을 주는 상품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많은 여성이 립스틱 효과를 즐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본래와는 조금 다른 립스틱 효과로 자기만족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가의 수입 브랜드 가방은 들지 못해도 같은 브랜드의 립스틱을 쓰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샤넬이다. 그러나 이 샤넬 립스틱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석면 베이비 파우더’로 홍역 치른 ‘탈크’가 샤넬 립스틱에

화장품 성분 분석 업체인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에 따르면 샤넬의 ‘루쥬 알뤼르(136 멜로디우스)’에는 14가지 유해성분이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성분은 탈크다. 탈크는 발암물질인 석면의 일종으로, 2009년 존슨앤존슨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되면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식약청은 120개 제약업체, 1122개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하도록 했다.

샤넬의 ‘루쥬 알뤼르’/사진=샤넬 제공

안지현 AnG클리닉 원장은 “탈크는 국제 암 연구 기관이 ‘발암 의심 물질’로 구분한 성분”이라며 “석면이 없는 탈크인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섬유형 탈크인지 구분할 수 없어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석면이 없는 탈크는 비발암성 물질로 분류된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단체들은 1990년대초 탈크를 사용한 모든 화장품에 발암위험성 경고 표시를 할 것을 주장했다.

샤넬 화장품 관계자는 “탈크는 립스틱의 부드러운 발림성과 흡수력을 위해 사용된 성분으로, 과거 문제가 됐던 석면 물질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탈크는 샤넬의 루쥬 알뤼르 외에도 로레알파리 ‘블로썸 카레스 쿠션 틴트’, 아리따움 ‘립커버 컬러틴트’, 토니모리 ‘키스러버 립스틱’, 더히스토리오브후 ‘공진향 미 궁중동안 립밤’, 삐아 ‘라스트 립 펜슬’, 아임미미 ‘아임 립스틱’, 쓰리컨셉아이즈 ‘립 컬러’, 에스쁘아 ‘립 프린팅’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총 178가지의 립스틱, 립틴트, 립글로스에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여성은 하루 평균 24mg의 립스틱을 바르며 이 중 일부를 먹거나 흡수해 평생 최고 3kg가량의 립스틱이 몸에 들어온다. 특히 입술은 얼굴보다 피부층이 얇고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어 입술에 묻은 립스틱은 다른 곳에서보다 흡수가 더 잘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화장품보다 립스틱의 성분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립스틱의 전성분에 파라벤이 들어있는지 반든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사진=조선DB

◆ 10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방부제 립스틱’

일반적인 립스틱의 유통기한은 개봉 전에는 약 3년 정도, 개봉 후에는 1년이다. 그러나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절반 이상이 립스틱의 유통기한 보다 2~3년 더 써본 적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십년이 훌쩍 지난 립스틱도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다며 사용하는 소비자도 종종 있다. 립스틱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갔기에 십년이 지나도 색과 모양이 변하지 않는 걸까.

립스틱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해성분 중 하나는 방부제인 파라벤 성분이다. 홀리카홀리카 ‘프로 뷰티 키써블 립스틱’, 토니모리 ‘쁘띠 바니 글로스 바’, 미샤 ‘글램 아트 루즈’, 에띄드하우스 ‘반밤 컬러 틴트’, 스킨푸드 ‘생과일 립 앤 치크’ 등에는 부틸파라벤, 에칠파라벤 등의 파라벤 성분이 들어있다.

특히 10대 소녀에게 인기인 페리페라의 ‘페리스 틴트 워터’에는 메칠파라벤, 부틸파라벤, 에칠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프로필 파라벤 등 총 5가지의 파라벤 성분이 들어있다.

페리페라의 ‘페리스 틴트 워터 5호 딸기쥬스’의 성분/사진=화해 제공

파라벤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유방암 등 호르몬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어린 여성의 성조숙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청소년 용품에서는 파라벤의 허용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나나 사단법인 에코살림 대표는 “파라벤이 특히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과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진짜 호르몬처럼 행세한다. 임신한 여성의 체내로 파라벤이 들어오면 태아에게 생식기 기형이 일어나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 레이트만 UC버클리 교수는 “파라벤이 유방암 세포에 있는 에스트로젠의 성장 효과를 모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를 입힐 정도의 효력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런데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다른 약물과 파라벤이 조합하는 경우에는 예상을 벗어날 수 있다”고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파라벤의 종류는 크게 11가지다. 유럽에서도 5~ 6년전까지 아무런 규제 없이 사용됐는데 지금은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소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페닐파라벤, 벤질파라벤, 펜틸파라벤의 5종류는 유럽연합에서 이미 수입제외 대상으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립스틱을 사용하면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립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면 가급적 펄이 없고 색이 연한 립스틱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자극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귀가 후에는 깨끗이 닦아서 입술에 립스틱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립스틱을 지울 때는 입술 전용 리무버를 사용하면 좋은데, 화장 솜에 리무버를 묻힌 후 입술 위에 5초 정도 올려놓았다가 살살 닦으면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 입술을 팽팽하게 만들어 세로의 주름 속까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닦아야 립스틱의 잔여물을 모두 지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