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올뉴 말리부 1.5T, '거꾸로 타는' 터보

2016. 8. 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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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양주라는 지명이 있기 때문에 남양주가 있고, 대방동이 있기 때문에 신대방동이 있다. ‘터보(turbo)’는 터보가 없는 엔진, 즉 자연흡기가 있기 때문에 터보가 존재한다. 원래의 터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연흡기 기관으로는 부족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터보차저가 개발 돼 장착 됐고, 스포츠카 같은 역동성을 추구하는 차량에 주로 쓰였다.

그런데 최근 ‘터보차저’에 완전히 다른 각도로 접근한 쓰임새가 생겨났다. 일명 다운사이징이다. 동일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끄집어 내기 위함이 종전의 터보였다면 다운사이징의 터보는 적은 배기량으로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퍼포먼스를 얻기 위해 존재한다. 

2016년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존재로 떠오른 쉐보레 '올뉴 말리부'의 제품 라인업을 보자. 1.5 터보, 2.0 터보 그리고 하이브리드만 있다. 향후 라인업이 추가 될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1.5T, 2.0T를 주력으로 삼았다. 적어도 말리부에서의 터보는 자연흡기의 파생모델이 아니라 다운사이징 된 주력 모델이다. 결국 말리부 1.5터보는 자연흡기 2리터 엔진에, 말리부 2.0터보는 자연흡기 2.5리터 모델에 대응하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이 공식은 ‘말리부 1.5 터보’의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터보라서 가진 것들

신형 ‘말리부 1.5T’의 외형은 2.0T와 똑같다. 엔진의 차이로 2.0T의 공차중량이 70kg이 더 나가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 70kg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심리적인 영향일 수도 있겠으나 1.5T의 움직임은 한결 가볍다. 준중형 세단의 날렵함이 1.5터보에서는 느껴진다. 

움직임이 가볍다고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준준형의 궤적을 생각하고 움직이다 가는 큰코다친다. 말리부의 전장은 4,925mm로 현대차 그랜저(4,920mm)보다 길다. 기존 말리부와 비교해도 전장은 60mm, 휠베이스는 93mm가 커졌다. 운전석 문짝을 열어보면 흡사 문짝 2개 달린 쿠페의 그것처럼 길고 넓적하다. 

원래의 터보는 고속 주행시 그 효과가 나게 돼 있다.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고 여기서 얻은 회전력으로 공기를 압축시켜 실린더에 보내는 구조인데, 정작 실린더 안은 폭연(폭발적인 연소, 디토에이션)를 막기 위해 압축비가 낮게 설정 돼 있다. 엔진이 저부하 상태라면 오히려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말리부는 어떤 묘안을 썼을까? 

말리부 1.5T의 터보는 최대토크가 25.5kg.m인데 2,000에서 4,000rpm 사이에서 발현 된다. 그런데 훨씬 폭넓은 1,500~5,0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의 90%가 터져 나온다. 출발부터 굼뜨지 않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 갑작스럽게 힘을 내야 할 때가 아닌, 일상적인 쓰임새에서 매우 폭넓게 터보가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 돼 있다. 

한국지엠의 제품홍보 담당자는 “예전의 터보는 예열과 후열이 필요했지만 말리부의 터보는 급출발만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조건에서 구실을 하게 됐 있다. 효율과 내구성이 충분히 확보 되면서 가능해진 터보 시스템이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말리부의 터보는 철저하게 효율 향상을 위해 도입 된 장치다. 최대출력 166마력(5,400rpm)은 분명 터보를 달았기에 가능한 스펙이다. 엑셀을 충분히 밟으면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는 맛도 터보가 주는 만족감 그대로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펀치력 보다는 일상주행에서의 경쾌한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고배기량 자연흡기’의 대체재라는 임무에 충실한 편이다.

▲터보이면서 버린 것들

‘터보’가 붙은 차들이 습관처럼 달고 다니는 몇 가지 액세서리가 있다. 스티어링을 영문자 D모양으로 처리한다든지, 핸들 뒤쪽에 패들시프트를 다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신형 말리부에는 이런 게 없다. 외관 디자인에도 퍼포먼스를 상징하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그 흔한 주행 모드 선택 기능도 없다. 변속기에는 토글 스위치를 달아 수동변속기 기능을 담당하게 했다. 쉐보레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평소 운전에서 주행 모드 선택 기능을 얼마나 쓰는 지, 또 수동 변속기는 얼마나 활용하는 지 개발 과정에서 조사를 했다. 생각보다 그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그 장치를 위해 센터콘솔 공간을 희생하기보다는 컵홀더를 좀더 넉넉하게 배치하자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긴 스포츠 주행을 하고 싶으면 킥다운을 쓰면 되고, 변속기의 로우 기어(L)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로우 기어(L)에서 작동하는 수동 변속 장치는 기어노브의 상단부에 토글형으로 부착 돼 있다.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반대급부로 기어노브 우측으로 큼지막한 컵홀더 공간 2개를 확보했고, 그 뒤로 스마트폰 무선충전 포트를 배치할 수 있었으며, 센터콘솔은 한결 깊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기어노브를 앞뒤로 움직이며 수동변속기 맛을 내던 재미는 말리부에서는 추구할 수 없다. 자연흡기에서 뻗어 나온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개념이 말리부에는 처음부터 없었다. 배기량 2,000cc에 대한 미련은 일찌감치 떨쳐버리라고 말리부는 외치고 있다.

다운사이징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역시 효율이다. 올뉴 말리부 1.5T가 확보한 복합연비 13.0km/l(16, 17인치 타이어 장착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19인치 타이어(복합연비 12.5km/l)를 장착했지만 연료 게이지가 딱 절반을 가리킬 때 주행 총 거리가 400km에 달해 있었다. 트립 컴퓨터가 계산한 평균 연비는 11.8km/l, 주행 가능 거리는 409km였다.

▲아낌없이 쏟아 부은 편의장치

쉐보레 브랜드는 신형 말리부로부터 변화가 시작 된다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고, 과분할 정도의 편의-안전장치가 장착 돼 있다. 당장은 과하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향후 대세가 될 사양들이라 아낌없이 쏟아 부은 모양이다. 

기능면에서는 어떨까? 딱 보조자의 구실을 할 정도다. 온전히 믿고 맡길 프리미엄급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운전자에게 집중 될 피로도를 나눠 가질 정도의 구실은 해낸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장거리 주행시 오른발에 집중 되는 긴장감을 많이 해소해 준다. 

시속 60km 이상에서 작동하는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은 차가 주행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묵직한 힘으로 핸들을 잡아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차가 차선을 벗어날 위험이 감지 될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차는 기준 차선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뒤따르는 차에서 보면 영락없는 졸음운전이다.

전방충돌 경고시스템은 운전자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강한 경고음을 낸다. 운전대 앞 대시보드에서는 붉은 광선도 번쩍인다. 야간 운전에서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일 때(야간에는 후미등 때문에 제동등 감지력이 떨어진다), 강하게 울려온 경고음이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했다. 그런데 이 경고음은 입체교차로에서 램프를 타고 본선으로 합류할 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앞차를 보고도 울렸다. 너무 부지런한 탓인가? 자동주차 보조시스템도 있지만 100% 성공률을 보이지는 못한다.

미국지엠에서 개발을 주도한 만큼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 되지 않은 설정들도 있다. 운전을 마치고 차문을 잠그면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기능은 시스템 설정에서 변경을 해줘야 작동하고, 라디오의 볼륨을 조정하거나 음원 파일의 트랙을 바꾸는 스위치는 운전대 뒤쪽에 붙어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포트는 홈의 크기가 작아 갤럭시 S7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갤럭시 노트7은 들어가지 않는다.

커넥티드 기능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쉐보레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장형 전용 내비게이션을 8인치 고해상도 풀컬러 스크린에 구현한다. USB로 연결하면 애플 카플레이를 구동시킬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미국 안드로이드에서는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구글과의 협의가 교착상태라 현재로서는 원활하지 않다.

9개의 고성능 스피커와 대용량 앰프로 구성된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에 앉으면 에어컨 바람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빼어난 정숙성과 잘 어울린다.

말리부 1.5 터보의 가격은 LS가 2,310만 원, LT가 2,607만 원, LTZ가 2,901만 원이다. 참고로 2.0T는 LT 프리미엄팩 2,957만 원, LTZ 프리미엄팩 3,18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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