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된 '짱콩'

2016. 8.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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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O 2016 리우올림픽]장혜진 女양궁 개인전 金 2관왕.. "4등 꼬리표 4년만에 날렸어요"
[동아일보]
金빛 미소 나는 ‘짱콩’! 장혜진의 등 뒤에는 ‘짱콩’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원래 별명은
‘땅콩’이었지만 땅콩 중에서 최고가 되라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말 그대로 진정한 짱콩이
됐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의 주장 장혜진(29·LH)이 늦었지만 가장 큰 꽃을 피웠다.

장혜진은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흐를 세트 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4년 전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씻었다. 장혜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갈 여자 대표팀 3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4등을 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8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첫 2관왕이 되면서 별명 ‘짱콩’처럼 최고가 됐다. 장혜진은 키(158cm)가 작아 어릴 때부터 ‘땅콩’으로 불렸다. 그러다 기왕이면 땅콩 중에 최고의 땅콩이 되라는 의미로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 ‘짱콩’이다.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무지갯빛 솜사탕 같은 맛”이라고 소감을 말했던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의 맛을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 맛”이라고 했다. 장혜진은 리우에 도착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먹었을 만큼 초코파이를 좋아한다.

● 늦게 피어 더 아름다운 神弓… “개인전 金은 초코파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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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을 따낸 장혜진(오른쪽)과 기보배가 응원 온 교민과 동료 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장혜진의 금메달로 한국
양궁은 12일(현지 시간)까지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 중 3개를 가져왔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2연패에 도전했던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는 4강전에서 장혜진에게 3-7(25-19, 24-27, 24-27, 26-26, 26-28)로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6-4(26-25, 28-29, 26-25, 21-27, 30-25)로 눌러 동메달을 차지했다. 3위 결정전에서 4세트 두 번째 화살이 3점을 기록한 기보배는 “올림픽에서 3점을 쏴 보기는 처음”이라며 “전반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기량을 제대로 못 펼친 게 아쉽다. 개인전 2연패를 생각하긴 했지만 올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을 어느 정도는 비웠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6위 장혜진의 개인전 금메달은 예상 밖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 3명 중 장혜진의 랭킹이 가장 낮다. 최미선(20·광주여대)은 1위,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3위다.

장혜진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대표팀 막내 최미선이 고교 1학년 때 단 태극마크를 장혜진은 23세 때인 2010년에야 달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국대회에 나갈 실력도 못 됐다. 같은 학년인 기보배가 2002년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할 때 장혜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선수였다.

게다가 중학교 때는 양궁 선수에게 치명적이라는 클리커병이 찾아와 날마다 울고불고 한 적도 있다. 클리커병은 양궁 선수들이 자신감 부족이나 다른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위를 놓지 못하는 일종의 불안 증세다. 옆에서 보다 못한 가족들은 양궁을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장혜진은 “‘내가 양궁에 소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양궁이 싫었던 적은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양궁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에 뽑혔다 말았다를 반복하던 장혜진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이해 장혜진은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개인전 1위에 올랐고,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런던 올림픽 대표팀 탈락으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장혜진은 “진짜 바보 같고 아쉽다. 다 잡은 기회를 놓쳐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장혜진이 올해 4월 19일 끝난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한 후배 강채영(20·경희대)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며 눈물을 흘린 것도 ‘4등 탈락’이 주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혜진은 “‘4등 탈락’이라는 꼬리표가 4년 동안 따라다녔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그런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돼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대표팀 1진은 아니었다. 평소 양궁 남녀 국가대표는 각각 8명이지만 주요 국제대회에는 1진 3명이 출전한다. 이 때문에 장혜진은 2015년 9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때 1진들과 함께 브라질에 가기는 했지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장혜진은 그날그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올림픽 때는 꼭 내가 이 자리에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

‘4등 탈락’ 후 장혜진의 슬럼프가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 때문이다. 장혜진은 개인전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 남녀 대표팀 6명 중 나이가 제일 많지만 무게를 잡지 않고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 늘 앞장섰다. 태릉선수촌 훈련장에 웃음소리가 잦았던 것도 장혜진 때문이었다. 장혜진은 표정 모사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46)은 “혜진이는 남자 대표팀 구본찬과 함께 팀 분위기를 살리는 재주꾼”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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