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가계대출이 지탱하는 부동산 시장의 그늘

김순환 기자 2016. 8. 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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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택) 시장의 ‘찜찜한 활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활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지만 가계대출, 청약경쟁률, 기존 아파트 매매 급증 등 시장 곳곳에서 소리 없는 열기가 이어지고 있지요. 대출 규제와 보증 강화에도 가계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의 주택 관련 대출은 당연하다는 듯이 늘고 있습니다.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7월 말 673조7000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월 말 506조6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7월에만 올 들어서 최대인 5조8000억 원이 늘었다네요. 기타대출 잔액(마이너스통장 등 )도 6월 말 기준 165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요.

부동산 시장을 거시적 안목에서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은 이미 사상 최대치를 돌파한 주택담보대출의 지속 증가와 매매거래량 급증에 대해 꺼림칙하게 해석합니다. 2006∼2008년 시기와 닮아가고 있기도 하거니와 2019년 이후 수요가 급감하는데 주택공급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두 지수가 활황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신규아파트의 높은 청약 경쟁률과 기존아파트 매매거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식지 않은 신규아파트 청약경쟁률의 경우 버블(거품) 우려의 소리가 나올 정도지요. 올해 1분기 대구와 부산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35.6 대 1, 25.6 대 1이었습니다. 수도권의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신규아파트 대부분의 청약경쟁률도 수십 대 1이었고요.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모두 1만4392건에 달했습니다. 서울시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한 달 거래량으로 역대 네 번째로 많다네요. 더구나 휴가철 비수기인데도 말입니다. 7월 거래량은 부동산 시장이 버블로 치닫던 시기(2006년 12월 1만5531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동산 시장 버블의 정점인 2007∼2008년 상반기에는 거래량이 예상보다 적었지요.

부동산 시장 단순 지표로만 보아서는 불편한 활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늘이 엿보입니다. 올해 1분기(1∼3월) 주택 분양이 이뤄진 전국 38개 시·군·구의 초기계약률(6개월 이내 계약률)은 예상보다 저조합니다. 10곳 중 4곳이 평균 70%를 밑돌았기 때문이지요. 이는 6만여 가구에 이르는 미분양 주택이 증거입니다. 비수기인 7월 매매거래량 급증도 이른바 하우스푸어(대출받아 집을 산 가난한 이들)들의 ‘기회가 왔을 때 팔자’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활황은 ‘대출받아 집을 산’ 누군가의 빚이 지탱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활황의 증거가 많이 나올수록 불황의 시기가 가까워진다는 논리를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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