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시각각]'알라는 위대하다'는 뜻만이 아닌 "알라후 아크바르"
[경향신문] 엊그제 이집트 카이로대학교 교수를 만나서 한국인이 아랍인을 잘 모르는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아랍인들은 자신이 한 말을 한국인이 어떤 상황에서 받아들일지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아랍어는 한국어와 달라서 수사법이 매우 발달했다. 아랍어 문법은 낱말의 구조와 통사적 구문에 초점을 두지만 아랍어 수사법은 대화 상황에 따른 구문의 ‘의미’를 찾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랍인들은 이런 수사적 의미를 넘어서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기도 한다. 아랍인들은 서로 친해지고 관계가 깊어지면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비유적인 의미를 사용한다. 아랍어 신문에서도 낱말이나 문장의 직접적인 의미가 아닌 수사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비유적인 의미를 한국인이 이해하려면 아랍인과 살아본 오랜 경험이나 아랍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국내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아랍어 중에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말이 있다. 이슬람국가(IS) 등에 동조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유럽에서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 말을 외쳤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 6일 벨기에 남부 샤를루아 경찰서 앞에서 경찰을 공격한 괴한도 이 말을 외쳤다고 한다. 지난 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100만명 이상이 모인 친정부 집회 행렬에서도 “알라후 아크바르”가 들려왔다.
한국의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 말을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번역한다. 그런데 이 말은 상황과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무슬림들이 매일 기도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알라후 아크바르”는 알라가 모든 피조물보다 위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축을 도살할 때 무슬림들이 “비스밀라,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하기도 한다. 이때의 의미는 알라가 인간에게 동물을 다스리도록 했으니 인간이 알라의 대리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무슬림들이 권력자에게 맞선 시위 중에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면 이때는 시위 군중과 알라가 함께한다는 의미다. “우리 인간은 모두 연약하다. 정부가 우리를 짓밟는 것을 보라. 너희들보다 더 강한 분이 알라”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반면 IS나 그 동조자들이 이 말을 외칠 경우에는 “진리는 우리 편이다. 샤리아(이슬람 성법)를 시행하지 않는 무슬림들과 비무슬림들에게는 진리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몇년간 무슬림들의 식품과 관련된 규정인 ‘할랄’이란 말도 한국 언론과 정부 자료에 자주 언급됐다. ‘할랄 푸드’가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각광받는 것 같기도 했다. 언론 기사에 나오는 할랄은 ‘허용되다’ 또는 ‘허용된’이란 뜻으로 풀이됐다. 할랄은 동사 ‘할라(halla)’의 명사형으로, 사전적인 의미는 ‘허용’이며 ‘하람(금지)’의 반대말이다. 그런데 할랄 푸드와 관련될 경우 이런 사전적인 의미로는 불충분하며 할랄에 대한 이슬람법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슬람법에서 할랄은 금지의 매듭(규정)이 풀려서 인간에게 허용되는 것으로서, 율법 제정자가 허락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먹고 사용하는 제품을 뜻한다”는 언론들의 설명은 불충분하다. 이슬람법은 광물, 식물, 동물 등을 할랄과 하람으로 각각 나누어 설명하며 할랄과 하람은 세상의 문제, 종교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 단순히 음식과 음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술, 마약, 의복, 주택, 혼인과 가족생활(부모와 자녀, 부부관계), 신앙과 공공생활(전매, 오락, 무슬림과 비무슬림과의 관계, 사회생활) 그리고 종교의식(청결, 기도, 구빈, 금식, 순례) 등 다양한 주제들과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할랄을 식품으로만 풀이하면 이해가 모자랄 수밖에 없다. 만일 얄팍하고 모자란 이해로 아랍·이슬람 세계와 통상이나 교류를 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공일주 카이로대학교 방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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