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가정용 전기 누진요금제, 얼마나 끌고 갈 수 있겠나

2016. 8. 10. 14: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완고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하는 브리핑을 했다. 요지는 "전력 대란의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택용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요금을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산업부의 입장대로라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개편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은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산업부의 브리핑 내용을 보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채희봉 실장은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조차 못 트는 가정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고 일축했다.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요금이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전기요금과는 너무 큰 괴리가 있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는 더위를 참기 어려울 때만 에어컨을 가동했는데도 30만 원의 요금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다. 아마도 다른 가전제품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큰 변동이 있을 것인데 산업부의 추정치는 누진제를 옹호하기 위한 논리일 뿐이라는 비판을 부를 만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8월 한 달 가정에 전력을 판매하고 청구한 요금은 봄ㆍ가을에 비해 1.5배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주택용 전력판매수입이 6천억 원 정도였으나 8월에는 8천800억 원이 넘었다.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의 직접적인 영향이다. 같은 기간 일반용 판매 수입은 큰 변동이 없었고, 산업용은 8월 요금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7~8월 중 전기요금 누진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으니, 올해는 가정용 전력판매 수입이 더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2조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2.7%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이는 한전 본사만 따진 것이고, 발전 자회사의 이익까지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로 보면 영업이익은 6조3천98억 원으로 급증한다. 신장률은 무려 45.8%에 달한다. 영업이익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발전단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판매단가는 인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전은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크게 늘여 한전의 이익은 줄이고, 발전 자회사의 이익은 늘리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익 몰아주기가 '누진제 폐지' 여론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얕은 수법이라는 일부 지적을 어떻게 반박할까 궁금하다.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불만은 해마다 한여름이면 제기돼 왔다. 계절적 요인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다 보니 그때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 누진 요금체계가 앞으로도 장시간 유지되리라고 보는 건 오산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계기가 오일쇼크였고, 이미 시간도 40년이 훨씬 지난 만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 하나만 가지고 제도를 이대로 끌고 나가는 건 무리다. 그런 측면에서 산업부가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말만 내놓은 건 몹시 아쉽다. 전력 소비 급증을 억제하면서, 사회ㆍ경제적 환경변화에 맞는 소비패턴을 수용할 대안은 무엇인지 정밀하게 프로그램을 짜서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거치는 게 기본 예의다. 지금 같은 대처방식은 무신경이거나 무대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 다섯 식구 함께 살면서도 숨진 아버지 시신 부패한 뒤에야 발견
☞ '대세 아이돌' 지코·설현 열애…"서로 의지하며 호감"
☞ 성폭행·입술 꿰매기…호주 역외 난민캠프 '어린이 고문'
☞ 145㎝ 흑인 체조 선수 바일스, 전 세계를 홀리다
☞ '펜싱 金' 박상영 母 "금빛 불상이 다가오는 꿈 꿨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