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바위마당집

매거진 2016. 8. 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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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고스란히 품은 목조주택

자연이 주인이고, 자신은 잠시 머물러가는 손님일 뿐이라고 말하는 건축주 부부. 그래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바위를 그대로 안고 집을 지었다.


스터코의 화이트 톤과 청고벽돌의 그레이 톤이 주변의 녹음과 잘 어우러진다.


“마침 그날은 비가 오고 난 직후였습니다. 이 대지에서 멀리 탁 트인 산골짜기를 바라보니 안개가 포근하게 산등성이를 덮는데 그게 그렇게 장관일 수가 없었죠. 우리 부부는 그때 그 장면에 감동받아서 바로 대지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양평 시내에서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굽고 굽은 길을 지났다. 그리고도 한참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야 했지만, 취재진이 주택에 도착해서 본 경치는 집을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절경이었다. 그 경치에 반해 16년 전에 이 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당시를 설명하는 건축주 이정호 씨의 눈에는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는 듯했다.

당시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도시와 직장에서의 삭막함과 치열한 경쟁에 지쳐가고 있었다. 휴식이 필요했고, 그 휴식을 자연 속의 전원생활로 채우고자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이 땅은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그 이후로 조립식 주택을 마련해 틈틈이 들리며 텃밭을 가꾸곤 했다고.


풍경을 집 안으로 깊숙이 들이길 원했던 건축주는 2층 작은 방에도 테라스를 놓았다.

십여 년간 조립식 주택에서의 생활은, 여름에는 그럭저럭 지낼만 했지만 겨울에는 이곳의 추위가 상당해 매년 아쉬움이 남았다. 이곳을 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바꾸어 지내고 싶다는 데 생각이 닿자 집짓기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양평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사를 수소문했으나 너무 주먹구구식인 설계에 실망하다 우연히 TV프로그램에서 리슈건축사사무소를 만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필로티로 떠받쳐진 2층 매스는 바위를 입체적으로 품어 집의 한 부분으로 녹여냈다.  /  식당 앞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날씨에 관계 없이 언제든 차와 함께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 대지면적 : 546㎡(165.45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 97.19㎡(29.45평)

연면적 : 137.52㎡(41.67평) / 건폐율 : 18.10% / 용적률 : 25.61% 

최고높이 : 7.8m / 주차대수 : 2대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지붕 - 2×8 구조목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 단열재 : 글라스울 24K 150㎜ + 50T 압출법보온판 ‘가’ 등급 

외벽마감재 : 스터코, 청고벽돌 / 창호재 : PVC 미국식 시스템 창호

설계 : ㈜리슈건축사사무소 02-790-6404,  http://blog.naver.com/richuehong2

시공 : 바른건축 이우건설

총건축비 : 2억1천만원(건축, 토목, 가구, 조경 포함)


ELEVATION
2층 안방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바위마당 


주택의 바로 앞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바위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집을 지을 때 상당히 거슬렸을 텐데 그대로 놔둔 이유가 궁금했다. 건축주는 “대부분의 건축가나 시공사는 바위를 깨어 없앨 것을 제안했다”며 그럼에도 바위를 남겨놓은 것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이 바위는 우리가 여기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을 겁니다. 우리 부부가 태어나기 전에도 이 자리에 있었고, 지금 깨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리를 지키겠지요. 그런데 ‘굴러들어온 돌’인 우리가 이 돌을 빼거나 부수면 그것도 참 우습게 될 것 같았어요.”

자연이 좋고, 자연을 찾아 들어왔다는 건축주 부부에게, 자연의 일부인 이 바위를 없앤다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이었다. 그래서 건축주는 당연하다는 듯 바위를 품고 집을 짓게 되었다. 부부는 “이 땅의 주인은 바위고 우리는 그저 얹혀사는 것”이라며 여유로운 미소로 바위를 바라보았다.


거실과 안방은 박공 천장의 선을 그대로 드러내 넓은 공간감을 주었다.


주택은 지하에 주차박스를 갖춘 대지 위에 2층 경량목구조로 지어졌다. 남쪽으로 도드라진 매스는 화이트 톤의 스터코로 집의 분위기를 가볍게 하면서, 후면으로 단단하게 자리잡은 주매스에는 그레이 톤의 청고벽돌을 사용해 바위와 그 뒤 축대와의 조화를 유도했다.

주택은 거실 쪽에서 이어지는 테라스와 식당 쪽에서 이어지는 테라스로 바위를 꼭 품는 형상인데, 거실 데크에서 식당 테크로, 혹은 그 반대로 볼 때 바위는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풍경을 만든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개나리 실크벽지 / 바닥재 : 스타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국내산 도기질, 자기질 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 : 한샘 하이그로시 / 조명 : LED 조명

현관 : 성우 스타게이트 시스템도어 /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한샘 붙박이장

간결한 모습의 안방이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자연의 풍경 덕분에 전혀 심심하지 않다. 

안방에도 테라스 공간을 배치했다.


PLAN - 1F (90.56㎡)  /  PLAN - 2F (49.96㎡)
주방 쪽에서 바라본 복도의 모습  /  계단 위 천창으로 낮에는 햇살이, 밤에는 별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  깔끔하게 꾸민 2층 욕실


실내로 들어오면 1층은 거실과 작은 방,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단을 올라 2층으로 들어서면 안방과 작은 방, 욕실이 위치한다.

“자연을 즐기러 오는 집이니만큼 최대한 자연을 끌어들이고 싶었다”는 건축주는, 어느 공간에서든 바깥 풍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도록 거실과 식당, 2층의 안방과 작은방에 테라스를 배치해두었다. 2층의 테라스뿐만 아니라 계단 위쪽으로 천창을 하나 냈는데, 천창은 “양평의 맑은 공기 덕에 별빛과 달빛이 흘러들어와 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건축주 부부가 마음에 들어하는 풍경으로 꼽는 부분 중 하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부부는 언제 챙겼는지 집 옆 텃밭에서 뜯은 것이라며 싱그러움 가득한 푸성귀를 한아름 안겨줬다. 자연이 좋아서 이 곳에 왔다지만, 그들도 바위와 나무, 지나가는 구름처럼 어느새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디딤석과 잔디를 놓고 나무를 심는 등 조경의 대부분은 전원생활 10년 경력의 부부가 직접 해냈다.


바위마당집 건축주가 전하는 

전원 속 집짓기 체크포인트 셋


➊ 설계도면을 읽고, 그에 맞춰 시공되는지 확인하라 

좋은 설계도 지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시공 때 직접 도면을 보고 그것이 지켜지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는 감리의 역할이지만, 중요 부분에 있어서는 건축주로서 현장을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➋ 창호, 데크재, 방충망, 욕실 도기 등 ‘제품’들의 사양 하나하나를 직접 지정하라

단순하게 ‘좋은 것’으로 넘기면 안된다. ‘00사의 %%제품(혹은 모델명)을 쓰겠다’고 하나하나 지정해두는 것이 좋다. 세세하게 사양을 정해두지 않으면, 설치·시공된 상황과 본인의 상상한 완성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➌ 땅을 살 때부터 이웃과의 관계를 다져둬라

시골에서는 이웃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 두지 않으면 마을과 택지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피곤해질 수 있다. 그것이 힘들어 전원생활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정도. 마을 경조사나 같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가능한 한 참여해 관계를 맺어 두는 것이 좋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7월호 / Vol.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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