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년보고서] 빈곤층 내몰린 '청춘잔혹사'

박효선 기자 2016. 8.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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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토대이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가 된다던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 청년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청년 실업률은 해마다 치솟아 지난 6월 사상 최고치인 10.3%를 기록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기업에 세제를 지원하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해보라’는 말은 공허하다 못해 비수처럼 가슴에 박힌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는 청년들은 그 공간을 벗어나려 발버둥 쳐 보지만 현실은 이들을 경제빈곤층으로 내몰고 있다.

/사진=뉴스1 DB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부모님 죄송합니다.’ 지난 1월 충남 천안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청년 A씨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온 A씨는 지난해 가족에게 충남의 한 군청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매일 아침 집을 나섰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을 보내며 그는 월급을 받아온 것처럼 보이려고 대부업체에서 2000만원을 빌렸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A씨의 목을 옥좼다. 그는 극심한 자책감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울의 한 대학생 B씨는 손님이 없는 틈을 타 토익과 금융자격증을 공부한다. 원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당장의 월세와 생활비,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낮에는 편의점, 밤에는 맥줏집에서 일을 한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새벽 2시. B씨의 이력은 어느새 아르바이트로만 덧칠돼 ‘좋은 직장’의 꿈은 멀어져갔다. 위로랍시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미웠다. B씨는 “동기들은 취업 준비하느라 바쁜데 당장 먹고살기 위해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아느냐”며 울부짖었다.

청년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양했다. <머니S>와 <인크루트>가 공동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은 취업이 안돼서, 집값이 비싸서, 가난을 대물림해서 고통 받고 있었다. 구직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35%가 ‘높은 취업문턱’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32%), ‘불합리한 채용과정’(12%), ‘준비비용 등 금전적 문제’(11%)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구직 실패 요인으로는 32%가 ‘스펙 부족’이라고 꼽았다. 또 ‘고용시장 불안문제’(27%), ‘잘못된 고용정책’(21%), ‘인적 네트워크 부족’(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 취업시장은 점차 불공정한 게임이 돼 간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들어가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요즘 취업시장에서는 대학 서열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까지 우선시하는 경향이 확대되며 사교육을 통한 ‘취업 스펙’ 쌓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영어, 해외연수, 컴퓨터∙금융 자격증 등의 스펙은 기본, 최근에는 취업컨설팅과 성형수술 비용 등도 추가됐다.


알바노조 회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취업이라는 '청춘의 덫'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은 첫 취업까지 정규교육 외 사교육에 평균 1.2년의 시간과 510만원의 비용을 들였다. 대학 입학 당시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299만원인 취업 준비생들은 사교육에 363만원을 들였지만 부모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 1092만원을 쏟아부었다. 투자비용만 3배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대학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학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낸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에서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계열을 다니는 데 드는 등록금은 3092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주거비 2690만원, 생활비 2400만원이 추가된다.

게다가 비정규직과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은 폭발 직전의 한계상황까지 왔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업주의 처벌이 약한데다 이 금액마저 생계비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주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달 동안 벌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면 주휴수당 포함 135만2230원이 나온다. 사실상 한 달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아울러 취업률이 저조한 가운데 청년들의 창업 생존율마저 떨어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 자영업자 중 51%가 창업 1년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5년 안에 폐업하는 청년 자영업자는 84%에 달했다. 이들의 5년 생존율은 16.6%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50대(33.6%)에 비하면 절반도 안됐다.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들이 무방비 상태로 떠밀리듯 자영업에 뛰어들며 이 같은 현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새로운 빈곤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불안정 노동의 폐해가 청년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며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청년의 소득증가율이 감소하면서 빈곤위험집단이 노인에서 청년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단군 이래 제일 많이 공부하고 똑똑하고 외국어에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다루듯 만지고… 그런데 왜 우리는 놀고 있는 거야? 왜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2007년 출간된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 <퀴즈쇼>에서 등장인물 지원은 이렇게 절규한다. 10여년이 흐른 2016년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오늘날 청년의 모습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퀴즈쇼>의 주인공 민수와 다르지 않다.

☞ 본 기사는 <머니S>(
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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