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료 경찰에 권총을 빼들어?.. 요즘 공무원 왜 이러나

강훈 기자 2016. 7.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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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탈선.. 무너진 공직 기강 청사 복도에 X싼 경찰.. 횡령에 성범죄까지.. 비리에 위아래 없다..

지난 2월 17일 새벽 5시 전남 무안군 전남지방경찰청 8층 구내식당 복도에서 인분이 발견됐다. 청소부가 즉시 신고해 전남경찰청이 자체 조사에 나섰다. 청사 곳곳에 설치된 CCTV 분석 결과, 인분 주인은 그날 새벽 술 취해 청사로 들어온 A경위로 밝혀졌다. 경찰은 평소 장이 약한 A경위가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 경고 조치했다.

그런데 CCTV 조사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엘리베이터 CCTV에 정보 파트 유부남 B경위와 미혼 행정직 직원 C씨의 다정한 모습이 포착된 것. 이들은 밤늦게 술 마시고 청사로 들어오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청은 B경위를 산하 경찰서로 인사 조치했다.

이 장면을 두고 경찰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급기야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E총경과 미모의 D경장 엘리베이터 불륜'이라는 내용의 루머로 확산됐다. 전남경찰청은 감찰 조사를 통해 총경과 여경 불륜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고, 여러 사정을 감안해 두 경찰관을 다른 곳으로 전보 발령 냈다. 하지만 불륜 루머가 계속 퍼지자 D경장은 "누군가가 고의로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루머 유포자는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관 등 동료들로 확인됐다. D경장은 업무 능력이 좋고 승진도 빨랐으나 주변에서 이를 질시하는 경찰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주변에선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관들이 사고 치고 헐뜯고, 일은 언제 하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곳곳에서 무너지는 공직 기강

공직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전남경찰청과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을 불러왔던 교육부 간부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공직자 탈선과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찰의 복무 기강 해이 사례가 두드러진다.

학교 담당 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난달 인천 남구에선 F경위(42)가 주택가 한 빌라 1층 공터에서 지나가던 20대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다 입건됐다. 이 여성이 깜짝 놀라 112에 신고하자 F경위는 근처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나중에 붙잡혔다. 비슷한 혐의로 망신을 샀던 제주의 모 검사장과 달리, F경위의 범행 시각은 대낮이었다.

동료와 말다툼 벌이다 권총으로 위협한 경찰관도 있었다. 충남 예산의 한 파출소 I경위는 업무 인수인계 문제로 동료와 감정싸움을 벌이다 급기야 차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들었다. 당시 권총 안엔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이 장전돼 있었다. 다른 경찰관들이 말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 경찰관은 계급 강등을 당했고 위협받은 동료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전북 전주의 G경위는 지난 14일 저녁 무렵 버스정류장에서 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이 G경위를 신고하고 얼굴 사진까지 찍자 둘 사이에 말다툼까지 벌어졌다. G경위는 "너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직위해제 됐다. 그 무렵 전북 군산에선 술집 주인이 술값 2만7000만원을 내라고 하자 H경사가 "지갑에 1000원밖에 없다"고 버티다 출동한 경찰이 대신 술값을 내주는 촌극이 벌어졌다. H경사는 수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건을 일으켜 인사 조치를 당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경남 거제에선 주인을 찾아줘야 할 분실물을 슬쩍한 양심 불량 경찰관이 적발돼 망신을 샀다. 지구대 순찰팀장으로 근무했던 J경위는 습득물 서랍에 있던 지갑과 현금, 시계 등을 수시로 챙겨갔고, 이 일 때문에 해임됐다. 인천의 K경위는 불법 오락실 업주에게 단속 경찰관 14명의 차량번호를 알려준 사실이 적발됐고, 서울 마포경찰서는 성매매 업주에게 매수돼 단속 정보를 흘려준 혐의로 L경사를 수사하고 있다. L경사는 최근 1년간 거의 매일 성매매 업주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횡령 갑질에 수당 빼먹기 의혹까지

세무 공무원들의 탈선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세무서와 잠실세무서 소속 직원들은 줄줄이 경찰로 불려가고 있다. 이 직원들이 주말에 출근 도장만 찍고 실제 근무하지 않으면서 휴일 수당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는 진정이 들어왔기 때문.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두 세무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일부 직원을 사기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 해당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을 뿐 사무실에 없었다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업체로부터 거액을 받고 다른 업체의 과세(課稅) 자료를 유출한 세무서 간부도 있다. 의정부세무서 M팀장은 전기공사 업체로부터 1억8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이 업체 경쟁사의 과세 자료를 제공해 낙찰을 도와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M팀장은 부하 직원 N씨를 통해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경찰관에게 1400만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달 전엔 서인천세무서 소속 8급 공무원 O(33)씨가 유령 업체들에 부가가치세 100억원을 부정 환급해 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요즘 미래창조과학부는 직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미래가 창창할 줄 알았던 P과장이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한 사무관은 산하기관 직원에게 고등학생 아들의 영어 에세이 숙제를 대신해 달라고 했다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감사원이 롯데홈쇼핑에 방송사업자 승인을 내준 국장과 과장 등 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고, 최근 검찰이 이와 관련한 자료 유출과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어 부처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고 한다.

쑥대밭 된 일부 부처와 지방의회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근무 행태도 지적받을 만하다. 청주시 해외투자유치 담당 Q씨 등 2명은 지난 4월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를 여행하면서 글로벌무역진흥협회 관계자를 협박해 여행 경비 280만원을 상납받았다. 이들은 해임됐고 받은 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과금을 물어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산시청 도시계획실에 근무하는 R실장과 S서기관 등 3명은 공사 현장 식당인 '함바' 비리에 연루돼 있고, 천안시 인사담당 공무원들은 구청과 사업소에서 자체 평가한 직원들의 근무평가 점수를 제 맘대로 조정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몇몇 지방의회에선 의원들이 무더기로 비위에 연루돼 아예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 울진군의회는 소속 의원 8명 중 7명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의원 7명이 홍콩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불참한 의원 1명의 경비까지 처리했던 사실이 들통났고, 이 중 일부 의원은 정미소 업자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를, 일부 의원은 원자력발전소 부지로 편입될 지역에 자녀 명의로 보상을 노린 투기성 주택을 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남 김해시의회는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거창군의회에선 "동료 의원이 성희롱을 했다"는 여성 의원의 주장이 나왔다.

"사회는 급변하는데 공직 사회는 지체"

진경준 검사장(차관급)의 넥슨 뇌물 비리 사건에서 보듯 공직자들의 탈선은 위아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공직 기강 해이 현상에 대해 사회가 급속하게 민주화되고 투명화되는 반면 공직자들의 가치관과 문화는 바뀌지 않는 문화 지체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고, 본인들이 큰 권력을 가졌다는 생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과거엔 묵인되거나 덮여졌던 사안이 요즘은 공개되고 사회 문제화될 만큼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에 대한 내부 교육과 외부 감시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공직 기강 문란의 한 원인이며, 인성과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고 시험성적으로만 뽑는 공무원 선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채용 과정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돼 있는지 체크해야 하고, 재직 중인 자에 대해선 공직자 본분을 꾸준히 교육시켜야 하는데도 우리 공직 사회는 그런 제도나 준비가 부족하다"면서 "신참 공직자들도 조직 내에서 몇 년 일하고 나면 느슨한 분위기에 휩쓸려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1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감사관 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발생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조사와 문책을 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에는 기관장에 대한 지휘·관리 책임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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