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파스칼의 원리

이기환 논설위원 2016. 7.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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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블레즈 파스칼(1623~1662) 하면 명상록 <팡세>, “인간은 갈대에 지나지 않지만,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파스칼은 수학천재이기도 했다. 르네 데카르트(1595~1650)는 1639년 파스칼이 불과 16살의 나이에 발표한 ‘원추곡선의 기하학’ 논문을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건 걔(파스칼)가 쓴 게 아니야. 아버지가 쓴 게 분명해.” 데카르트조차 미처 깨닫지 못할 정도의 수학신동이었던 것이다.

판사 출신 세무감독관인 아버지(에티엔)는 오로지 독학으로 아들을 가르쳤다. 특히 수학은 15살 이후에나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파스칼은 12살 때 유클리드의 23가지 공리와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을 스스로 터득했다. 아버지는 결국 14살에 불과한 아들을 마랭 메르센 신부가 주도한 수학자 모임에 데려간다. 그 모임에서 발표한 첫 작품이 바로 ‘원추곡선의 기하학’이었다. 파스칼은 아버지의 세금징수를 도와주려고 계산기를 발명했다. ‘파스칼린’이라 명명된 세계 최초의 디지털 계산기였다.

1658년 어느 날 치통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파스칼은 사이클로이드 곡선 연구에 정신을 쏟아 단 8일 만에 그 원리를 풀어냈다. 고통을 잊기 위해 수학문제를 풀었다니 아무도 못 말리는 ‘수학 덕후’였음이 분명하다. 그런 파스칼이 남긴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 있다. ‘파스칼의 원리’이다. 즉 밀폐 용기 내부의 유체 일부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은 유체 내의 모든 곳에 ‘같은 크기’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무풍선 구멍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풍선 전체가 동시에 부풀어오르는 이치와 같다. 치약 짜기와 주삿바늘, 지렛대·도르래·유압기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 작동시키는 것이 바로 ‘파스칼의 원리’이다.

최근 ‘파스칼의 원리’에 따라 개발했다는 침대 매트리스 사업에 투자자를 모아 170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온몸의 체중을 침대 전체에 고루 분산시켜준다고 선전하며 투자자를 유혹했다. 하지만 자체 생산설비도 없는, 제품 판매를 가장한 다단계 업체일 뿐이었다. 사후 350여년이나 지난 파스칼의 이름까지 팔아 사기치는 세상이 되었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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