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 아이디어 대상] 우주함대 엔터프라이즈호 수석 기관사

EDITED BY IAN DALY 2016. 7.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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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페그

올 여름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우주에서 또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때 누가 워프 드라이브를 작동시킬까. 당연히 만능 수석 기관사인 스코티일 것이다. 영국 출신의 배우 사이먼 페그는 스타트렉 TV 시리즈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올 8월 개봉 예정인 ‘스타트렉 비욘드’에서도 전편과 다름없이 스코티 역으로 출연한다.

맛깔난 연기 덕분에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코티, 날 전송해줘!’라는 영화 속 명대사를 외친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도 그랬다고 한다. 트위터에 나와 있는 이력을 보면 그는 현역 코미디언이자 좀비 킬러, 슈퍼 경찰, 외계인 사냥꾼, 그리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호’의 임시 선장이었다. 또한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주연과 각본을 맞았고,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주인공 에단 헌트를 러시아 교도소에서 탈옥시켜 줬으며, 스타트렉 비욘드의 각본에도 참여한 그는 대체 불가능의 존재감을 뿜어낸다. 제1회 황망한 아이디어 대상의 대변인으로서 이만한 인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그는 이 모든 활동들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 걸까.

Q. 엔터프라이즈호의 버튼 중 실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있나? 피자가 먹고 싶을 때 누르는 버튼이 있다. 정확히 어떤 버튼이었는지는 지금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촬영 당시 갑자기 피자가 펼쳐지면 누군가 버튼을 눌렀음을 알게 된다. 그게 누구인지는 당사자 외에는 모른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다.사실 어떤 면에선 모든 버튼에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니 말이다.

Q. 관객들이 느끼는 만큼 연기자 입장에서도 스타트렉 세트가 실감나게 보이나? 세트 디자인에 대해 세세하게 신경 쓰는 연기자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호 세트의 모든 제어장치는 터치스크린 방식이고, 각 버튼마다 제 역할이 있다. 또 다양한 조종간과 다이얼도 배치돼 있다. 영화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 관객들은 모르겠지만 연기자가 볼 때 진짜 우주선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Q. 관객이 아닌 연기자들의 몰입을 위한 조치라는 얘긴가?그렇게 볼 수도 있다. 스타트렉 비욘드의 세트는 몰입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에는 시리즈 중 처음으로 짐벌(gimbal) 위에 조종실 세트를 통째로 올려놓아 전투 등의 상황에서 조종실이 실제로 흔들리도록 했다. 때문에 흔들리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과거에는 카메라를 흔들고, 배우들이 좌우로 일시에 움직이면서 우주선이 흔들리는 것처럼 촬영했었다.그래서인지 촬영 당시 ‘이런, 이제는 연기자가 연기할 필요가 없는 거야?
’라며 장난스런 농담을 던지는 배우도 있었다.

Q. 영화 속 소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팔에 찼었던 스코티 시계다. 시리즈 내내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관객은 없는 것 같다. 누르면 파랗게 빛나는데, 촬영 중 지루할 때 가끔 누르곤 한다. 가급적 스코티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착용하려고 애를 쓰는데, 안타깝게도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다. 그리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물건이다. 생각한다. 인류가 지속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서로 협력해 우주를 탐험한다는 희망 말이다.그런데 우리는 원작 스타트렉의 제작자인 진 로든베리의 구상에 작은 의문을 가졌다. 매회 행성연방에 반대하는 악당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엔터프라이즈호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적들의 입장에선 우주 번영과 평화로운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첨병이 아니라 단순한 정복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승무원들은 정의의 편일까, 아니면 식민 지배의 앞잡이일 뿐일까. 관객들도 이런 의문을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다. 드럼을 조금 칠 줄 안다. 영국의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한 적도 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떤 자격 심사도, 뮤지션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없었던 내가 몇 분이나마 8만여 명의 관중 앞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Q. 어떻게 연주를 하게 된 건가?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과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다. 그가 무명 인디밴드였던 시절부터 친구였다. 그 친분으로 2001년 콜드플레이가 한 축제에 참가해 메인 무대도 아닌 곳에서 공연했을 때도 함께 하모니카 연주를 했었다.예나 지금이나 그 친구들의 공연을 보러 갈 때면 크리스가 항상 나를 보며 무대로 올라와서 연주를 하라고 부추긴다. 매번 싫다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무대 위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공연을 마치면 적어도 그날만큼은 록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Q. 촬영 중 동료들과 사적인 교류도 즐기나? 출연진들과는 오랜 기간 함께했다. 그래서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잘 지낸다. 이번 캐나다 밴쿠버 촬영 당시에도 아무 생각 없이 들른 레스토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전 승무원을 목격한 시민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한번은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존 조, 딥 로이, 그리고 얼마 전 고인이 된 안톤 옐친과 함께 클럽에 갔었는데 스크린에서 스타트렉 영화가 나와 살짝 당황한 적도 있었다.

Q. 커크 함장과의 케미가 좋은 스코티의 입장에서 커크-스팍의 브로맨스에 질투가 날 듯도 하다. 실제라면 어떨 것 같나? 별로 신경 쓸 것 같지 않다. 내가 분석한 바로는 스코티는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주선을 비롯해 뭔가를 만들고 고치는 일에 정력을 쏟아내길 즐기는 인물이다. 그런 생활을 통해 외계인 조수이자 단짝인 ‘킨저(Keenser)’를 만났다. 그리고 킨저는 사실상 엔터프라이즈호의 정식 승무원이다. 굳이 커크 선장와 스팍의 관계를 질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Q. 스코티 역을 먼저 맞았던 배우 제임스 두한을 만난 적이 있나? 그분이 타개하기 몇 년전 댈러스에서 열린 공상과학 엑스포(SFE) 행사장에서 우연히 뵌 적이 있다. 특별 게스트로 초청됐던 두한은 마치 삶의 끝에 다다른 사람처럼 노쇠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분명 특별한 행운이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종종 그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후 2005년 그가 타개하고 3년 뒤 마치 운명처럼 스코티 역이 내게 찾아왔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EDITED BY IAN D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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