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문맹 많아서.. 쉬운 간체자 만들어

기자 2016. 7.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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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중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한자를 사용한다. 이를 간체자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획수를 간단히 만든 글자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16획의 용(龍)자가 5획()으로, 10획의 서(書)자가 4획()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가 쓰는 한자보다 획수를 상당히 줄여 간략하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간체자를 만든다고 할 때 전통학자를 중심으로 반발도 적지 않았다. 간체자가 한자 고유의 멋을 훼손한다든가, 간체자를 배우면 고대의 글자를 몰라 전통과 단절된다는 등 일면 타당한 다양한 이유가 등장했다. 특히 한자의 심미관은 매우 중요한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필체가 예술로 인정되는 서예가 존재할 정도이니 당연히 새로운 글자에 강하게 반발했다. 즉, 낯설고 어색한 간체자는 거부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간체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기존의 한자를 정체자라고 해 정통이라고 본다. 또 정체자인 복잡한 번체자를 알아야만 진정한 한자 실력자로 인정하기도 한다. 대만이나 홍콩의 시선이 그러하고, 한국 일부 학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간체자도 만들 때 마구잡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원칙에 따랐다. 필획이 간단한 옛글자를 이용한다거나, 초서(草書)를 이용한다거나, 필획이나 편방을 간소화하는 등 원칙이 있었다. 현재 발견된 최초의 한자인 갑골문(甲骨文)의 간단한 문체나 빨리 쓰기에 유리한 초서의 간결한 문체 등을 활용해 간체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중국 학자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한자의 전통과 변화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는 하나 반발은 여전하다.

그런데 대륙에서 한국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을 보면 간체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 독해 시험을 보면 종종 사전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거부하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유학생이 시험에서 사전을 사용하려는 이유는 한글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막상 쓰려면 한자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하는 중국어도 한자로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어 독해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익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실제 답안지에 한자가 떠오르지 않아 발음기호로 쓰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 사람도 어려워할 정도로 한자는 복잡하고 버겁다.

이처럼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자는 획수가 너무 많아 복잡하고, 또 수량이 6만여 자에 달해 절대다수의 국민은 배우기에 어렵다. 또 일정한 교육을 받아도 익히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1950년대 중국의 문맹률은 무려 80% 이상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뜻이 깊고, 의미가 심오하고, 멋이 있다고 해도 문맹률 80%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마오쩌둥(毛澤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정부는 대담하고 강력하게 한자의 간화를 강행한다.

유학시절이 생각난다. 중국어로 시험을 보고 나면 항상 간체자의 위대함이 저절로 느껴지곤 했다. 심지어 ‘마오쩌둥 만세’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한자를 가끔 쓰는 입장에서야 느낄 수 없는 그런 절실함이 있다. 만세(萬歲)가 만세(万)가 되니 만세 아니겠는가!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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