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500만 명.. 中 인터넷 스타들의 인기 비결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이시연 2016. 7. 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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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시장을 움직이는 왕훙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이들을 가리켜 '왕뤄훙런(網絡紅人)'이라고 하며, 줄여서 '왕훙(網紅)'이라 불린다. '왕뤄'는 인터넷, '훙런'은 인기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중국판 페이스북인 '웨이보(Weibo)'에서 최소 50만 명, 최대 2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민간 연구 기관인 왕훙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약 100만 명의 왕훙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왕훙은 우리나라의 '파워 블로거'나 '페북 스타'와 비슷해 보이지만 영향력은 훨씬 크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착용한 의류나 사용한 화장품이 1초에 수천 개씩 팔리는 등 규모가 1000억위안(약 17조 4000억원, 2016년 7월 6일 환율 기준)에 달하는, 이른바 '왕훙 경제'시장을 형성할 정도다. 왕훙의 월평균 수입은 2만 1,000위안(약 370만원)으로 한 직업군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온라인 매체 ‘인터넷주간(互联网周刊)’이 웨이보 스타의 평판·창의력·영향력을 종합 평가한 명단을 토대로, 상위 5명의 왕훙을 꼽아 어떤 콘텐츠로 많은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봤다.

(왼쪽부터) 중국 다롄완다(大連萬達) 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과 그의 아들 왕쓰충(王思聪) 이사. /조선일보DB

왕쓰충(王思聪)은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이하 완다)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현재 나이 만 28세, 완다그룹 계열의 투자회사인 프로메테우스캐피탈 대표이사로 있다. 지난해 12월 자신이 직접 1000만달러(약 116억 5000만원)를 투자한 회사 덱스터(Dexter·영상 시각효과 업체)의 코스닥 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

아울러 완다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국내 아이돌 그룹 '티아라’와 EXID, 미쓰에이 전 멤버 지아,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 등을 영입한 것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SNS에 일상생활을 올리거나 사회 이슈, 연예인 기사를 퍼오는 등 분야를 막론한 글을 올린다. 언뜻 보면 SNS가 평범할 수 있으나 ‘철없는 재벌 2세’라는 배경 때문에 모든 글이 화제가 된다. 1300만원을 호가하는 애플워치 최고급 모델 2개를 애완견에 채워준 사진을 올려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친구를 만날 때 돈이 많든 적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보다 돈이 적으니까", "여자친구를 고를 때 가슴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등 노골적인 발언으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아들의 돌발행동이 고민인 왕젠린 회장도 공개적으로 “왕쓰충이 향후 5~8년 동안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경영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회사를 물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왕쓰충(王思聪)이 지난해 11월 29일 영화관 팝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자신의 팬에게 답글을 남겼다. /왕쓰충 웨이보 캡쳐

하지만, 왕쓰충의 자신감 넘치는 언행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때도 있다. 왕쓰충이 소유한 영화관인 완다시네마에서 팝콘을 산 고객이 “양이 적었다”는 불만을 웨이보에 올렸다. 왕쓰충은 “영화관에서 내 이름을 대면 평생 팝콘을 공짜로 주겠다”는 답글을 남겼다. 이에 여성 팔로워들이 “국민 남편”이라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여자가 화장하고 나가면 '누굴 꾀려고 그러느냐'고 하죠. 그렇다고 안 하면? '왜 그러고 다니느냐'고 합니다."

파피장(papi醬)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5분짜리 영상. /파피장 웨이보 캡쳐

파피장(papi酱)은 연애하는 친구와 절교하고 싶을 때, 남성 생존의 법칙, 애인과 쉽게 헤어지는 법 등 일상생활을 주제로 혼자 5분가량 떠드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데, 거침없는 말투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예술종합학교인 중앙희극학원에서 연출을 배운 만 29세의 여대생이다. 지난 3월 중국의 유명 콘텐츠 기업 뤄지스웨이(邏輯思維) 등 4개 기업으로부터 1200만위안(약 21억원)을 투자받고, 이어 동영상에 덧붙일 광고를 경매에 부쳐 2200만위안(약 38억원)의 이익을 거둔 수완가다. 현재 업계에서 몸값이 3억위안(약 522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문자나 이모티콘 대신 쓰는 사진을 ‘짤(짤림 방지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대다수가 TV 프로그램 중 웃기거나 신기한 장면을 캡쳐한 것들이다.

천재레서판다(天才小熊猫)는 짤을 여러 장 합쳐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자신의 SNS에 게시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아이폰6’ 발표 전문을 재밌게 요약하고, 휴대전화 지문 인식을 고양이의 발로 설정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등 색다른 시각의 콘텐츠가 많다.

그는 중국 광고 업계에서 실력 있는 카피라이터(Copywriter)로 꼽히는데, 광고주가 아무리 큰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자신의 주관을 꺾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천재레서판다(天才小熊猫)가 올린 게시글 중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아이폰6’ 발표 전문을 요약한 것과 우리나라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를 공유한 것. /천재레서판다 웨이보 캡쳐

지난 2014년 8월 천재레서판다가 우리나라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작가 오성대)’ 한 편을 공유했다. 다음 해 ‘기기괴괴’는 중국 제작사와 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커리리(艾克里里)는 사진작가 출신으로 어설프게 화장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린 뒤 SNS 스타가 됐다. 동영상은 7분 내외 분량인데, 젊은 남성인 아이커리리가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치마를 두른 채 아이라인 펜으로 눈두덩이 중앙에 마구 그리는 내용이다. 화장하는 동안 뜬금없이 춤을 추거나 엽기적인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커리리(艾克里里)가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8분짜리 영상. /아이커리리 웨이보 캡쳐

웨이보에서 얻은 명성에 힘입어 최근에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Youku)에서 예능프로그램 BJ(Broadcasting Jockey)*로도 활동하고 있다.

* BJ: 인터넷으로 제작 배포되는 방송의 진행자들.

이번에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경우다. 우리나라 인기 페이스북 중 하나인 ‘달리’를 떠올리면 된다. 달리는 포메라니안(Pomeranian)을 키우는 주인이 일상생활 모습을 촬영해 올리고, 많은 네티즌이 이에 “귀엽다”는 댓글과 함께 ‘좋아요’를 누른다.

(왼쪽부터) 우리나라 인기 반려동물 페이스북 '달리'와 추억전용조끼(回忆专用小马甲)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웨이보. /달리 페이스북·추억전용조끼 웨이보 캡쳐

추억전용조끼(回忆专用小马甲)도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다. 팔로워 수는 재벌가 왕쓰충보다도 많은 2580만여 명이다. 그가 올린 게시물을 보면, 반려동물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 눈에 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 적은 없다.

웨이보에서 추억전용조끼가 인기를 얻자 추억전용작은조끼, 시애틀 거주 추억전용조끼, 추억전용조끼 동지 등 그를 모방한 유사 아이디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국내 기업의 왕훙 활용법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은 물론이고, 애경그룹,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쇼핑·화장품 분야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왕훙를 활용한다.

(왼쪽부터)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있는 최상위 고객을 위한 라운지. '왕훙(網紅)들이 모 화장품 회사의 한방 샴푸 제품으로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아모레퍼시픽 제공

일부 왕훙을 한국으로 초청해 3~5일간 숙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자사 바우처(voucher)를 주고서는 매장을 둘러보고 제품을 쓰도록 한 뒤 후기를 SNS에 올릴 것을 요청한다. 실제로 왕훙이 올린 후기는 기업 웨이보 페이지의 방문 수가 급증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왕훙 초청 행사는 2010년 롯데백화점이 제일 먼저 시작했고, 이후 ‘K뷰티’ 열풍을 타면서 중요도가 높아졌다. 최근 모 샴푸 브랜드가 왕훙 10명을 초청해 두피 관리부터 샴푸와 메이크업까지 '풀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두 달 뒤 중국에서 월매출 1300만위안(약 22억 6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배 성장했다.

모 백화점도 지난해 한 달에 한 번씩 왕훙 총 60명을 김포의 한 아울렛으로 초청했다. 그 결과 올 초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두 배(4.1%)로 늘었다. ▶관련 기사 더 보기

누구라도 장르와 분야에 제약 없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기획, 촬영, 편집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콘텐츠 공급에 그치지 않고 돈을 버는 산업 망까지 구축한 왕훙은 진일보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왕훙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을 거듭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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