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 이란

By Vivienne Walt 2016. 7. 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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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그곳에 창업가 정신이 발현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과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여전히 이슬람 성직자들이 통제하는 이란은 변화할 수 있을까?
테헤란에 위치한 에이바테크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레이닝 상의와 운동화 차림의 IT 창업자 6명이 로프트 loft (*역주: 공장 개조 아파트와 비슷한 사무실) 에서 각각 맥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이들은 아이템 회의(pitch meeting) (*역주: 상대에게 제품 콘셉트를 설명하는 회의) 에 쓰일 파워포인트 자료를 최종 마무리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방문한 잠재 투자자들이 홍보 대상이다. 투자자들이 도착하자, 대부분 20대인 창업자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차례대로 그래프와 표를 제시한다. 새로운 벤처 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기에 담겨 있다. 프로젝트 관리 플랫폼을 설명하는 슬라이드에는 ’트렐로 Trello와 슬랙 Slack (*역주: 두 가지 모두 프로젝트 관리용 커뮤니케이션 툴) 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다. 또 다른 슬라이드에는 원격 학습 사이트 가입률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 곳은 다름 아닌 테헤란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많은 미국인에게 굳은 표정을 짓는 물라 mullah ( *역주: 이슬람 율법학자) 와 검정 차도르를 쓴 여성, ‘거대 사탄(the Great Satan)’ (*역주: 이란은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종종 미국을 ‘거대 사탄(the Great Satan)’으로 표현해 왔다) 을 규탄하는 성난 시위대로 연상되는 도시다. 그러나 작년 이란이 미국, 유럽, 국제연합과 핵 협상을 맺은 결과, 비즈니스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거하기로 동의했고, 서구 국가는 그 대가로 세계 경제에서 이란을 배제시켰던 다수의 제재 조치를 해제했다. 이란의 풍부한 석유는 이제 더 이상 세계 무역에서 금지 품목이 아니다. 상당수 금융 거래에 대한 차단도 해제됐다. 미국 기업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이란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4,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에 미국발 투자가 시작되는 문이 열린 것이다(미 의회는 이란의 인권 침해와 테러 방조를 근거로 다른 제재조치는 계속 유지했다).

이 같은 변화의 결과, 사업 활동과 낙관주의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지난 1월 제재가 해제되고 며칠 후, 하산 로하니 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은 로마와 파리로 달려가 자동차, 조선, 항공기, 정유시설 등에 관한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후론 유럽과 아시아 기업의 경영진이 테헤란 호텔로 몰려들고 있다.

물론 해외 기업들에겐 아직도 많은 장벽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순간을 ‘이란 스타트업의 봄(Iran’s Startup Spring)’이라 부를 만하다. 사라바 Sarava(이란의 첫 기술 투자기업)의 CEO 사이드 라흐마니 Said Rahmani는 “기회를 찾고 있는 해외 투자자가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란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이란에는 반미 정서의 상징과 서구적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는 모습이 혼재한다.

현지에는 아직 혁명의 기운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많은 이란인들이 여전히 미국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데에도 몇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필자가 3월 테헤란에 도착했을 때, 보안 경찰이 필자의 미국 여권을 보더니 방으로 따로 데려가 질문을 하고 지문을 채취했다(이란인들은 이와 유사한 처우를 미국 공항에서 받는다고 말한다). 공항 터미널에선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Ayatollah Ruhollah Khomeini와 후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yatollah Ali Khamenei 최고 지도자의 얼굴이 삼성과 화웨이 광고판을 굽어보고 있다. 이란의 모든 상점과 사무실에는 두 지도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테헤란의 사무실 건물 한 벽면에는 해골과 미사일 그림, 그리고 ‘미국 타도(Down with the U.S.A.)’라는 문구가 적힌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이란인들이 혁명 후 444일 동안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 이후, 대사관 문은 37년간 굳게 닫혀있다. 금요 기도회에선 ‘미국에게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는 구호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필자가 머문 숙소는 정부가 지분을 일부 소유한 곳인데, 지금도 인터콘티넨털 호텔 로고가 새겨진 은 도금 주전자에 차를 내놓고 있다. 1979년 미국인 지배인들이 이란을 떠날 때 버리고 간 주방용품들이다. 그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기업을 몰수했고, 엄격한 이슬람 규칙을 부과했다. 오늘날에도 이란을 방문할 땐 맨 살을 드러내지 않는 넉넉한 옷과 두건 스카프를 착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창업가들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투자자를 상대로 발표가 진행되는 높은 천장의 이 공간은 신생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에이바테크 Avatech 본사다. 이 회사는 2014년 6월 창립 이후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며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조사기관 테크라사 TechRasa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거의 전무했던 이란 신생기업의 수는 이제 테헤란에서만 최소 400개로 급증했다. 물론 석유 중심의 이란 경제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은 편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GDP의 1% 미만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의 잠재적 영향력은 상당하다. 신생기업이 성공하면 새로운 국가 비전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란 청년 인재 수백만 명이 유출되기(상당수는 미국으로 떠났다) 이전으로 상황을 되돌리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의 부활은 과거 수 세기 동안 진행된 이란과 서구세계 간 상업적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고 있다-이란 혁명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이란은 놀라울 정도로 서구적 취향을 갖고 있다(최소한 사업가들은 그렇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이란에서 활동하는 투자 컨설팅 기업 그래비티 파트너즈 Gravity Partners의 바하도르 바라다리 Bahador Baradari 이사는 “고객들은 이런 공간에 앉기만 해도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우리 둘은 테헤란에서 잘 나가는 샘 카페 Sam Cafe에 앉아,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스 라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8,000만 이란인의 3분의 2가 35세 이하다. 또 이들의 인구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구세대에 비해 이란 청년 세대는 교육수준이 높다(현재 전세계에서 공과대학 졸업생의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이들은 제재 조치가 내려진 시절에 성장했지만, 부모 세대에 비해 외부 세계와 훨씬 더 가깝게 연결돼 있다.

성공적인 이란 스타트업 디기칼라를 공동 설립한 쌍둥이 형제 하미드와 사이드 모하마디.

이로 인한 영향력은 상당하다. 아마존 스타일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디기칼라 Digikala(이란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의 공동 CEO 사이드 모하마디 Saeed Mohammadi(36)는 “혁명 후 세대인 우리는 극단주의를 용인하지 않는다”며 “우리 세대는 10년 안에 이 나라를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당시에도 청년 세대의 투표 덕분에 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 후보가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모하마디 같은 창업가들은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가 배교라고 여길 법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방을 롤모델로 삼고, 민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 7월 설립된 테크라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장인 모하마드레자 아잘리 Mohammadreza Azali(28)는 “아버지 세대의 목표는 오로지 정부 기관에 취직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 석유 기업의 일자리를 거절하고 보스턴으로 이주하려던 참에, 2014년 테헤란의 스타트업 공동체를 발견하고 잔류를 결정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을 하는 세대”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청년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평생 익숙하게 여겨왔던 제약과 반대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아잘리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이란에서도 모두 유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미국 제재나 이란 자체 검열 탓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우회로를 찾는 방법을 꾸준히 터득해왔다. 가상 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VPN) (*역주: 한 회사나 몇몇 단체가 내용을 바깥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통신을 하는 공중 네트워크) 을 통해 수백만 명이 핀터레스트와 트위터 같은 차단 사이트에 접속한다. 다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도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다. 그의 팔로워 수는 20만 6,000명에 달한다. 이란인 중 35%가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데, 정부가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잘리는 자신과 친구들이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흠뻑 빠졌다고 말한다. 그는 이란인들이 해외 구매를 해서 국내에 되파는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를 사용해 게임을 다운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제 고립으로 인해 강박 상태 같은 현상도 빚어졌지만 기회도 생겨났다. 제재 조치 때문에 DIY 전문가 세대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위한 서비스와 상품을 창조해 기존에 접근할 수 없던 것들을 대체했다. 이란판 아마존과 그루폰이 대표적인 예이다. 웹사이트 카페 바자르 Cafe Bazaar는 구글 플레이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맞고 있다.

(위)압둘라 간지는 서방의 영향으로 개혁적 가치가 쇠퇴할 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아래)테헤란에 있는 무허가 애플 스토어의 직원과 내부 모습.

2013년 대선에서 승리하자, 로하니 대통령은 전 국민의 자택에 초고속 인터넷 설치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단말기 통신업체 한 곳에서만 제공되던 3G와 4G 서비스는 지난해 3사로 확대됐다. 현재 이란에는 4,000만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으며, 그 중 수백만 대는 아이폰이다. 현지에 애플의 배급망이 갖춰져 있지 않지만, 중간 거래상이 아이폰을 들여온 덕분이다. 테헤란 북쪽에 위치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엘라히에 Elahieh 쇼핑몰에는 지니어스 바 Genius Bar를 갖춘 애플 스토어 대용 매장도 있다.

심지어 가장 열성적으로 반 제국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이란인들도 서구 기업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필자가 이란에 머물던 어느 날 밤, 최고 지도자가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성직자들에게 “서구 기업들이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을 방문한 대표단들로부터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존재감이 커지면 혁명 규율이 퇴색될 수 있다는 깊은 경계심도 만만치 않게 자리잡고 있다. 강경파 이란혁명수비대와 연관이 깊은 신문사 자반 Javan의 대표 압둘라 간지 Abdullah Ganji는 “자녀 양육에 있어 우리 세대에겐 분명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청년 세대는 동양의 뿌리를 갖고 있지만, 서구 스타일로 옷을 입고 말하며 행동을 한다”며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제시할 대안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현재로선 이런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12월 데이터관리 플랫폼 업체를 설립한 바히드 조지 Vahid Jozi(30)는 “이란에서 폭발적인 모멘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이란 이중 국적자인 그는 캐나다에서 신생기업 4곳을 창업했다. 작년 6월 휴가 차 테헤란을 방문했을 때, 그는 저임금과 숙련 노동력에 끌려 다음 회사를 이란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란의 시간당 투자수익은 그 어느 지역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이란에서 나타나고 있는 스타트업과 개혁의 연관성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2011년 사발데아닷컴 SabaIdea.com은 이란판 유튜브 격인 아파라트 Aparat 서비스를 시작했다(이란에선 유튜브가 차단되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Alexa 추적 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아파라트는 이란 내 6위 인기 웹사이트로 일일 페이지 조회수가 600만 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 2월 치러진 이란의 총선은 개혁파와 강경파 사이의 중요한 대결구도로 진행됐다. 그런데 선거 며칠 전, 진보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Mohammad Khatami 전 대통령이 이란 국민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비디오가 아파라트에 게시됐다. 동영상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9년부터 하타미 전 대통령의 대중 연설이 금지됐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아파라트 측에 비디오를 내리라고 즉각 명령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개혁파 후보들은 테헤란에서 30개 의석을 싹쓸이했다. 이란인들은 필자에게 “이번 총선 결과는 하타미 전 대통령 덕분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발데아 CEO 모하마드 자바드 샤쿠리 모가담 Mohammad Javad Shakouri Moghadam은 해당 게시물이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모든 장밋빛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스타트업들은 현재 어려운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월 어느 아침, 에이바테크 사무실 곳곳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분명히 드러났다. 창업가들은 20명 남짓한 독일, 오스트리아 투자 대표단을 설득하고 있었고, 투자단의 존재감은 신생기업 경영진에게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핵 협상이 외자 유치로 치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였다. 파라네시 Faranesh의 CEO 모하마드 라시디 Mohammad Rashidi(27)는 “우리는 돈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라시디가 2014년 에이바테크의 1기 창업인 훈련과정의 일환으로 2014년 설립한 원격 학습 플랫폼 업체다. 그는 “이곳과 실리콘밸리 간에는 큰 격차가 있고, 우리는 약 10년 가량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을 방문한 투자자들은 바로 이런 의구심을 필자에게 표현했다. 안드레아스 마흐 Andreas Mach는 “이란 사람들은 서구 기업의 표준과 윤리의식에 견줄만한 정서나 의식 상태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투자단 대표이자 뮌헨에 본사를 둔 가족 기업 알파지르켈 인터내셔널 Alphazirkel International의 창업자다. 마흐는 “이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남릭 Namlik의 공동설립자 레자 레자이 Reza Rezaee는 발표 도중 “테헤란의 교통 정체-통근시간에 수백만 명이 교통 정체에 시달린다-는 우리 회사의 편집된 오디오 서비스에 완벽한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한 슬라이드의 표현대로라면 ‘오디오용 플립보드 Flipboard’ (*역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웹사이트들을 잡지 형태로 편집해 보여주는 앱) 라고도 부를 수 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생산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투자단에게 설명했다. 투자자 한 명이 “저작권 침해 문제는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레자이는 “이란에는 저작권법이 없다”며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그 투자자는 “곧 생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란에는 이 밖에도 많은 걱정거리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처럼 신임 미국 대통령이 핵 협상을 취소할지에 대해 이란인들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란이 핵 협상을 위반해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란은 매우 사업하기가 복잡한 나라다. 이란 국민이 국제 결제를 진행하거나, 수령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란 내에 국제은행이나 신용카드 기기가 없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수천 달러를 현금으로 소지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가 일부 남아있는 까닭에 국제 은행들은 감히 이란에서 영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BNP 파리바 사건처럼 미국에서 기소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BNP 파리바는 형사기소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쿠바, 수단, 이란과의 거래에 대한 벌금으로 89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아르다반 아미르아슬라니 Ardavan AmirAslani(파리에서 활동하는 프랑스계 이란인 변호사로 이란 내 프랑스 투자 협상을 담당한다)는 “해당 사건은 은행권에 트라우마를 안겨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은 제재 조치가 풀리고 투자가 유입된 후에도, 이란 신생기업은 자신들이 모방하는 미국 기업이 결국 이란에 진출할 경우, 실패하거나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 클룹 Cloob(이란판 페이스북)은 수백만 명의 이란인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직접 접속함에 따라 지난 수년간 회원 3분의 2를 잃기도 했다.

스타트업 경영진을 만난 독일, 오스트리아 투자자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인구 8,000만 명의 미개척 시장-수년 간 경제제재의 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한다-에 큰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아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핵 협상이 유지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엔 수출입세가 너무 높고,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흐는 “이란에는 국제 비즈니스에 대한 규칙과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규칙이 정립되고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대규모 숙련 노동인구는 서구 기업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미래는 밝지만 생각보단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Vivienne W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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