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도 좋아 똑, 똑, 똑.. 비 오는 날의 운치

박근희 기자 2016. 7. 6.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ife & style] 비 오는 날 가보세요 유리창엔 비.. 은은하게 퍼지는 풀 내음.. 비에 젖은 미술관 거닐었더니 마음까지 촉촉해지네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꼽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도이 노부히로 감독)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가 1년 뒤 ‘비의 계절’에 돌아와 남편과 아이 곁에 머무른 6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보는 내내 스크린을, 메말라가던 마음을, 동시에 눈가를 촉촉하게 적셔주던 비. 그 촉촉한 사랑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얘기는 접어두자. 마른장마가 이어지던 가운데 요 며칠 내린 비는 바짝 마른 세상을 적셔주기에 충분했으니까. 앞으로 비는 더 온단다. 시원한 소나기가 될지, 국지성 호우가 될지, 갈증을 해소해주는 단비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계절은 그저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것. 모처럼 찾아온 비를 더욱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음악, 영화와 맛집, 책 몇 권을 소개한다. 비바람 속에서도 스타일 구기지 않는 뷰티와 헤어 팁은 덤이다.

비 그친 오후, 초록 정원 내다보이는 창에 뽀얀 김이 피어난다. 짙은 초록잎에 맺혀 있던 빗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질 때쯤 카페에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Gymnopedies)'가 흐른다. 편안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비를 감상하기엔 통유리창 카페가 그만. 드라이브할 수 있는 곳이라면 운치는 배가된다. 빗물 떨쳐내는 자동차 와이퍼 소리마저도 메트로놈의 템포처럼 느껴진다.

온실·대청마루에서 듣는 빗방울 소리

영동고속도로 양지IC로 나와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영곡마을 길을 50m 따라가면 논 한가운데 온실처럼 꾸며진 카페가 나온다. 알렉스 더 커피 용인점(070-4148-7714)이다. 지붕도, 벽도 온통 유리라 비 오는 날 풍경 물리게 감상할 수 있다. 밭 가꾸는 디자이너이자 농사짓는 건축가로 불리는 최시영 리빙엑시스 대표가 설계했다. 입구 앞 작은 텃밭도 보인다. 요거트치즈크림에 계절 과일을 넣은 베리굿(7000원), '퐁당 쇼콜라'로 불리는 찰리초코(7000원)가 맛있다. 차로 15분 거리에 한택식물원이 있다. 용인이 너무 멀다면 서울에 있는 알렉스 더 커피 성북점(070-7520-7714)도 괜찮다. 아담한 2층집 창가에 앉은 듯 정원을 내다보며 차 한잔 마시기 좋다. 비 오는 날 '온실' 창가 싱글석은 만석을 이룬다.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 내 카페 식물(02-747-4854)은 낡은 한옥 4채를 개보수한 공간이다. 현대식으로 고쳐놓은 대청마루 자리가 인기다. 방석을 깔고 앉아 그 옛날 엄마의 애장품이었을 자개상을 사이에 둔 채 두 다리 쭉 뻗고 차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더치커피인 소년커피(7000원)와 초콜릿 향 나는 소녀커피(7000원), 칵테일 화이트데저트(9000원)가 대표 메뉴. 갓 구운 크루아상(5000원)도 판매한다.

남양주 별내면에 있는 비루개(031-841-7612)는 식물원 겸 카페다. 2동의 커다란 유리 온실 속엔 다양한 식물이 심어져 있어 풀 내음 은은하다. '그물자리' '그네자리' '방석자리' 등 좌석을 취향 따라 골라 앉는 재미가 있다. 맑은 날엔 시야가 탁 트인 2층 테라스 자리가 붐비지만 비 오는 날엔 창 너머 광릉수목원이 보이는 2층 중앙 자리가 인기다. 무화과빙수(9000원)가 맛있다.

비에 젖은 미술관에서 힐링을!

비 오는 날 궁궐 산책도 특별한 감흥을 일으킨다.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02-3701-9500)에서 10월 3일까지 열리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비 오는 평일에 관람하기 딱 좋다. 1일 미술관에서 만난 이승연(52·대치동)씨는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서 비 오는 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덕수궁 뒷길에 자리한 맛집 콩두(02-722-7002)에서 보리굴비정식을 맛보고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을 산책하는 코스도 가볼 만하다. 인수대비 집무실이었던 한옥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콩두의 2층은 아치형 지붕까지 유리창으로 돼 있어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비 오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경기 장흥에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031-8082-4245)도 비 오는 날 고요하게 작품 관람하기 좋다.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를 모티브로 만든 순백색 건축물은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비롯해 영국 BBC 2014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 선정, 2014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베스트7'에 꼽혔다. 8월 28일까지 개관 2주년 기념 연례전인 'simple 2016'전을 연다. 전시관에 해당하는 방 곳곳을 탐험하며 만나는 커다란 격자창은 비 오는 날 운치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운이 좋다면 산책로를 걷다 풀숲에서 폴짝 튀어나온 개구리와 조우할 수도 있다.

경기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단지 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031-955-4100)은 자유로 드라이브 코스와 연계하기 좋다. 잿빛 거대한 건축물은 흐린 날에 더욱 멋스럽다.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곳. 내부로 스며드는 자연광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빛으로 미술관' 콘셉트지만, 빛이 없는 날에도 색다른 분위기로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단, 월·화·수요일 휴관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