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하노이 지점 2년새 대출 27배 증가

하노이(베트남)=최동수 기자 2016. 7. 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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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코리아 2016 ④-1]

[머니투데이 하노이(베트남)=최동수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국내 은행이 해외에 뿌린 씨앗이 자라나 열매를 맺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은행은 해외에서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순이익 비중이 전체의 20%에 육박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167개에 이르고 자산 규모는 992억달러에 달한다. 해외 사업이 투자의 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보험,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머니투데이는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현장을 직접 찾아가 금융강국 코리아의 활약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금융강국코리아 2016 ④-1]]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하노이 최고층 빌딩 ‘랜드마크72’.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컨설팅업체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회계법인 KPMG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두산, 현대오일뱅크, 대림 등 국내 대기업이 입주해 있다.

글로벌 기업의 베트남 본부가 모여있는 ‘랜드마크72’ 12층에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3년 11월에 하노이지점을 개점하고 1년도 안 돼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보통 지점을 새로 내면 3년이 걸려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1년 이내에 흑자로 전환한 것은 상당한 성과다.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의 주요 고객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따라 함께 나온 협력업체들이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이 베트남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츰 베트남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최광진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장은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상위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하노이지점이 자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하노이 진출 2년만에 대출 27배 증가=기업은행이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5년 10월이었다. 당시 기업은행은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치민에 사무소 설립허가서를 취득했다. 이 사무소를 2008년 3월에 지점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호치민에서 2009년에 인터넷뱅킹 업무를 시작하고 2011년에 휴대폰 문자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베트남 영업을 확장했다.

기업은행은 호치민에서 기반을 다진 후 2011년 8월에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도 지점을 내기로 결정하고 베트남 당국에 지점 인가서류를 제출했다. 지점 인가는 서류를 제출한지 1년 5개월만인 2013년 1월에 취득했다. 보통 외국계 은행이 지점 인가 확인증을 얻는데 2~3년 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전담은행이라는 점을 베트남 금융당국이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기업은행은 준비 작업을 거쳐 2013년 11월에 하노이지점을 열었다. 하노이지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노이 주변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세우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협력업체들이 대거 하노이 주변에 공장을 세우면서 각종 금융서비스가 필요했던 것. 삼성전자는 2011년과 2013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지역과 타이응우옌에 대규모 휴대폰 생산공장을 세웠고 LG전자도 지난해 3월에 하이퐁에 생산시설을 지었다.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의 기업고객 수는 영업을 시작한지 2년 남짓만인 지난해말 기준 424곳이다. 총자산은 2013년말 6979만달러(약 817억원)에서 지난해말 1억5827만달러(1853억원)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금은 306만달러에서 8364만달러로 27배까지 급증했다. 대출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기업은행은 주요 고객인 국내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면서 최근에는 현지 교포기업인 TYS(티와이에스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TYS는 2004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회사로 식기를 만들어 이케아와 독일의 명품 식기회사인 WMF에 납품하고 있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강소기업이다.

우동호 기업은행 하노이지점 부지점장은 “TYS는 기존에 HSBC와 씨티 등 주로 글로벌 은행들과 거래를 해왔는데 한국인 교포기업인 만큼 한국 은행과 거래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 거래가 성사됐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에 이어 현지 교포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준비 돌입…현지 기업과 현지인 고객 확보=기업은행은 베트남 현지 기업과 현지인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현지화 준비에도 착수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늘면서 실적이 늘고 있지만 베트남 현지 기업과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키우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5년 사이 베트남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베트남에는 국내 은행만 10곳이 진출해 있다. HSBC와 SC은행, 씨티 등 글로벌 은행을 비롯해 베트남 현지 은행들까지 최근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서동완 하노이지점 팀장은 “HSBC와 SC은행 등은 이미 지점 내에 한국 데스크를 설치하고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전담 마케팅을 시작했고 역외금융을 활용한 공격적인 대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베트남 현지은행들도 한국인을 고용해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주력 업무인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가계안정화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체크카드 서비스 등 베트남 현지인들을 위한 리테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체크카드 서비스는 베트남에서 국내 은행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현지화를 위해 현지인 채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지점에는 국내 주재원 8명과 현지직원 46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하노이지점은 조만간 현지인 2명을 추가 채용한다. 기업은행은 현지인 직원들을 육성해 내년에는 여신과 수신 부문 책임자를 배출할 방침이다.

현지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베트남 현지 은행 인수와 지분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당국은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외국계 은행에는 최대 지점 2개만 내주고 있다. 기업은행이 베트남에서 지점을 더 내려면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현지 은행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법인 전환까지는 4~5년이 걸리는 만큼 괜찮은 현지 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게 기업은행 판단이다.

IB(투자은행) 분야에도 도전해 지점 단위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수력발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도 수익원을 발굴해볼 계획이다. 최 지점장은 “현지화를 위한 사전 준비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나가고 있다”며 “베트남에 단독으로 진출해 성장한 교포기업과 베트남 현지기업, 인프라 투자 등이 향후 베트남에서 기업은행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최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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