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R] 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 하늘과 길과 차는 하나다

전범주 2016. 7. 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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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해안도로를 달리다콤팩트한 몸체에 스포츠카 엔진..액셀 밟자 도로 움켜쥐듯 밀착'에어캡'이 차량 내 바람 막고, '에어스카프' 목 주변 열기로 감싸..부슬비 내리고 있는 날씨에도 노천 온천서 반신욕하는 기분
메르세데스-벤츠가 소형차 모델인 C클래스에 최초로 선을 보이는 소프트톱 오픈카(카브리올레)를 직접 타보기 위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로 날아갔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에는 글로벌 신차 출시 행사의 장소만을 섭외하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차와 도로의 궁합을 중시한다. 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의 데뷔 장소는 아드리해 북부, 슬로베니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무역항 트리에스테였다. 첫인상은 '오래된 항구도시구나' 정도였지만, 차를 몰고 도로를 10여 분 달리고 나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됐다.

트리에스테에서 황홀한 해안도로를 탔다가 내륙으로 접어들면 그때부턴 포도밭 사이를 달린다. 가끔 그림 같은 수도원도 보인다.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어가는 것도 작은 푯말 하나를 휙 지나칠 때야 알 수 있다.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수백 년 된 집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1차선 도로를 지나야 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제주도 올레길 같은 숲속의 외딴 도로가 연결한다. 길은 좁지만 차는 많지 않고, 굴곡이 많고 주변 환경이 다양해 그야말로 최적의 드라이빙 코스다.

콤팩트하고 날렵한 몸체에 스포츠카의 엔진을 품은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도로를 움켜쥐듯이 밀착해 달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현기증이 날 만큼 민첩하고 힘있게 튀어나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가열차게 스티어링휠을 돌려도 이 녀석의 코너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방향을 잡았다.

첫날 시승한 C400 4MATIC 모델은 안정적인 주행의 극치를 보여줬다. 가속이면 가속, 제동이면 제동, 정숙성과 진동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균형감을 보여줬다. C400은 4매틱이란 꼬리표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4륜 구동 방식이다. 실제 한국에서 도로를 달릴 때 이 정도 스팩이라도 힘에서 부족함을 느낄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운전하는 재미와 편안한 주행감을 동시에 느끼기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느껴졌다. 2996CC V6엔진에 최고 출력 345㎾(333hp), 최대 토크 480Nm(1600∼4000rpm), 제로백은 5.2초다.

둘째날은 스포츠카로 개조된 AMG C63S 모델을 탔다. 시동을 걸자마자 낮고도 날카로운 '우르릉' 하는 엔진소리가 퍼져나간다. '적토마'에 오르자 힘이 넘친다고 느껴졌던 전날 시승차는 순한 양처럼 느껴졌다. 준중형 차체에 탑재된 3982CC의 V8 바이터보 엔진의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스포츠와 스포츠+(플러스), 레이스, 컴포트 등으로 나뉘어 있는 모드 속에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자마자 거친 배기음이 극대화되면서 순식간에 rpm이 4000∼5000대로 올라갔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맹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 '부아앙' 소리를 냈다.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면 변속기가 저단으로 내려가 rpm이 상승하면서 나오는 소리라고 한다. 제로백 4.1초, 최고 출력 375㎾(510hp), 1750∼4500rpm 구간에서 최대 토크 700Nm인 이 차량을 모는 건 운전이 아닌 놀이다. 특히 트리에스테 같은 곳에선.

문제는 날씨였다. 섭씨 17도 정도의 서늘한 대기에는 부슬비가 섞여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기도 가늘어지기도 했지만 이틀 내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다. 카브리올레를 타러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비라니….

결국 빗줄기가 가늘어질 무렵 뚜껑을 열어젖혔다. 달리는 차에서도 속도가 시속 50㎞ 이하면 20초 이내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지붕을 열자 이탈리아의 시원한 숲향기와 상큼한 바다내음이 온몸에 부딪혔다. '아, 이래서 컨버터블을 타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부슬비가 차 안으로는 거의 들이닥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바로 벤츠의 '에어캡' 기능이다. 에어캡은 A필러 상단에 윙을 펴고 뒷좌석 뒤에서 바람막이가 나와 바람의 차량 내 유입을 차단한다.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겠지만, 바람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천장을 연 상태에서 손을 A필러 상단으로 내밀면, 에어캡을 작동하지 않았을 때 손가락 한 마디만 지나도 손에 바람이 느껴지지만, 에어캡을 작동하면 손바닥 중간까지 내밀어도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에어캡으로 인해 8∼10㎝ 정도 바람이 차량의 위로 밀려나가는 셈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강력한 기류는 웬만한 빗방울도 차 밖으로 튕겨내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꽤 쌀쌀하다면 '에어스카프'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시트 목받침과 등받이 사이에 구멍이 나 있는데 여기서 뜨거운 바람이 나와 목 주변을 스카프처럼 열기로 감싼다. 추운 날씨에도 목만 따뜻하게 감싸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에어캡과 에어스카프 기능을 가동하고, 차내 히터를 세게 틀었더니 섭씨 15~17도 정도의 비오는 날씨에서도 차량 내부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노천 온천에서 반신욕을 하는 느낌이랄까.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보다 차라리 오픈카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날씨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은 크게 천 재질의 지붕을 덮은 소프트톱과 차체와 동일한 재질의 지붕 구조를 가진 하드톱으로 나눌 수 있다. 벤츠의 경우 소프트톱에 이륜 마차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인 '카브리올레'라는 모델명을 붙이고 있다.

벤츠는 C클래스에도 컨버터블을 도입하면서 하드톱보다는 소프트톱을 먼저 적용했다. 외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아힘 바트스투프너는 "소프트톱이 하드톱보다 훨씬 미려한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소프트톱은 하드톱에 비해 더 가볍고, 차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도 유리하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 특유의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부드러운 곡선미도 소프트톱이었기에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국내 출시는 4분기로 예정됐지만 C-클래스 카브리올레 중 어떤 모델이 들어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가격도 아직 미정이지만, 카브리올레가 아닌 AMG C63S의 국내 출시가가 1억25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트리에스테(이탈리아)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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