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트럭' 인지 못해 충돌..자율주행차 탑승자 첫 사망

정환보 기자 2016. 7. 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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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서 사고, 충돌 후에도 ‘30m’ 달리고 이탈
ㆍ테슬라 “자동 운행은 보조적 기능”
ㆍ운전대 안잡은 탑승자 책임 강조

테슬라 자율주행차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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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테슬라는 물론 완성차 업계까지 개발에 뛰어들며 ‘탈것의 미래’로 불리던 자율주행 자동차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일어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 사망 사고 당시 운전 모드가 ‘자동운행(오토파일럿)’에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 탑승자가 목숨을 잃은 경우는 처음으로 미 교통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CNN 등 언론에 따르면 미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플로리다 윌리스턴에서 5월7일(현지시간) 발생한 테슬라 모델S와 트레일러 트럭의 충돌 사고에 대해 예비조사를 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사고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직진하던 테슬라 차량이 반대편 차선에서 좌회전하는 대형 트레일러 트럭을 인지하지 못해 일어났다.

모델S는 전체가 하얀색인 대형 트레일러 트럭의 옆면 아랫부분과 정면충돌한 뒤 파손됐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탑승자는 곧바로 사망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모델S는 충돌을 일으킨 뒤에도 30m 가까이 멈추지 않고 더 주행해 주변 울타리들에 부딪쳐 도로 밖으로 이탈했다. 자율주행 장치나 탑승자 모두 브레이크를 작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충돌한 트레일러의 옆면이 하얀색이었고 당시 날씨가 매우 화창해 자율주행 제어장치나 운전자 모두 이를 차량으로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차량은 최저가가 6만6000달러(약 7500만원) 정도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는 오하이오주 캔턴에 주소를 둔 조슈아 브라운(40)이다.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2006년 이라크전에도 참전한 정보기술 전문가다. 자율주행 차량 커뮤니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그는 사고 한 달 전 유튜브에 테슬라 자동운행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테슬라는 이날 홈페이지에 “운전자는 테슬라의 임무와 기술의 약속, 혁신에 관심을 쏟아온 사람이었다”는 성명을 올리고 사망자와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첫 사망자가 나오기까지 자사 차량의 자동운행 모드 누적거리가 2억900만㎞에 이른다며 일반 차량보다는 그래도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평균 1억5000만㎞당 1명이 사망하는 ‘인간 운전자’에 의한 사고보다 낮은 확률이라는 것이다. 또 테슬라는 성명에서 “자동운행 기능을 활성화시킨 상태라 해도 이 기능은 보조적일 뿐”이라면서 “운전자는 차가 달리는 내내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서는 안되며 차량을 스스로 통제할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탑승자에게 상당 부분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자동운행 시 운전자의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모델S 세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핸즈프리 제어’ 기능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자율운행 차량이 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보다 시속 8㎞ 넘게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능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모델S 출시 때 “인간 운전자보다 나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테슬라는 이날 성명에서 “자율주행은 아직 시험단계에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자율주행차의 ‘판단착오’를 막을 방법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인 책임 문제도 다시 한번 부각됐다. 차량의 인공지능(AI)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 책임을 탑승한 운전자에게 물어야 할 것인지, 혹은 사고 차량 제작사에 물어야 할 것인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날 사고 사실이 발표된 뒤 테슬라 주가는 3%가량 떨어졌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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