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내는 연애편지, 읽는 이 입장서 '고쳐쓰기' 반복해야

2016. 6.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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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소서 잘 쓰는 ‘꿀팁’
학종 대세 시대, 자소서 중요해져
100~1500자 안에 나를 잘 보여줘야

‘얼마나 잘났나’ 보려는 거 아냐
학과 진학 뒤 가능성 보려는 의도
활동상·느낀점 구체적으로 밝혀야
나를 잘 아는 고교 교사 조언 중요해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15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연 ‘2017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교육연구정보원 제공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준비할 것이 많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면 고3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쓴다. 대입 자소서는 1000~1500자 안에서 자기를 소개하는 글로,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에서 요구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은 똑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녹여야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대학이나 전형별로 자소서 쓰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등 궁금한 게 많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교육 컨설팅을 많이 받지만 40만~200만원까지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고, 맹목적으로 따르다간 오히려 실패하기 십상이다. 자소서는 문항을 제대로 숙지하고 스스로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대표강사인 주상하 교사(한성과학고)는 “대학은 스펙이 많다고 무조건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지원자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보려는 게 아니라 우리 대학, 학과에 와서 얼마나 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본다”며 “해당 학과의 평가기준에 맞춰 자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 평가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논리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감정까지 흔들 수 있으려면 연애편지 쓰듯 솔직하고 진실해야 한다. 연애편지 쓸 때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며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는 것처럼 자소서도 어필할 부분을 찾아 여러 번 고쳐쓰기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소서를 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개인의 특성과 학업 능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사례를 끌어내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3학년 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훑어보지만 막상 닥쳐서 찾으려 하면 어렵다. 평소 자기만의 ‘글감 노트’를 만들어 활동 목록이나 활동할 당시 소감, 학교생활에서 느낀 점 등을 간략히 정리하라”고 했다.

흔히 자소서를 처음 쓸 때 학생들은 모범사례나 합격자의 자소서를 찾아 흉내 내려고 한다. 실제 명문대생들의 자소서를 볼 수 있는 유료 사이트도 있다. 유은선 충북대 입학사정관은 “남의 자소서를 따라 쓰다 오히려 자기 색깔이 바랠 수 있다. 문장 호응이나 단순 표현은 참고할 수 있지만 전체적 흐름은 자기 안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학생부가 객관적 팩트라면 자소서는 주관적 에세이다. 똑같은 활동을 했어도 어떤 학생은 지루하게 느끼고 자신은 인상적일 수 있다. 자소서를 쓰는 ‘여정’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팩트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교사는 “평소 함께 생활하는 교사가 아이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안다. 아이들이 사교육 컨설팅을 받아 써온 자소서를 보면 미사여구가 많아 문맥이 화려하고 내용을 물어봐도 잘 모른다. 자신이 스스로 쓴 게 아니라 남이 써줬기 때문”이라며 “교사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 학생부에서 지원 학과와 관련한 의미있는 활동을 찾고, 나만의 강점이나 차별점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이 학생부와 자소서를 따로 두고 평가한다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소서는 ‘서류평가’라는 틀 안에서 검토한다. 즉, 자소서 하나만 가지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부에 나온 내용과 자소서, 추천서 등을 동시에 띄워놓고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학생부에 나온 내용을 자소서에 다시 나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 그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소서를 쓸 때 평소 글감 노트를 만들어 활동 목록과 느낌 등을 적어둔 뒤 학생부에서 관련 활동을 찾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손태진 교사(풍문여고)는 ‘자기만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쓸 것’을 강조했다. 그는 “독서활동을 쓸 때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해당 이슈를)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는데 그게 뭐다’라는 식으로 쓰라”고 했다.

자신을 소개할 때는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솔직하게 쓰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손 교사는 자소서의 ‘갈등관리’ 항목을 사례로 들며 “아이들이 조별 과제나 동아리 활동 등 교우관계에서 갈등을 많이 겪는데 자소서에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고, 노력했다’고만 쓴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쓰고,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깨닫고 행동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쓰는 것도 좋다”고 했다.

“아이들 자소서를 보면 백이면 백 다 다르다. 똑같은 교내활동을 해도 각자의 특징이 보인다. 컨설팅을 받아 아름답게 포장한 개성 없는 자소서보다 투박하더라도 내가 나만의 소중한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걸 드러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올해 건대·경희대·서울여대·연대·외대·중대는 각 대학의 자율문항인 4번에 대해 공동연구를 해서 통일문항을 만들고, 다른 대학에도 보내 제안했다. ‘모집단위 지원 동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지원자의 교육환경(가정환경, 지역 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하라(1500자)’는 문항이다. 이렇게 대학별로 바뀐 자율문항과 ‘교장이 승인한 사항 이외의 외부 활동은 적으면 안 된다’는 등 기본적 사항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에 사는 학생이라면,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꿀맛닷컴 사이버 논술 교실’(www.kkulmat.com) 누리집을 통해 무료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학생들이 직접 쓴 자소서를 비공개로 등록하면 현직 교사들이 번갈아가면서 컨설팅해준다. 올해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입 자소서 컨설팅도 해준다. 하루 한번 가능하며, 1인 3번까지 받을 수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자소서 쓸 때 유의할 점-군더더기 표현은 최대한 줄여라 자소서는 정해진 글자 수 안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고교 1년 1학기 때’라는 말은 불필요하다. 활동 내용은 생기부에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글자 수만 차지할 수 있다. ‘저는’, ‘제가’라는 말도 군더더기다. 자소서 자체가 1인칭 시점으로 쓴 글이다. 강조하는 의미로 한두 번 쓰는 건 괜찮지만 문장을 시작할 때마다 반복해 쓰는 건 의미 없다. 콘텐츠로 글자 수를 채우기에도 부족하다. -다양한 창구 활용하되, 큰 틀은 스스로 지원하려는 전공 분야 대학생 선배, 학교 교사, 무료 컨설팅 등 여러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하는 건 좋다. 하지만 자소서는 ‘나만의 이야기’라는 걸 잊지 마라. 자소서를 쓰기 전 큰 틀을 잡고 가야 내 색깔을 잃지 않는다. 참고는 하되, 남의 얘기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 ‘무슨 활동을 했고 어떤 책을 읽었다’는 내용은 학생부에 이미 나와 있다.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했던 활동을 나열하기보다 그 활동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결과 느낀 점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하는 게 중요하다. 활동 내용 자체보다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집중하라. -학교 선생님을 많이 괴롭혀라 나의 학교생활이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다. 학생들 대부분 자소서 컨설팅을 받기 위해 국어교사를 찾아가지만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의 교과 교사를 찾는 게 더 유리하다. 기본 문장이나 표현은 나중에 고칠 수 있다. 그전에 먼저 자소서를 풍성하게 할 내용의 질이 중요하다. 교사를 여러 번 찾아가 끊임없이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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