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섬진강 트레킹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6. 6. 2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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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구미마을·장구목·구담마을

섬진강을 걸어보자. 강 너머 숲을 감상하고 물 위로 떨어지는 하늘빛 반영을 즐겨보자. 흘러내릴 것 같은 바위에 앉아 옛날을 상상해보고 현수교 위를 지나는 라이더와 손인사를 해보자. 순창과 임실, 경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섬진강을 따라 여행자의 길은 이어진다.

장구목

◆양씨들이 살아온 거북이 마을

섬진강 트레킹의 시작점은 ‘귀주마을 버스정류장’으로 해야겠다. 버스에서 내리면 열녀 이씨비가 있다. 걷기 전에 이곳에서 숨을 고르고 신발끈을 고쳐 맨다. 이왕 열녀비를 봤으니 잠시 사연도 살펴본다. 고려 우왕 때 남원 양씨 집성촌이었던 이곳(구미마을)에 어린 처자 이씨가 양수생의 처로 시집을 온다. 그런데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 시부모는 재혼을 권했지만 수절하며 아들 양사보를 잘 키워냈다. 물론 평탄하지는 않았다. 아들을 업고 남원으로 갔던 이씨는 왜구가 쳐들어오자 이곳 구미리로 피난 와서 자리를 잡았다. 양사보는 훗날 조선 초 통훈대부가 된다. 이후 630년간 이곳에서 자손들이 대대로 번창한 것 같다. 1960년대 구미초등학교 설립 당시 모든 학생이 남원 양씨로 전국에서 유일한 씨족학교였다니 말이다. 지금도 양씨 100여가구가 이 마을에 살고 있다.

‘구미’라는 이름은 거북이에서 왔다. 마을 끝에는 머리 없는 거북이 바위가 있고 구암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이름을 모티브로 거북 장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시작해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을 ‘거북이길’이라 부른다. 4개 코스가 있고 이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3코스에 해당한다. 왼쪽으로 강을 두고 걷는데 강물은 깊지 않고 수면에 비치는 하늘빛 반영이 상쾌하다. 강 건너로 보이는 벌둥산, 불암산에는 초록과 푸른 빛이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종호’(鍾湖) 라고 쓰인 큰 바위는 조선 현종 때 양운거의 놀이터다. 종호는 ‘시객들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종소리처럼 메아리친다’는 뜻으로 풍류를 즐긴 곳이다. 강물이 불면 바위는 강 한가운데 떨어진 섬이 되는데 노비들이 배를 타고 술과 음식을 날랐다고도 하고 바위에 구멍을 파 술을 담아 마셨다고도 한다. 풍경과 시객들의 놀이가 어땠을지 상상해 보면 호사보다는 운치였겠다 싶다. 양운거는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을 도와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다니 마시고 놀기만 한 양반은 아니다. 임금이 내린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 내려와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며 종호 바위 부근에는 종호정이라는 정자도 하나 만들었다는데 지금 정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거북이길은 자전거 타기에도 좋아 라이더들의 종주 코스이기도 하다. 장군목 쪽으로 현수교가 보이는데 자전거가 질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제 석문을 지나면 장군목이다.

구미마을 열녀비

◆장군목 가운데 요강 하나

장군목 또는 장구목이라 하는 곳, 이곳에 이르면 신기한 풍경을 만난다. 둥글게 골이 나 있는 울퉁불퉁한 바위가 강바닥에 깔려있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하다. 바위가 꿈틀꿈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다. 전설이 있다면 여기가 적당하겠다. 커다란 용이 지나간 자리 같기도 하고 조물주가 찰흙으로 장난을 치다가 던져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장구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요강이 있다. 요강이라기엔 너무 커서 이 역시 신이 쓰다 두고 간, 신물 같다. 이 구멍에 사람 두명은 넉넉히 들어가겠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는 주민 5명이 이곳에 몸을 숨겨 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 신기한 바위를 그냥 감상만 했을 리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이 요강바위를 수호신으로 받들어 왔고 아들 낳기를 원하는 여자가 이 요강 위에 앉으면 소원을 이뤘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신물을 독점하고 싶어했다. 높이 2m, 폭 3m로 15톤이나 되는 크고 진귀한 바위가 도난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가격이 수십억원이라는 이야기에 욕심을 냈던 것 같다. 문제는 이걸 훔쳐다가 어디에 팔 것이며 그것을 판다 한들 어디에 숨겨 놓고 즐길 셈이었는지…. 신과 자연의 선물을 혼자 즐기려는 간 큰 비양심은 못 되었나 보다. 아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것을 훔쳐간 집에 우환이 가시지 않았다고도 한다. 바위가 스스로를 지킨 것인지 큰 죄를 저지른 그 자의 양심이 마음을 돌이키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바위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여행자들은 이 사연 많은 바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붐비는 날에는 바위 주변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요강에 들어가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 이 모습을 신은 보고 있을까. 자기가 쓰던 요강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말이다. 전설은 상상을, 상상은 여행을 세배쯤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요강바위

구담마을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

◆‘아름다운 시절’의 구담마을

종착지는 구담마을이다. 길을 따라 둔덕에 오르니 섬진강을 품은 산과 길이 아름답다. 왼쪽이 임실, 오른쪽이 순창이다. 어느덧 순창에서 시작해 임실까지 왔다.

이곳은 이광모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 장소다. 제목처럼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소가 이곳이다. 사실 ‘아름다운 시절’이란 제목은 역설적으로 쓰인 것이다. 아프고 처절했던 한국전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섬진강이 품은 쓰라린 역사와도 통하는 바가 있다. 어쨌든 감독과 스태프가 적당한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7개월을 다녔고, 그 결과 찾아낸 곳이 바로 이곳이다. 데뷔작이었던 영화로 대종상 6개 부문 수상, 도쿄영화제 금상, 칸느영화제 초청 등의 영예를 얻었다. 이에 주요한 역할을 해낸 것이 화면에 담아낸 영상이고 그 대상이 바로 이곳이다.

물안개 피는 아침은 요정이라도 내려올 듯 신비롭다. 지금은 푸른 잎이 덮였지만 나뭇가지 없는 계절에 온다면 몽환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질 것이다. 봄이면 매화군락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이면 갈대밭이 바다를 이룬다. 사계절 변함없는 당산나무의 위엄이 느껴지며 고목에 둘러싸인 둔덕 위의 공터마저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의 역할을 했을 것도 같고, 그보다 더 옛날에는 제사를 올리던 곳, 신과 만나던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의 집이 있다. 시인은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시를 썼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곳이 천담마을에서 구담마을을 거쳐 장구목까지 이르는 길이다. 걸어보니 과연 시가 나올 것 같다. 아니 그림을 그려도 좋겠다. 당산 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낮잠을 자다가 옛날을 상상하고, 길 지나는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하고, 더우면 강가로 내려가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에 발을 담가도 좋겠다.

[여행 정보]

구미마을(트레킹 시작점)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도인로 - 정월삼거리에서 ‘삼계’ 방면으로 좌회전 - 임삼로 - 학정2길 - 세학로 - 어치삼거리에서 ‘적성, 동계’ 방면으로 좌회전 - 강동로 - 관전삼거리에서 ‘임계, 적성, 장군목’ 방면으로 좌회전 - 귀미로 - 귀주마을 정류장

[대중교통]
순창공용버스터미널 - (순창-순창: 지북, 구미, 동계) 승차 후, 귀주마을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구미마을: 검색어 ‘구미마을회관’ 나 ‘구미중앙장로교회’ /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귀미로 290
장구목, 장군목: 검색어 ‘내룡마을장구목’ 이나 ‘동계장군목유원지’ /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686-1
구담마을: 검색어 ‘구담마을’ /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천담리

순창군 문화관광
문의: 1330 / http://tour.sunchang.go.kr

장군목유원지
문의: 063-650-5721

임실군 문화관광
문의: 063-640-2114 / http://imsil.gojb.net

구담마을
문의: 063-644-9051 / http://www.gudam.kr

● 음식
장구목가든
: 요강바위 앞에 있는 식당으로 트레킹 길목에 있어 이용이 편하다. 주요 메뉴는 한방 백숙이다. 농촌진흥청의 농가맛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밥상 6만원 / 백봉오골계 8만원 / 청계한방백숙 8만5000원
063-653-3917/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706-4

● 숙박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 트레킹 중 강 건너로 보이는 숙박 시설로 장군목 근처에 있어 풍광이 좋다. 이곳에 주차하고 섬진강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데크가 있어 오토캠핑도 할 수 있다.
예약문의: 063-653-9688 /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강경길 76-165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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