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열리는 차의 로망..이탈리아에서 만난 카브리올레

엄형준 2016. 6. 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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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250d 카브리올레. 2143CC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지붕이 열리는 차’, 컨버터블은 많은 운전자에게 ‘로망’이다. 컨버터블을 쉽게 볼 수 없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면 스쳐 지나가는 운전자들과 행인들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주목받고 싶어하는 걸 ‘관심병’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비웃기도 하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심지어 뉴스에 다는 악성 댓글도 누군가 봐주기 때문에 존재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타인의 시선은 분명 차를 선택하는 유의미한 요소다. 컨버터블은 여기에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쾌감을 더하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C클래스 최초의 컨버터블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 2016에서 첫 선을 보인 C클래스 최초의 컨버터블 모델인 더 뉴 C클래스 카브리올레의 시승을 위해 이탈리아 북부의 항구도시이자 휴양도시인 트리에스테로 날아갔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9일(현지시간) 낮, 시승행사가 열리는 해안가의 리조트에 도열해 있는 카브리올레와 대면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40여개국의 기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더 뉴 C클래스 카브리올레 시승식을 가졌다. 차들이 시승장소에 도열해 있다. 트리에스테(이탈리아)=엄형준 기자

컨버터블은 크게 천재질의 지붕을 덮은 소프트탑과 차체와 동일한 재질의 지붕 구조를 가진 하드탑으로 나눌 수 있는데, 벤츠의 경우 소프트탑에 2륜 마차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인 ‘카브리올레’라는 모델명을 붙이고 있다.

왜 첫 컨버터블은 소프트탑일까. 벤츠의 외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아힘 바트스투프너는 “소프트탑이 하드탑보다 훨씬 미려한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소프트탑은 하드탑에 비해 아예 뚜껑이 없는 오픈탑에 더 가깝게 다가간 차라고 할 수 있다. 바트스투프너는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강조했다. 소프트탑은 하드탑에 비해 더 가볍고, 차의 밸런스를 맞추는데도 유리하다. 천장이 없는데서 오는 차량 뒤틀림의 문제는 하체를 보강해 잡는다. 천장의 색상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과 캔버스 재질이 가지는 질감도 소프트탑만의 장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 250d 카브리올레는 소프트탑을 채용했다. 소프트탑은 가볍고, 몇몇 색상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카브리올레의 전면 형상은 C클래스 세단이나 쿠페와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기존 C클래스와 마찬가지로 트림에 따라 그릴 모양은 다르다.) 옆과 뒤로 시선을 옮기면 차이점이 발견된다. 벤츠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카브리올레의 천장은 세단보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둥그스름한 뒷면으로 이어지다가 천장을 수납하는 트렁크 앞에서 본체와 만난다. 하지만 쿠페보다는 천장의 기울기가 더 높다. 쿠페의 경우엔 천장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자동차 후면까지 연결된다. 설계상의 한계겠지만, 지붕이 덮인 상태라면 옆면의 자연스러움은 카브리올레보다는 쿠페가 한 수 위다.

또 카브리올레는 필러와 본체 사이에 크롬 몰딩이 차를 한바퀴 두르고 있는데,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의 아름다움을 한층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전반적인 생김을 보면 세단보다는 쿠페를 모체로 디자인된 것으로 보인다.

◆온탕과 냉탕을 함께 맛보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의 최상위 모델인 C63S. 벤츠의 신형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시속 50km 이하로 달리며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내장은 전형적인 C클래스다. 기본적인 조작방법이나 키 배열 등은 C클래스와 대동소이하다. 카브리올레도 C클래스니 통일성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지붕이다. 지붕의 바깥은 캔버스 재질로 돼 있고, 안 쪽은 스펀지 형태의 쿠션감이 있는 부드러운 화학섬유(아마도) 재질로 돼 있다. 이 움직이는 지붕은 바(Bar) 형태의 5개의 가로 뼈대(프레임)가 받치고 있다.

이 지붕은 시속 50㎞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며 여닫을 수 있는데, 벤츠 측이 제시한 시간은 20여초로 실제 측정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요즘 차치고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지붕 개폐 중 차량 속도가 50㎞를 넘어서면 작동이 멈추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밖에 소소한 차이가 몇 가지 있는데 시트 목받침과 등받이 사이에 에어밴트가 위치하고 있다.(모델에 따라 없을 수도 있다.) 목 부위를 따뜻한 공기로 감싸주는 난방시스템인 ‘에어 스카프’다. 이를 작동하기 위한 별도의 버튼과 지붕 개폐 버튼, 또 하나의 카브리올레만을 위한 장치인 ‘에어캡’ 버튼도 눈에 띈다.
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에 설치된 ‘에어캡’은 지붕 개방시 외부 공기의 차량내 유입을 최소화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일부러 바람을 맞겠다면 상관없겠지만, 쌀쌀한 날씨라면 에어캡 옵션은 필수다. 에어캡은 A필러 상단에 윙을 펴고 뒷좌석 뒤에서 바람막이가 나와 바람의 차량 내 유입을 차단한다.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겠지만, 바람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천장을 연 상태에서 손을 A필러 상단으로 내밀면, 에어캡을 작동하지 않았을 때 손가락 한 마디만 지나도 손에 바람이 느껴지지만, 에어캡을 작동하면 손바닥 중간까지 내밀어도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에어캡으로 인해 약 8∼10㎝ 정도 바람이 차량의 위로 밀려나가는 셈이다.

이틀간의 시승 내내 비가 오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섭씨 17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 빗줄기가 굵어질 때면 천장을 닫아야 했지만, 에어캡과 에어 스카프, 기본 히터를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외부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신나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수목장에서 노천온천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같은 차 다른 엔진의 매력

카브리올레는 엔진에 따라 다양한 세부 모델이 존재하는데 이번 시승에서는 디젤엔진의 C250d와 가솔린 엔진의 4륜 구동 모델인 C400 4MATIC, 고성능 차량인 AMG C63S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들 차량을 타고 해변도로와 국경을 넘나드는 굽이진 시골 국도, 고속도로, 도심을 달려봤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C63S 카브리올레. 3982CC의 V8 터보엔진을 감당하기 위한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와 전륜 255/35 19인치 타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첫번째 시승차인 AMG C63S는 야생마였다. 준중형 차체에 탑재된 3982CC의 V8 바이터보 엔진의 힘은 차고 넘쳤다. 제로백 4.1초, 최고출력 375㎾(510hp), 1750∼4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700Nm인 이 차량에 부족함을 느끼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해외에서 그것도 처음 타는 야생마로 빗길 주행을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가슴 떨리는 일이다. 이건 뚜껑도 없지 않은가. 차량 전복시 뒷좌석에서 롤오버 프로텍션바가 나와 차량 내부를 보호한다지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자 뒷바퀴가 옆으로 밀려나가며 긴장감을 높인다. (63S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보다 한단계 더 높은 단계의 퍼포먼스를 내는 레이스 모드도 있다.) 한없이 밟고 싶은 욕망은 낯설고 좁디좁은 길과 과속 딱지의 공포로 잠시 접어둬야 했지만 길들이고 싶은 명마임은 분명하다. 으르렁대는 엔진 소리, 손으로 흘러나오는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알칸트라 핸들커버와 몸을 감싸는 스포츠 버킷시트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 가장 비싼 모델임에도 시트의 생김 때문인지 에에스카프 옵션은 달려있지 않았다.
C 250d 카브리올레의 특징은 무난함이다. 부드러운 갈색 가죽시트를 채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두 번째로 시승한 모델은 C250d다. 63S뒤에 탔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장 무난한 코스였기 때문일까. 운전하는 재미는 세 차량 중 가장 뒤졌다.

그렇다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시트에서 엉덩이가 통통 튀고 밟는 재미도 그다지 없었지만, 경험한 3가지 트림 중에서는 가장 운전하기 쉽고 편안한 차였다. 가속은 부드럽게 이뤄지고 엔진 소음이나 떨림도 별로 느끼기 힘들다. 세단을 타는 듯하다.

9단 자동 변속기에 2143CC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은 3800rpm에서 150㎾(204hp), 최대토크는 1600∼1800rpm에서 500Nm, 제로백은 7.2초다.

현재 우리나라에 디젤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은 작아보이지만 연비와 편안함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C400 4MATIC 카브리올레. 모두 4명이 탑승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시승 둘째 날 타게 된 C400 4MATIC은 노면이 불안정한 날씨임에도 가장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의 1차선에 가까운 왕복 2차선에서도 가속과 감속을 여유롭게 해내며 좌우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때로는 지나치게 정제된 움직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힘과 안정감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고 핸들의 반응도 느리지 않다. 2996CC V6엔진에 최고출력 345㎾(333hp), 최대토크 480Nm(1600∼4000rpm), 제로백은 5.2초다.

◆카브리올레를 탄다는 것

카브리올레는 4인승 차량이다. 뒷좌석은 가운데 컵 홀더가 있는 형태로 5인 탑승은 아예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이 4명이라는 숫자도 사실은 좀 애매하다. 곡선을 그리는 지붕 덕에 성인 남성이 뚜껑을 덮은 상태로 뒷좌석에 앉기는 곤란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었다간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바에 머리를 가격당할 수도 있다. 다만 레그룸은 그다지 좁지 않아 지붕을 연 상태라면 성인 4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엔 뒷좌석 탑승자는 바람을 제대로 즐길 준비를 해야한다. 에어캡도 뒷좌석 바람까지 막지는 못한다. 또 시트의 높은 각도에서 오는 불편함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의 전열 공간은 여유롭고 안락하다. 하지만 후열로 가면 얘기가 틀려진다. 트리에스테(이탈리아)=엄형준 기자
이 차에 실제 탑승 가능한 인원은 성인 2명에 청소년 2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컨버터블의 특성상 트렁크 공간도 여유롭지는 않다. 그래도 트렁크 전체 길이는 꽤 깊은 편으로 지붕을 닿은 상태라면, 대각선으로 골프채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열 시트를 접을 수도 있어, 스키나 보드도 수납 가능하다.

시승을 마치고 차량 반납을 위해 트리에스테 시내로 들어서자 앞 차량이 내뿜는 매연이 거슬린다. 시내 도로 주행환경은 이탈리아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는 그만 지붕을 닫고 싶어진다.

더 뉴 C클래스 카브리올레를 가족용 차량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2명, 혹은 아이를 가진 3명 정도까지라면 어찌어찌 가족용으로도 써 볼 수 있을 테지만 4명이 넘어가면 권하고 싶지 않다.

AMG C63S 카브리올레. 가장 고급 모델이지만 스포츠 시트 채용으로 에어스카프는 달려있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출퇴근용으로도 카브리올레는 적합하지 않다. 다만 출퇴근 때는 지붕을 닫고 주말에 교외 나들이를 나설 생각이라면 그건 괜찮겠다.

카브리올레는 고속도로에도 그다지 어울리는 차는 아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국도변을 달릴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차다. 그래서 벤츠도 해안도로와 국도를 달릴 수 있는 트리에스테를 시승 장소로 잡지 않았을까.

트리에스테(이탈리아)=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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