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557) 새 인공원소의 이름

2016. 6.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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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원소의 성질·과학자 등 이름 붙여

지난 연말 새로운 인공원소 합성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일본·미국·러시아의 연구소들이 제안한 원소의 이름과 기호가 공개됐다. 원자번호 113번은 '니혼늄'(Nh), 115번은 '모스코븀'(Mc), 117번은 '테네신'(Ts), 118번은 '오가네손'(Og)이다. 5개월 동안의 공개 검토를 거쳐 내년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되는 IUPAC(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확정된다. 잠정적으로 쓰던 Uut(113번), Uup(115번), Uuh(117번), Uuo(118번) 등의 임시 이름과 기호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원자번호 113번 원소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활동하던 규슈대학의 고스케 모리타가 2005년 처음 합성했던 원소다. 미국과 러시아도 일본보다 5개월 앞서 합성 사실을 공표했지만 IUPAC이 지난 연말 일본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었다. IUPAC이 정하는 원소 이름에 아시아 국가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당초 '자포늄'(japonium)이나 '리케늄'(rikenium)이라는 이름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제안한 'nihonium'은 '일본'의 일본식 발음인 '니혼'에서 유래된 것이어서 '니호늄'보다 '니혼늄'으로 표기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새로운 원소의 발견을 주장했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08년 도호쿠대학 오가와 마사타카 교수도 원자번호 43번 원소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닛폰늄'(Np)으로 불렀다. 그러나 훗날 오가와의 닛폰늄은 1925년 독일에서 발견된 원자번호 75번의 '레늄'(Re)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원자번호 43번의 원소는 1936년 이탈리아 팔레르모대학의 에밀리오 세그레에 의해 발견되어 '테크네튬'(Tc)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자번호 115번과 117번 원소에는 각각 러시아와 미국의 주 이름이 붙여졌다. 모스코븀은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둘러싸고, 러시아 핵물리학연구소의 중심인 핵공동연구소가 위치한 두브나가 있는 모스크바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테네신은 원소 발견을 위한 실험을 했던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반더빌트대학교, 녹스빌의 테네시대학교가 있는 테네시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러시아 핵공동연구소와 미국 로렌스리버무어 국립연구소의 공동 연구로 합성된 원자번호 118번 원소에는 악티늄족 원소의 연구를 개척했던 러시아의 핵물리학자 유리 오가네시안의 이름이 붙여졌다. 오가네시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초중량 원소들의 발견과 안정한 동위원소들의 존재를 나타내는 '안정성의 섬'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일에 기여한 인물이다.

새로 제안된 원소 이름은 IUPAC이 올해 개정한 원소의 명명 원칙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원칙에 따르면, 원소에는 천체 또는 신화적 개념이나 인물의 이름, 광물의 이름, 지명, 원소의 성질,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다. 할로겐족(17족) 원소에는 '-ine'를 붙이고, 비활성족(18족)에는 '-on'을 붙이고, 나머지 다른 족(1-16족)의 원소에는 '-ium'을 붙인다. 그리고 영어로 표현된 IUPAC의 공식 이름은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1869년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처음 고안했을 때 알려진 원소는 56종이었다. 이제 118종의 원소가 확인되면서 주기율표의 구조도 훨씬 복잡해졌다. 1주기에 2개, 2·3주기에 각각 8개, 4·5주기에 각각 18개, 6·7주기에 각각 32개의 원소가 채워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들의 물리·화학적 성질은 대부분 현대 양자화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더 이상 신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새로운 원소의 발견을 위한 과학적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미 주기율표의 8주기에 들어갈 원소들의 합성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코레아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학을 허황된 명성을 얻거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세상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기초과학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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