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아가씨' 히든 캐릭터.. 숨 멎게 한 열연

지난 1일 개봉해 일주일 만에 236만여 관객을 모은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는 특별한 배우 한 명이 등장한다.
개봉 전 홍보나 마케팅에도 빠져 있던, '아가씨'만의 히든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문소리. 그녀는 비록 짧은 분량이었지만 주연급 존재감을 드러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문소리는 극 중 '히데코'(김민희)의 '이모' 역을 맡아 흥행을 이끄는 숨은 주역으로 부상했다.
단 4장면 출연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의 진가를 드러냈다.
문소리가 분한 이모는 부모를 잃은 아가씨의 정신적 지주이자 유일한 위안이 되는 인물이다. 남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완벽한 통제 하에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의 그녀는 아가씨가 성인이 돼서도 코우즈키를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동시에 향후 스토리 전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다.
제1부가 끝나고 제2부, 어린 시절 아가씨의 회상신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문소리는 첫 등장부터 숨막히는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객들은 까만 밤 단정한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하는 문소리의 신비로운 자태에 탄성을 자아내는 것도 잠시, 이어지는 어린 아가씨와의 낭독회 연습 장면에서는 예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우즈키 앞에서 어린 아가씨와 함께 낭독회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문소리는 코우즈키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이모의 모습을 섬세한 표정연기와 몸짓으로 고스란히 살려냈다.
특히 그는 디테일까지 고려한 치밀한 열연을 통해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해낸 동시에 코우즈키의 강렬한 아우라를 배가시켰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이 장면에 대해 “코우즈키의 통제에도 모욕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책을 뚫어지게 보는 문소리의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왜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인지 증명했다”며 극찬했다.
관객들에게 문소리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며 회자되고 있는 장면은 바로 낭독회신이다. 이 장면에서 문소리는 비주얼, 표정, 목소리, 억양까지 완벽한 일본 귀족으로 분했다.
실제 문소리는 약 2개월 간의 연습 끝에 낭독회신을 완성해냈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구사를 위해 문소리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쓰는 것까지 익혔고 실제 라쿠고(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하는 일본 전통예능) 영상이나 아나운서들의 낭독 영상을 찾아보는 등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문소리의 특별출연은 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러브콜 끝에 성사됐다.
박찬욱 감독은 2010년 동생 박찬경 감독과 만든 단편영화 '파란만장'에서 문소리와 작업하고 싶었으나, 그녀의 임신으로 함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문소리는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에 출연해 놀라운 열연을 펼쳤고, 박찬욱 감독의 신뢰를 얻어냈다.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문소리와의 작업은 오랫동안 바래왔던 소망이었다. '만신' 속 그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고 존경심을 갖게 됐다. 언젠가 꼭 한번 모시고 싶었다"며 문소리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문소리는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답했고 '아가씨'에서 그는 감독과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만족시킨 '신의 한 수'로 남게 됐다.
'아가씨'를 본 관객들 역시 그의 절정의 연기력에 반한 눈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가씨 문소리 등장만으로 시선강탈! 정말 대단한 배우다", "아가씨를 다시 볼 단 하나의 이유는 문소리", "문소리 특별출연이라기엔 너무 독보적 존재감인데", "아가씨 문소리 장면만 따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 "아가씨 보니 다시 한번 왜 문소리가 최고의 배우라고 하는지 알겠다", "갓소리 평생 연기해주세요" 등 문소리를 향한 열렬한 반응이 올라왔다.
한편, '아가씨' 특별출연으로 화제가 된 문소리는 현재 배우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등과 함께 영화 '특별시민'을 촬영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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