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추억의 장비' 3번 아이언..박성현은 쓴다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괴력의 장타자다.
공식 기록에는 장타 순위 16위(평균 266.980야드)에 불과하나 LPGA투어에서는 누구나 다 쭈타누깐을 최장자로 친다.
쭈타누깐은 대회 때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다. 드라이버 방향성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될 만큼 장타력이 뛰어나서다.
그는 파4홀과 파5홀에서는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때린다. 540야드짜리 파5홀에서 3번 우드를 두 번 쳐서 그린에 볼을 올린 적도 있다. 3번 우드 비거리가 270야드가 넘는다는 얘기다.
쭈타누깐이 남다른 점은 롱아이언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사실이다. 그는 남자 선수들도 잘 쓰지 않는 2번 아이언을 티샷용으로 친다.
최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2번 아이언으로 300야드를 날려 화제가 됐지만 2번 아이언은 아무나 쓰는 클럽이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번 아이언은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말도 있다.
여자 프로 골프 선수에게는 2번 아이언은 언감생심이고, 3번 아이언조차 '추억의 장비'가 된 지 오래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판매하는 아이언 세트에서 3번 아이언은 이제 구경조차 힘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가운데 3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3번 아이언 뿐 아니라 4번 아이언마저 선수들 가방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3일 개막한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출전 선수 가운데 3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를 수소문했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57명에 클럽을 지원하는 캘러웨이 골프 김명균 과장은 "3번 아이언을 쓰는 여자 선수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캘러웨이 골프 아이언을 쓰는 여자 선수 가운데 4번 아이언을 사용하는 선수도 6명 뿐이다. 8명은 5번 아이언도 없다.
하이브리드 클럽이 3, 4, 5번 아이언을 대신하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라는 설명이다.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을 쓰는 여자 선수 5명도 모두 3번 아이언이 없다. 4번 아이언도 이민영(23·한화)과 이소영(19·롯데) 두 명만 쓴다.
아쿠쉬네트 코리아도 여자 프로 선수 9명과 타이틀리스트 아이언 사용 계약을 했지만 3번 아이언을 달라는 선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3번 아이언은 볼을 띄우기가 어렵다. 정확하게 볼을 맞히지 않으면 원하는 거리가 나지 않는다.
골프 스윙 메커니즘 전문가인 트랙맨 코리아 김기욱 투어프로모터는 "3번 아이언을 쓰려면 빠른 헤드 스피드와 강하고 정확한 임팩트, 그리고 작은 헤드가 주는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선수라도 여성이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3번 아이언은 그래서 남자에 버금가는 스윙 스피드를 지닌 장타자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장타자라도 여자 선수가 3번 아이언을 골프백에 넣는 건 모험이다.
이정민(24·비씨카드)과 김세영(23·미래에셋)도 빠른 스윙 스피드와 정확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장타자지만 3번 아이언은 백에 없다.
3번 아이언을 실전에 사용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선수는 박성현(23·넵스) 뿐이다.
박성현도 늘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아니다. 맞바람이 불거나 코스 특성상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만 쓴다.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쓰임새가 많다.
17도 하이브리드와 번갈아 쓰는 데 아무래도 하이브리드를 더 자주 선택하는 편이다. 3번 아이언은 탄도가 낮아 맞바람에도 캐리 거리를 맞추는데 더 유리한 반면 하이브리드는 실수할 가능성이 훨씬 작다.
언제 실전에서 쓸지 모르니 3번 아이언샷 연습에도 적지 않는 시간을 할애한다.
박성현의 캐디 장종학 씨는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3번 아이언을 아주 잘 다룬다"면서 "195m 거리에 맞바람이 분다면 3번 아이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박성현이 사용하는 아이언을 공급하는 핑 골프 우원희 부장은 "박성현은 임팩트가 강하고 하향 타격으로 볼을 치는 스타일이라 롱아이언을 잘 다룬다"면서 "요즘은 4번 아이언도 하이브리드에 밀리는 추세인데 박성현은 4번 아이언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대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핑 골프와 계약한 여자 선수 11명 가운데 박성현 말고는 아무도 3번 아이언을 갖고 있지 않다고 우 부장은 귀띔했다.
다만 박성현의 3번 아이언은 다른 아이언보다 치기 수월한 모델이다. 4번 아이언까지는 캐비티 백이 거의 없는 블레이드 타입 S55 모델을 쓰지만 3번 아이언은 IE 1 모델이다.
박성현은 쭈타누깐이 쓴다는 2번 아이언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살짝 공개했다. 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고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실전에서는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번 아이언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남다른 선수임이 틀림없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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