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손맛

2016. 6. 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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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어느 정도는 연마해야 되는 것이 맞습니다만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격증이나 학벌, 학교가 그다지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요리가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배우지 않아도 그냥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손맛’이 있습니다. 참 부러운 사람들이지요. 이런 분들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도 식당을 차려야 합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삼거리의 정겨운 비스트로 용인 <양지고메>

30년 동안 있었던 동네 잡화점, 삼거리상회 자리에 새로 들어선 말쑥한 디저트 카페. 이현경 씨가 홈메이드 디저트와 라바짜 커피를 파는 양지고메는 진즉부터 카페가 아닌 식당, ‘비스트로’를 꿈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 베이킹 실력으로 귀국 후 한동안은 수제베이커리를 만들어 판매했다. 심심풀이로 인터넷에서만 소박하게 운영했는데, 금세 꽤 소문이 났었다. ‘더 비스코티’란 사이트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녀의 정성 어린 브라우니와 비스코티를 기억한다.

양지고메가 한달 전 메뉴판을 리뉴얼하며 신고식을 마쳤다. 천천히 가도 제대로 가길 원하는 꼼꼼한 주인들의 성격을 닮아 메뉴 한 개 만드는데 몇 개월씩 실험을 거쳤다. 브런치, 파스타, 버거, 샌드위치, 피자까지 양식을 기반으로 했다. 소스, 피클까지 모두 고집스럽게 100% 홈메이드를 실천하는데,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주중 런치스페셜은 1만3900원으로 파스타, 수프나 샐러드, 커피까지 3코스가 나온다. 2인은 2만2900원으로 더 할인된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브런치를 선택해 보았다. 풀잉글리쉬블랙퍼스트(1만2900원)는 정통 영국식 싱크료율 99%를 자랑한다. 베이크드 빈스의 맛을 아는 정통파라면 깜짝 놀랄 만한 맛이다. 반면 삼거리블랙퍼스트(1만2900원)는 저염베이컨에 프렌치토스트, 올리브 치아바타빵, 치즈오믈렛, 쫄깃한 독일식 소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내친김에 단호박 수프와 파스타(1만1900원), 찹스테이크샐러드(2만1900원)까지 맛을 보았다. 부부의 손맛과 센스 인정! 치즈케이크, 레몬타르트, 피칸타르트 등의 디저트에 최근엔 녹차아이스크림까지 시도했다. “삼거리의 비스트로가 되고 싶어요. 골목 안 따뜻한 동네식당,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햇살 받으며 책 읽으며 오래 머무르기도 하는 그런 공간. 조만간 런던프라이드나 기네스 같은 영국 맥주도 갖출 예정이예요. 이 기사가 나갈 즈음이면 준비되지 않을까 싶어요.” 느리게 진화하지만 믿음이 가는 식당, 양지고메가 그런 곳이었다.

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곡로 132 삼거리상회 영업시간 10:30~21:00/ 일요일 휴무 문의 031-337-2433

▶경북 봉화의 진짜 묵 맛 정릉 <봉화묵집>

묵의 맛을 알고 나면 어른이 된 것이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밍밍하면서도 구수한, 그리고 입안에서 흐드러지듯 사라지는 물컹물컹한 식감. 가끔은 그 시골스런 맛이 그리워질 때면 진짜 묵을 만드는 숨은 고수, 봉화묵집을 찾는다. 경상북도 봉화 출신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봉화묵집은 메밀묵으로 만든 묵밥이 주메뉴다. 강원도 메밀로 만든 따뜻한 묵에 김치, 김가루, 멸치육수를 넣은 묵국을 어느 정도 먹다가 조밥을 주문해 국물에 말아먹는다. 이를 묵밥이라고 한다. 영업시간은 오후 7시까지. 묵밥 외에도 콩국수, 안동국시, 칼국수도 제대로 한다. 메밀묵 6000원, 손칼국수 5000원, 조밥 1000원.

위치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로19길 46-2

영업시간 11:00~19:00/ 첫째·셋째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918-1688

▶베트남 엄마의 가정식단 동교동 <안ANH>

매일 변화하는 핫 플레이스 연남동에 위치한 작은 베트남 식당이다. 반지하에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 지인들에게 찾아오라고 할 땐 가게 외관 사진을 같이 보낸다. 초록식물들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미인 얼굴이 간판 대신 걸려있는 집을 찾으면 된다(나중에 물어보니 주인의 ‘어머니’ 얼굴이라 한다). 다른 베트남 식당들과 다르게 이 집은 쌀국수가 대표 메뉴가 아니다. 삐뚤삐뚤 손글씨로 대강 적힌 종이 메뉴판에 있는 6가지가 하나같이 모두 대표 메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여러 가지 메뉴를 하나씩 시켜 나누어 먹고 있다. 베트남계 캐나다인 청년 둘이 그 엄마가 해주던 가정음식을 구현했다 한다. 먹어보니 딱 뉴욕에서 먹던 미국식 베트남 식당이 떠올랐다. 달달하고 새콤하고,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만한 접점. 혀를 공략하는 맛, 바구니에 준비되어 따로 나오는 향채가 쌀국수의 맛을 좌우한다. 바질, 숙주, 그리고 쿨란트로! ‘구운 돼지 목살, 레몬그라스, 계란프라이를 얹은 베트남 라이스’라는 긴 설명이 붙은 베트남식 돼지고기 덮밥(1만2000원), 파파야 샐러드(1만2000원)를 추천한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2-13 지층

영업시간 12:00~22:00/ 화요일 휴무(15:00~17:00 브레이크타임)

문의 070-4205-6266

▶구수한 칡 내음 우이동 <백운면옥>

우이동에선 꽤 알려진 전통 있는 냉면집인 ‘백운칡냉면’에 오랜만에 들러보니 ‘백운면옥’으로 간판을 바꾸어 깔끔하게 정비됐다. 우이동 솔밭공원 옆에 위치해 밥 먹고 공원 산책하면서 주말을 보내는 것이 나름의 즐거움이다. 이 집은 ‘칡’냉면이 유명하다. 출출한 날은 1000원 더 내고 곱빼기를 주문한다. 살얼음이 동동, 고소한 깨가 듬뿍 올려진 이 집 물냉면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엔 간절히 생각난다. 이 집에선 ‘비냉이냐 물냉이냐’ 고민하지 말 것. 냉면 7000원, 곱배기 8000원, 왕만두 6000원, 물만두 4000원, 고기칼국수·김치만두국 6000원(겨울 한정 메뉴).

위치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547 영업시간 10:30~21:10 문의 02-991-2992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무브매거진 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31호 (16.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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