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 "이국생활 도와드려요"

2016. 5. 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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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출신 회계사로 한국인 아내와 10년째 서울살이.."서울, 국제도시로 손색없어" 베컴 6촌 동생이자 FC서울 '광팬'.."'외국인의 날'에 시축한 감동 아직도 생생"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이 서울 종로1가 서울글로벌센터 빌딩 4층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했다. 2016.5.30
(서울=연합뉴스)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외국인의 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폴 카버 센터장(오른쪽)이 FC서울과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 앞서 시축하고 있다. 2016.5.30 (서울글로벌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글로벌센터의 유용한 서비스를 많은 외국인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16.5. 30

英출신 회계사로 한국인 아내와 10년째 서울살이…"서울, 국제도시로 손색없어"

베컴 6촌 동생이자 FC서울 '광팬'…"'외국인의 날'에 시축한 감동 아직도 생생"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FC서울과 전남드래곤즈의 K리그 경기가 벌어지기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벽안의 서양인이 시축에 나섰다. 주인공은 외국인 지원기관 서울글로벌센터의 폴 카버(40) 센터장. 박 시장과 카버 센터장이 힘껏 공을 차자 관중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은 FC서울이 서울시와 함께 정한 'FC서울 외국인의 날'. 서울글로벌센터와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이 초청한 인사와 할인 티켓을 사서 입장한 관중 등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2천여 명이 일반 시민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외국인들의 응원에 힘입은 덕분인지 스페인 출신의 미드필더 오스마르(FC서울)가 공수를 오가는 맹활약을 펼치며 '두 골'을 넣었다. 그러나 전반 10분께 넣은 골은 자책골이었다. 전반 41분께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으로 만회 골을 넣어 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우세한 경기였는데 비겨 아쉽습니다. 지난 25일 일본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에서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탓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공격의 핵인 아드리아노(브라질)와 데얀(몬테네그로)을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했다가 후반에 투입했지요. 그래도 오스마르가 동점 골을 넣어 다행이에요."

카버 센터장은 소문난 FC서울의 '광팬'이다. 홈이나 원정을 가리지 않고 FC서울이 출전하는 거의 모든 경기장을 찾는다. 2013년에는 FC서울 소모임 팬클럽 '디아블로스 노매드'(Diablos Nomads)의 회장을 지내는가 하면, 2014년에는 MBC TV 예능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에 출연해 FC서울을 향한 '무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날의 시축은 그에게 감격스러운 이벤트였다. 'FC서울 외국인의 날' 행사가 펼쳐진 것은 올해로 7번째지만 그가 서울글로벌센터장을 맡은 것은 올 1월부터여서 이번에 처음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시축을 마치고 최용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초등학교 6학년인 그의 딸도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글로벌 키즈' 23명에 포함돼 경기 시작 전에 FC서울 수비수 김원식 선수와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에 앞서 정오부터 월드컵구장 북측 광장에서는 멕시코 대중음악 관현악단 '마리아치',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공연단 '쿨레칸',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아름드리합창단'이 연주와 노래를 선사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서울글로벌센터는 부스를 마련해 외국인들에게 생활 상담 서비스를 펼쳤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1가 서울글로벌센터빌딩 4층 사무실에서 카버 센터장과 마주 앉았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이었는데도 전날 축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전형적인 영국 신사처럼 느껴졌다.

"서울글로벌센터는 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통역에서부터 법률, 세무, 회계, 노무, 의료, 보험, 무역, 창업, 한국어교육, 문화 강좌, 운전면허 등 각종 분야에 걸쳐 10개국어로 상담해주고 지원합니다. 2008년 처음 문을 열었고 이곳 종로 말고도 영등포구 대림동과 중구 광희동에 각각 서남권글로벌센터와 동대문글로벌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그런데도 45만 명에 이르는 서울 거주 외국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모르는 것 같아요."

카버 센터장의 정확한 소속과 직책은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실 외국인다문화담당관 글로벌센터팀장이다. 그가 20여 명의 서울글로벌센터 직원을 총괄하며 비즈니스, 교육 등은 민간에 위탁해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16세 때이던 1992년 여름. 진로 탐색 기간을 이용해 부모와 동생 등 네 식구가 아시아 여행을 하다가 한국에 들러 주한 호주대사관에 무관으로 근무하던 아버지 친구의 숙소에 머물렀다. 그때 받은 인상이 좋아 한국에 관심을 품게 됐다.

"귀국 후 진학 상담 교사에게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더니 '쓸모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어를 권하더군요. 당시 영국에서는 한국을 잘 몰랐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요. 영국 더럼대에 진학해 중국어를 전공하다가 중국 베이징(北京)의 런민(人民)대로 유학했습니다. 그곳 기숙사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나 한국에 관한 관심이 되살아났지요. 한국외국어대에서 6주 동안 한국어도 배우고 전국 각지를 여행하기도 하고 태권도도 익혔습니다."

카버 센터장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한국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1999년 삼성전자가 6·25 참전국 군인 자녀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으로 유학을 와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카버 센터장의 아버지는 한국전에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공군 장교로 30년 동안 복무해 장학생으로 뽑힐 수 있었다.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원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난 한국 여성과 결혼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악마'들과 거리 응원을 펼치는 문화체험을 겪은 뒤 영국으로 돌아갔다. 영국 회계법인에 입사해 근무하며 공인회계사 자격도 얻었다. 그 사이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태어났다.

"한국에 파견되는 기회가 있어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2007년 한국에 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회계사 일을 하던 중 초대 서울글로벌센터장을 맡았던 스티브 매키니 씨가 권유해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자기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서울글로벌센터장 업무를 봤는데 올해부터 서울시가 직접 관장하며 풀타임으로 일할 사람을 구한다고 하더군요. 잠시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 같은 처지의 외국인을 돕는 공직을 맡은 것은 무척 보람 있는 일이죠."

카버 센터장의 임기는 2년으로 내년 말 끝난다.

그는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은 지난해 확정돼 충실히 수행하는 게 우선"이라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짤 때는 외국인들이 서울글로벌센터의 유용한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카버 센터장은 지금도 글로벌센터를 홍보하기 위해 업무 소식 등을 영문 트위터(@SGC_Head)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며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그가 처음 서울을 찾은 1992년과 견주면 지금의 서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울은 이제 국제도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교통시설이나 교통문화도 눈에 띄게 개선됐고 공원도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외국인이 갈 만한 식당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양식은 물론 인도나 태국 등 각국의 수준 높은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들이 한국과 서울을 잘 모르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안타깝다. 한국 사람들이 그의 모국인 영국을 잘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은 영국 하면 날씨 우중충하고, 음식 맛없고, 물가 비싸다고 말해요. 막상 가보면 그렇지만은 않고, 잘 들여다보면 참 매력적인 나라거든요. 한국이 알면 알수록 장점이 많다고 느끼는 것처럼요."

카버 센터장은 지금도 틈만 나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충남 공주로 갔다가 그곳에서부터 금강을 따라 군산까지 자전거로 내달렸다. 등산도 좋아하는데 최근 가본 산 가운데는 대둔산을 으뜸으로 꼽았다. 또 FC서울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근처의 명승지나 문화유적을 찾아다닌다. 예를 들어 포항 경기 전날 경주로 내려가 구경하고 이튿날 응원을 즐기는 식이다.

축구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전날의 감격과 흥분이 되살아나는 듯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가 축구 종가인 영국 출신이어서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그보다 한 살 많은 육촌 형이다(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FC서울 경기가 화제에 오르자 선수 기용이나 감독의 전술 등 축구 해설가 뺨치게 깊이 있는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과시한다. 매주 영어로 팟캐스트 프로그램 '48 Shades of football'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도 영국에 살 때는 당연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좋아했다고 한다. 셰필드 웬즈데이의 팬이다. 우리나라에 와서는 서울에 사는 만큼 자연스럽게 FC서울의 팬이 됐다. 지금 사는 곳도 FC서울의 홈구장과 가까운 마포구 망원동이다.

"EPL과 K리그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도 EPL 좋아하는데 TV로밖에 보지 못하잖아요. 축구는 경기장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며 보는 게 최고예요. TV로 보는 것과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는 것도 다르지요. EPL만 사랑하는 한국 축구 팬들은 이해할 수 없어요. 시간이 겹치지 않으니 낮이나 저녁에는 경기장에서 K리그를 보고 밤에는 집에서 EPL 중계를 보면 되는데, 'K리그는 EPL보다 수준이 낮다'며 K리그를 외면하지요."

만일 잉글랜드와 한국의 대표팀이 격돌하면 그는 어느 팀을 응원할까. 셰필드 웬즈데이와 FC서울이 맞붙는다면?

"당연히 잉글랜드나 셰필드를 응원하겠지요. 혹시 FC서울과 EPL의 다른 팀이 대결한다면 FC서울을 응원할 겁니다. 우리 아들요?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 잉글랜드와 한국 대표팀이 평가전을 벌였을 때는 아내 배 안에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양국이 A매치를 벌인 적이 없습니다. 대결이 성사된다면 아들의 선택에 맡겨야죠."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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