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롯데홈에 납품처 갈아타기 '동의' 안받아

김경수 2016. 5. 30. 15: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롯데홈쇼핑에 대한 6개월 프라임타임 업무정지 조치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 납품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대책으로 '납품처 변경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와 홈쇼핑업체들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향후 정책 시행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 등 5개 TV홈쇼핑 대표 등을 30일 정부 과천청사로 긴급 소집해, 롯데홈쇼핑 사태에 따른 중소 납품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협약은 롯데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판매처를 다른 홈쇼핑 등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미래부의 권고에 따라 롯데홈쇼핑 납품처들이 다른 홈쇼핑업체의 프라임타임에 편성될 경우 편성표에서 다른 업체들을 들어내야 하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지 30일자 22면 참조>
■업계 "갈아타기 문제 많아"
이날 협약식에 당사자인 롯데홈쇼핑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미 롯데홈쇼핑과 납품계약을 맺고 제품 판매를 해왔던 중기업체들은 향후 다른 홈쇼핑으로 판매처를 갈아타기 전에 롯데측과 남은 판매수수료 정산 등을 해결해야 한다. 또 판매제품 교환, 환불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판매처를 갈아타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롯데홈쇼핑과 논의할 문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런 논의에 대한 롯데홈쇼핑과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들과 협약을 먼저 맺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미래부에서 이날 협약에 대한 요청이 없었다"고 전했다. 롯데홈쇼핑이 이번 조치에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은연중의 내부적인 확신을 미래부가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납품 중기업체들은 판매처 갈아타는 과정에 앞서 롯데의 눈치도 살펴야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6개월 뒤에 롯데홈쇼핑 협력사 대열에 이탈한 업체들을 롯데가 다시 받아 주는 과정에서 불이익이 우려된다"면서 "국내 유통 1위인 롯데그룹의 비위를 거스를 경우 향후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의 입점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백화점 아이템을 많이 판매하는 등 ‘브랜드 효과’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많았다.

롯데홈쇼핑 납품업체들을 다른 경쟁 홈쇼핑의 프라임 타임에 끼워넣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새로운 납품처가 되겠다고 나선 홈쇼핑업체들은 이날 차별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에 미래부와 합의했다. A모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매시간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프라임타임 방영은 납품업체들에게 경쟁이 치열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미래부 "강제성 없고, 中企 구제차원"
홈쇼핑업체들은 케이블TV뿐만 아니라 T커머스 등 다양한 판매처를 두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서 T커머스도 롯데홈쇼핑 납품업체들의 새로운 상품 판매처로 제시됐다. 롯데홈쇼핑 프라임타임에서 제품을 판매하던 곳들이 상대적으로 판매율이 저조한 T커머스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홈쇼핑 납품처들이 장사가 될만한 중기업체들만 케이블TV방송에 편성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T커머스에 편성할 수도 있다. 이날 협약식에는 5개 홈쇼핑업체 대표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GS홈쇼핑 허태수 대표, CJ오쇼핑 허민회 대표, 현대홈쇼핑 강찬석 대표, NS홈쇼핑 도상철 대표, 홈앤쇼핑 강남훈 대표와 함께 TV홈쇼핑협회, 한국홈쇼핑공급자협회 임원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쇼핑 인허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래부의 요청을 거절할 강심장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협약에 강제성은 전혀 없었으며, 향후 롯데홈쇼핑 납품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논의를 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은 이날 협약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다른 홈쇼핑들과 달리 중소기업청의 도움을 받아서 100% 중기제품 편성만을 하는 공영홈쇼핑이 협약식에 1순위로 초대 받아야 됨에도 빠진 셈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현 기자

김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