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랜 친구..이란 "그러나 특혜는 없다"

2016. 5.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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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테헤란 ‘한국상품전시회’ 가보니

81개 업체 참여…바이어 200명 북적
“한국 차 품질·서비스 굿” 관심
관계 유지한 의리·기술력 호평

인기 높다고 쉽게 생각하면 오산
산업 투자·기술이전 요구 높아
전시회에 소비재는 아예 출품 못해

23일 이란 테헤란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를 찾은 현지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코트라 제공

지난 23일 이란 테헤란 국제전시장 주건물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엔 방문객 4천여명, 초청 구매자(바이어)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주건물이라지만 면적이 3천㎡에 불과해 전시장 안은 종일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23~25일 개최한 이 행사에는 81개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구매자와 방문객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한국 기업과 제품의 팬들이었다. 금호타이어 부스를 방문한 유통업체 운영자 세예드 압신 서데기는 “테헤란에서 금호타이어 대리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차의 품질과 서비스가 좋다. 차 스스로 고장을 알려주고, 고장이 나도 부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현대차 쏘나타, 아버지는 기아차 옵티마를 탄다는 그는 “100% 이상인 차량 관세가 없으면 아마 이란 사람 전체가 한국 차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의리’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 대표 마흐무드 쇼크롤라히-파르는 “최근 미국이나 유럽과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다시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그들과 무역할 때는 늘 걱정해야 한다. 이란은 관계의 지속성을 원하고,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거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신뢰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길고 고통스런 경제 제재 때 한국이 보여준 변함없는 태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도 이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이란의 시장조사기업 니크트디르의 에흐산 쇼아리안 이사는 “한국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그 경험과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란은 주로 석유와 가스 등 자원에 의존하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제조업 기반이 있고, 제조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란의 첫째 산업은 자원산업이지만, 둘째는 자동차산업이다. 이란은 2015년 98만대를 생산한 중동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러나 한국이 이란의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이란 진출이 탄탄대로라고 보면 오산이다. 이란은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한국상품전에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소비재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상품전에 전기, 기계, 부품·소재, 자동차 부품, 철강, 플랜트·조선, 화학 등의 업체만 참가할 수 있었다. 2014년 첫 번째 상품전 때는 소비재 업체가 절반이었다.

또 이번 상품전시회에서는 구매 상담 외에 투자와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았다. 이란 정부의 새로운 방침 때문이다. 쇼크롤라히-파르 대표는 “기업이 한국에서 투자와 기술을 이전받으면 투자금의 15%에 해당하는 비용이나 세금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새로운 요구의 핵심은 간단하다. 오랜 친구인 한국 기업이라도 물건만 팔고 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이란 기업과 공동 투자를 하고 함께 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술을 넘겨달라는 것이다.

한국이 이란에 투자와 기술 이전을 한다면 혜택을 볼 수 있을까? 모즈타바 무사비안 이란무역진흥공사 아시아·오세아니아 무역 총국장은 “한국에 특혜를 준다면 다른 나라에 차별이 된다. 이란은 모든 나라를 공정하게 대한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테헤란/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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