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보는 짤막한 동영상 예술

2016. 5.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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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20주년전 '60sec 아트'
[동아일보]
이예승의 영상설치작품 ‘비계 장치(Scaffold Scenery)’. 짤막하게 조각내 편집한 영상을 가설구조체 구석구석에 소리와 함께 흩뿌린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임흥순 씨(47)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왜 굳이 영화를 미술관에서 보여주느냐’는 의문에 대한 오쿠이 엔위저 비엔날레 총감독의 답변처럼 보였다. 제3세계 변방 예술의 가치를 부각시킨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날 기회를 얻기 어려운 비주류 독립 필름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7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20주년 기념전: 60sec 아트’는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이 예술의 영역에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엔위저와 흡사한 뉘앙스로 답한다. 작가 15팀이 내놓은 동영상과 설치 작품 130여 점은 한결같이 주류에서 비켜나 있다. 그렇기에 자본을 포함한 여러 구속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명확한 심상과 사상의 기발하고 유쾌한 표현. 그게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 예술일까.

표제에는 ‘짤막한 시간’에 대해 학습된 관념을 놓고 작가 저마다가 풀어낸 사유를 드러낸다는 취지를 담았다. 1층 전시실 안쪽 이예승 작가의 ‘비계 장치’는 끊임없이 빠르게 소비되는, 한없이 조각나 편집 수정되는, 그리고 혼돈을 낳은 채 휘발하는 현대사회 속 동영상의 물성(物性)을 영상설치 작업으로 고찰했다. 제목의 비계(飛階)는 건설현장 임시 가설물이다. 금속 파이프로 얼기설기 비계 모양 틀을 얽어놓고 카메라에 비친 관람객의 모습과 과거에 작가가 수집한 영상을 뒤섞어 얹었다. 새로운 발상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재료를 활용한 밸런스가 돋보인다.

2013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70주년을 기념해 감독 70명으로부터 단편 하나씩을 받아 이어냈던 ‘미래 재장전’ 중 상영 동의를 얻은 8편,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최근 수상작 14편, 10초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참가작 80편도 차분히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영사 프레임 속에서나마 아날로그 필름 상영 기계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아티나 레이철 창가리의 ‘세기당 24프레임’), 숨은그림찾기 하듯 쏟아지는 기발한 내러티브의 모자이크(레카 부시의 ‘교향곡 42번’)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02-736-437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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