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날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렴~
드론(무인비행체)의 체공 시간을 늘리기 위해 최근 다양한 ‘휴식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정전기를 이용해 천장에 붙어서 쉴 수 있는 초소형 드론 ‘로보비’를 고안했다(맨위쪽). 정찰용 드론을 최대 하루 동안 벽에 붙어 있게 하는 기술도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했다. 드론이 휴식을 위해 착륙하는 방식은 벌, 파리, 거미, 독수리 등 곤충이나 새의 착륙 동작을 모방한 경우가 많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사이언스 제공 |
○ 정전기 이용해 천장 달라붙어 쉬기도
로버트 우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은 클립 크기로 무게 80mg인 초소형 드론 ‘로보비(RoboBee)’가 공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에 발표했다.
로보비는 몸 양쪽에 붙어 있는, 길이 3cm인 날개를 초당 120회 치며 날아다닌다. 날갯짓에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전력 소모 속도가 빠르다. 크기가 너무 작아 배터리를 달기도 어려워 전력은 전선을 연결해 공급한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보비가 비행 중 천장에 붙어 쉴 수 있도록 했다. 원리는 정전기. 풍선을 천에 비빈 후 천장 가까이에 대면 달라붙는 것처럼 로보비 머리에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2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구리 전극을 달아 천장에 달라붙게 했다. 전극의 무게는 13.4mg에 불과해 로보비 전체의 무게가 100mg을 넘지 않아 실제 벌과 비슷하다.
우드 교수는 “비행 상태를 유지할 때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0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며 “현재는 천장이나 돌출된 부위에만 착륙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잔디, 나뭇가지, 나뭇잎 등 어디에서든 쉴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파리, 거미, 독수리 착지 방식 모방
동물의 착륙 방식을 모방하는 전략도 여럿 개발됐다.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진은 무게 10g 정도인 드론 ‘마이크로 글라이더’에 파리가 벽에 앉는 방식을 적용했다. 파리는 비행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다리를 이용해 벽에 들러붙는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글라이더 양쪽에 달린 팔 2개에 바늘 모양의 길고 뾰족한 ‘스파이크’를 달았다. 마이크로 글라이더의 센서가 벽을 탐지하면 이 스파이크가 벽 표면을 살짝 찔러 몸체를 벽에 고정시켜 휴식을 취하게 돕는다. 스파이크는 나무나 콘크리트 표면에도 박히도록 단단하게 제작됐다.
영국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거미가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쉬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공중에 가는 줄을 여러 가닥 매어 거미줄처럼 만든 뒤 드론에도 줄을 달아 이 줄이 ‘드론 거미줄’에 걸리도록 했다. 현재 최대 26g인 소형 드론만 매달려 쉴 수 있다. 드론이 다시 임무를 수행할 때에는 줄을 끊고 날아오르면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독수리의 착륙 기술을 본떠 1kg급 정찰용 드론을 벽에 착륙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벽을 인식하면 비행 속도를 천천히 줄인 뒤 벽면을 따라 기어 올라가듯 이동하도록 했다. 드론 아래쪽에 달린 소형 바늘을 벽에 꽂아 최장 하루 동안 벽에서 쉴 수 있다. 소음이 전혀 없어 비밀스러운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에 좋다. 비행을 재개할 때는 뛰어올라 벽과 멀어진 뒤 비행 모드로 전환된다.
공현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항공우주기술팀장은 “일반적으로 1kg급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10∼15분 정도”라며 “드론이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며 높은 곳에 머무른다면 바닥에서 다시 떠오를 때 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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