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에 6.5 강진" 기상청 오보 소동

손장훈 기자 2016. 5.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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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훈련에 쓰일 통보문, 언론사·공공기관 76곳에 잘못 보내] 지난달엔 황사 '뒷북 중계' 이어 종료 시점도 하루종일 오락가락 "오보는 내부 기강 해이 때문.. 잘못 저질러도 처벌 없어 문제"

'강원도 횡성 규모 6.5 지진(1보).'

18일 오후 5시 42분쯤 간담을 서늘케 하는 뉴스가 국민의 휴대전화에 떴다. "강원도 횡성군 북동쪽 1.2㎞ 지역에서 6.5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상청 지진 통보문을 받은 언론사들이 긴급 뉴스를 내보낸 것이다. 곧이어 '지진 발생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건물이 붕괴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달라'는 기상청 통보가 이어졌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국민은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이는 기상청의 오보(誤報)에서 빚어진 황당한 사건이었다.

◇잇따르는 기상청 오보

규모 6.5 지진은 1981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관측된 한반도 역대 최고 진도(5.3)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49명이 숨지고 7780억엔(약 8조3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발생한 지진과 같은 수준의 강진이다. 이 때문에 지진 발생 뉴스를 접한 국민은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기상청이 지진 발생 장소로 지목한 횡성군과 국가 재난을 관리하는 국민안전처, 기상청 등지엔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쳤고, SNS에선 "횡성에 있는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아 안절부절못했다"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이 충격적인 뉴스는 20분 뒤에야 정정됐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쯤 "지진 발생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혼란을 야기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1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기상청의 '지진·해일 대비 훈련'에 쓰일 가상의 통보문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원래는 18일 오후 5시 15분쯤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6.7 지진 통보문을 발송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PC에 저장된 19일 훈련용 통보문을 보내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잘못된 통보문은 언론사와 경찰청 등 공공기관 76곳에 전달됐다.

◇"기상청 기강 해이 바로잡아야"

최근 기상청 오보는 이뿐 아니다. 지난 2월엔 충남 금산군 북쪽 12㎞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을 '충북 영동'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보를 낸데 이어, 지난달엔 황사 오보 사태가 빚어졌다. 주말인 4월 9일(토) 남부 지방이 황사로 뿌옇게 뒤덮여 미세 먼지 농도가 공기 1㎥당 2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민간 예보기관인 케이웨더는 하루 전부터 황사를 예보했지만 기상청은 예보를 누락했고, 국민이 미세 먼지를 들이마신 뒤인 9일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황사가 나타났다"고 뒷북 중계를 했다. 이튿날인 10일에도 황사가 '10일 아침 종료된다'고 알렸다가 '10일 오전' '10일 오후'로 수시로 오보를 내보냈다.

기상 전문가 A씨는 "지진·황사 같은 재난적 상황에 대한 오보는 기상청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외부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끼리끼리 문화'가 강한 데다 직원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조직 문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봄 레이더 관리 업무를 맡은 기상청 직원 B씨는, 레이더 유지·보수 용역 업무를 맡은 민간업체가 맘에 들지 않자 기상청 부하 직원에게 "레이더 장비를 고장 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에는 승진해 기상청 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지난 2월엔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희상(60) 원장이 직무와 관련된 기상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고, 작년 5월엔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청 공식 통보문에 예보관의 실수로 '집값 폭락한다는데'라는 엉뚱한 문구가 삽입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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