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억원인데 1천300만원만 지원..택시 감차 3년째 '헛바퀴'

2016. 5.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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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 분담해야 할 택시사업자들 '공급과잉' 알면서도 쭈뼛쭈뼛 감차 논의 제자리걸음..2019년까지 15% 감축 목표 '공염불'

차액 분담해야 할 택시사업자들 '공급과잉' 알면서도 쭈뼛쭈뼛

감차 논의 제자리걸음…2019년까지 15% 감축 목표 '공염불'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이대로 다 같이 죽느냐, 줄여서 사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어떤 길을 갈지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업계 몫입니다."

현재 택시업계 최대 화두는 감차다. 공급 과잉으로 차는 넘쳐나는데 승객은 한정돼 있어 만성적인 수익 구조 악화에 시달리는 택시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율적으로 택시를 줄이는 일이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누구도 선뜻 제 살을 깎아내려고 나서지 않으면서 관련 법이 제정된 지 2년6개월이 되도록 택시 감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19년까지 현재 운행 중인 택시의 15%가량을 감차해야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자율적인 택시 구조조정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택시 감차는 2013년 말 택시발전법(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론화됐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 달라는 업계 요구가 좌절된 이후 정부가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해 업계 종사자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며 대체 입법을 통해 감차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충북만 보면 현재 영업 중인 택시는 모두 7천2대다. 개인택시 4천408대, 법인택시가 2천594대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 용역을 거쳐 지난해 고시한 제3차 택시 총량 산정 결과를 보면, 충북에서 2019년까지 줄여야 할 적정 감차 규모는 1천11대에 달한다. 전체 택시의 14.4%에 달하는 규모다.

시·군별로는 청주가 4천147대 중 11.2%인 463대를 줄여야 하고, 충주는 1천60대 중 212대(20.0%), 제천은 703대 중 119대(16.9%)를 줄여야 할 처지다.

음성은 40대, 보은 24대, 옥천 32대, 영동 30대, 증평 27대, 진천 28대, 괴산 11대, 단양 25대 등 농촌 지역 역시 수십 대의 택시가 공급 과잉 상태다.

이 중 진천군 택시업계는 "혁신도시 건설 효과로 지금 상황에 불만이 없다"며 일찌감치 감차 유보를 결정했다.

나머지 10개 시군은 감차를 추진 중이지만 진전이 전혀 없다.

지역별로 택시업계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감차위원회를 구성,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감차 비율, 보상 기준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차를 둘러싼 업계 간, 업계와 지자체 간 이견은 때로 심각한 갈등으로 표출, 사회문제가 된다.

제천에서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제천시와 개인택시 업계를 상대로 감차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지난 3월 하순부터 한 달 넘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감차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감차 보상금 규모와 재원 마련이다.

국토부 지침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감차 보상금을 택시 1대당 국비 390만 원, 시·도비 910만 원을 합쳐 1천300만 원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나머지는 택시 운송 사업자들이 출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금 규모는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지자체나 택시업계 모두 감차 협상 테이블에 선뜻 앉지 못하는 이유다. 어렵게 감차위원회가 구성돼도 평행선을 달리기 일쑤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지만, 택시 면허 거래 가격은 법인택시는 대당 3천만∼4천만 원, 개인택시는 1억 원 안팎에 이른다.

정부와 지자체 보상금 외에 법인택시는 대당 2천만∼3천만 원, 개인택시는 무려 1억 원 정도의 출연금을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인택시든 개인택시든 사업자들이 선뜻 응할 리 없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감차가 진행 중인 증평군의 경우도 사업자들은 보상금으로 한 푼도 출연하지 않았다.

증평군은 지난해 법인택시를 6대 감차한 데 이어 올해도 4대 감차할 계획이지만, 보상금은 전액 정부 지원금으로 채워졌다.

감차 계획을 일찍 확정해 모범 지역으로 뽑힌 덕분에 국토부에서 재정 인센티브 3억 1천500만 원을 받은 것을 보상에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 자부담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면 증평 역시 상황이 다른 지자체와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택시 감차 시범 지역인 대전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보상 기준과 재원 조달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도 실제 출연 단계에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다.

대전은 개인택시 기사, 법인사업자가 매달 일정액을 갹출, 감차 택시에 보상을 해주기로 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감차가 어디까지나 택시업계 자율에 따른 사업이라 제3자가 강제할 방법도, 법적 제재 수단도 없다는 점이다.

업계의 자율적 합의와 합의 내용의 성실한 이행 없이는 감차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충북도 관계자는 "감차 사업은 시기를 나눠 단계별로 추진된다"며 "2019년까지 3차 총량 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4차 계획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택시의 경우 면허 거래 가격이 최고 1억 원을 넘는데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합쳐도 고작 1천300만 원밖에 안 된다"며 "아무리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정부 차원에서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감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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