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머털도사'가 사라진 이유는?

김유성 2016. 5. 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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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0여년전만 해도 국산 애니메이션 ‘머털도사’는 어린이날 TV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었다. 휴일 아침 나절부터 머털도사를 비롯해 ‘날아라 슈퍼보드’ 등 만화가 봇물이었다. 아침 일찍 TV 앞에 아이들이 앉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스마트폰 시대 도래 이후 다매체·뉴미디어 세상에 살게 된 지금은 지상파 TV에서 ‘만화’를 볼 수 없게 됐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지상파TV 3사 모두 프로야구 중계를 했다. 지상파TV 3사는 임시 휴일인 6일 오전에는 인기 예능의 재방송으로 오전 시간대를 채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말의 명화’는 옛말이 됐다. 예능과 드라마 재방송이 주말 밤시간대를 채웠다.

지상파TV 관계자는 “남의 콘텐츠(영화)를 돈주고 갖고와 방송하는 것보다 우리 콘텐츠를 한 번 더 노출시켜야 한다는 게 윗분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용을 들여 영화나 만화 등 외부 콘텐츠를 가져오는 것보다 재방송을 선택하는 게 일석이조라는 인식이다.

비단 비용 문제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 채널의 등장 등 다채널 시대의 등장이 지상파TV의 콘텐츠 배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상파TV가 방송 시장을 독점하던 때처럼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전세대를 아우르는 백화점식 콘텐츠 배치가 필요없게 된 셈이다. 방송광고 매출 감소로 공영성이라는 명분이 약화된 것도 원인중 하나다.

실제 시청 점유율 기준으로 봤을 때 지상파TV의 영향력은 줄었다. 지난달 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시청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TV는 계열 PP(채널사업자)까지 합해 시청점유율이 2012년 이후 13%포인트 하락했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여전히 TV방송 시장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종편, CJ 계열 PP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2011년까지 지상파 3사의 점유율은 계열 PP까지 합해 71.872%에서 지난해 58.203%로 하락했다. 지상파 시청점유율 하락의 주역은 종편이었다. 종합편성채널은 2011년 0%에서 2015년 13.915%로 올랐다. CJ계열과 보도채널의 시청 점유율이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시청 점유율의 변화는 방송광고액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인터넷 기반 뉴미디어의 등장과 방송광고 시장의 불황은 지상파TV 3사의 광고 매출 감소를 부채질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매출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광고비는 2006년 1조9615억원에서 지난해 1조4960억원으로 23.7% 감소했다. 공교롭게 지난 10년간 매출 감소분은 지난해 종편 4사의 매출 합 407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문형비디오(VOD),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 미디어의 등장도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동영상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고정형TV를 보는 시청자 수가 줄어든 맥락이다. 이같은 경향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가 익숙한 10~20대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

◇여전한 지상파 영향력, 애니 업계 “방송 기회 아쉬워”

영향력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상파 3사는 국내 최대 방송 사업자다. CJ 계열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미생’ 등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성공했지만 지상파TV 드라마와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 시장에서 회자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도 방송 콘텐츠 제작과 유통 노하우가 있는 지상파 플랫폼의 역량 덕분이다.

하지만 방송 광고 시장 불황, 시청 점유율 하락과 맞물려 국내 애니메이션이 지상파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EBS를 제외하면 지상파 3사의 애니메이션 방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공영방송 KBS에서 편성돼 있을 뿐이다. 그나마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인 평일 오후 4시대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광고 단가도 드라마나 인기 예능과 비교하면 낮다. 코바코 광고 단가표에 따르면 오후 3시 어린이물의 15초 기준 방송 광고 판매가는 70만원 정도다. 인기 드라마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프로야구 중계나 인기 예능·드라마 재방송이 이득이다.

방송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고민 또한 크다.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이 있고 유튜브나 VOD를 통한 유통 방법도 있지만 공신력과 대중성 면에서 지상파TV에 미치질 못한다. 대중적인 노출이 아쉬운 애니메이션 업계 입장에서는 지상파TV의 외면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EBS가 국내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EBS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뽀로로’나 ‘로보카폴리’처럼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집중된게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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