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카페>수학은 관계의 학문.. 세상의 모든 법칙 '함수'로 통한다

기자 2016. 4.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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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상구의 수학 여행 - ① 삶 구석구석에 연관된 數

이번 주부터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상구의 수학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글에서 ‘상구’는 ‘상구보리하화중생(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의 수행)’의 줄임말이며, 동시에 저자의 칼럼에 등장하는 ‘수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한국, 중국, 일본의 저명인사 서른 명이 모여 ‘한·중·일 공용한자 800자’라는 것을 만들어 공포했는데, 이 중 맨 처음 글자가 일(一)이다. 우리 말로 ‘하나’이니 마땅히 모든 문자 중의 으뜸이라고 생각된다. 한강을 끼고 사는 한민족에게 ‘하나’는 큰 것을 뜻하기도 하고, 세상 모든 것을 뜻하기도 한다. 수는 사람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내가 지금 몇 살인지, 제사 지낼 때가 되었는지, 여기가 어디인지, 오늘 혈압이 낮은지, 물가가 오르는지 등 곳곳에 수가 관여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마치 그것이 대단한 것처럼 여기면서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은 투표로 결정할 수밖에 없으니, 이 또한 수가 우리 사회에 깊이 관여함을 말해준다. 개인이 하는 투표란 그저 “여럿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투표에는 후보자마다 선호하는 순위를 매기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선거제도란 ‘개인들의 생각을 종합하여 집단의 의견을 정하는 방법’이다. 수는 사람의 삶뿐 아니라 사물의 본질에, 삼라만상에 매우 깊이 관여하고 있다.

수학에서는 사물이나 개체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개체와 개체 사이의 ‘관계’이다. 관계에는 세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중 첫째가 ‘같음’을 설명하는 것이고, 둘째는 ‘크고 작음’을 설명하는 것이며, 셋째라고 부르면 서러워할 것이 ‘함수’라는 것이다. 함수는 입력과 출력을 한다. 입력한 것이 같으면 출력되는 것도 같으므로 객관적이다. 예를 들어 ‘아무개의 어머니는 누구이다’라는 것도 함수의 한 보기이다. 소립자나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는 대칭성도 함수이고, 변화를 설명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는 것도 함수이다. 사람의 일손을 돕는 기계나 알고리즘 등도 모두 함수이다. 선거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제도가 함수이다. ‘좋은 제도’란 ‘좋은 함수’라고 말할 수 있다.

상구는 삐다골 선생님에게 가면, 모든 궁금증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서양에서 마테마틱스라는 것은 원래 뜻이 ‘배움’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왜 ‘수학’이라고 부릅니까?”

“상구야, 단디 듣거라. 배울 ‘학’ 앞에 있는 ‘수’는 사물의 ‘이치’라는 뜻이란다.”

수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 하면,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합리적인 사고나 이성에 관한 것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바르게 표현할 줄 알고, 남의 논리를 이해하거나 반박하는 것으로 주로 ‘말하기’ ‘글쓰기’나 증명, 또는 추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는 매우 기초적이고 중요한 훈련으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한 가장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는 감성에 관한 것으로 비논리적인 직관이나 영감을 받는 훈련인데, 이는 논리적인 사고를 뛰어넘는 것으로 대부분의 위대한 수학자들이 한결같이 ‘우리는 시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추론과 직관’이 수학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 사회가 좋은 교육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삐다골 선생이 처음 학교를 열었을 때, 그는 인성교육을 매우 강조했다. 그는 코스모스나 하모니를 말했고, 조화와 중용과 사랑을 강조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그가 한 말을 ‘지혜를 사랑함’이라고 설명했으나, 어쩌면 ‘사랑하는 지혜’를 뜻하였을 수도 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였고, 처음으로 아름다운 화음이 무슨 뜻인지 설명했다.

“선생님, 이 음과 저 음이 같은 음이라면, 하나가 둘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어찌하여 도레미파솔라시 다음에 다시 도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상구야… 단디 듣거라.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같은 것일 수도 있단다. 관계 중에 가장 으뜸인 관계는 ‘같음’이란다.”

기원전 3세기 나일 강가의 고대 그리스의 신흥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도서관을 이끌던 에우클레이데스(BC 310∼250)는 키오스의 히포크라테스, 마그네시아의 테우디아스, 아테네의 테아에테투스, 크니두스의 에우독소스 같은 선지자들의 오래된 지혜를 모아 여러 책을 내놓았다. ‘광학’ ‘음악’ ‘곡면’ ‘원뿔’ ‘데이터’ ‘오류’ 등 많은 저서 중에서 열세 권으로 이루어진 ‘원소’는 그 후 2000년 동안 서양 문명에 크게 영향을 끼친 명저이다. 최초로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한 책인 알베르티의 ‘회화론’(1435)이나, 스피노자의 ‘윤리학’(1677),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687) 등도 모두 ‘원소’의 영향을 받았다. 유클리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에우클레이데스는 이 저서에서 열 가지 계명을 선언하는데, 그중 처음이 ‘같음’을 설명한 것이다. 놀라운 통찰이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1588∼1679)는 어느 날 ‘원소’ 제1권의 마지막 정리(定理·Theorem)를 읽고는 “아니? 이건 믿을 수 없는데?”라고 말하고는 책을 거꾸로 읽어 가다가 결국 맨 처음의 원리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마지막 정리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정리가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로서 공간에서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오늘날 차량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내비게이션의 핵심 원리를 담고 있다. 지금부터 2000년쯤 전 중국의 ‘주비산경’이라는 수리와 천문에 관학 책에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설명하는 3:4:5 직각삼각형이 그려져 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도 훨씬 이전에 발견되는데, 여기에 특별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까닭은 그가 처음으로 합리적인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진리의 발견은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우클레이데스의 ‘원소’에도 선지자들의 업적이 많이 담겨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을 포함한 개인의 업적을 칭송하지 않고, 인류 공동의 지혜로 보는 입장이다. 피타고라스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와 수학을 모두 포용한 최초의 교육자였다. 그가 말한 ‘마테마틱스’란 주로 ‘천문, 음악, 산술, 기하’를 포함하는 폭넓은 학문을 뜻하였다. 그의 사상을 사성도(四性道·테트락티스)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상징은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대성당에도 잘 나타나 있다.

어떤 학자들은 그가 ‘무대에 나타난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가 시작하기 전 많은 악기가 저마다 음을 조율하며 소음이 나고 있을 때 갑자기 악장이 나타나 지휘봉을 드니 모두 조용해졌다.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를 물이나 흙, 또는 불과 공기 등의 물질에서 찾으려 할 때, 그는 처음으로 영혼을 말하고, 물질에서 찾지 말라고 했다. 그를 아폴로 신의 아들이라고도 하는데, 그 까닭은 그의 아버지께서 아폴로 신전에서 기도한 다음에 얻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이름은 그 신전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세상 곳곳을 다니며 견문(見聞)을 넓혔다. 예나 지금이나 견문을 넓혀 주는 것은 눈이나 귀라기보다 걸어 다니며 경험하는 발이다.

“선생님, 피자 작은 판과 중간 판을 더한 것이 피자 큰 판의 크기와 같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상구야, 단디 듣거라… 이 지혜는 나일 강의 선물이란다. 이제 강을 건너지 않고도 그 폭을 알 수 있고, 별에 가보지 않고도 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 있단다. 하지만 상구야, 지혜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단다.”

길을 걷다 보면 두 가지 크기의 정사각형 타일로 만든 사방연속 무늬의 보도블록을 볼 수 있다. 이때 이웃하는 반복되는 점들을 이으면 새로운 정사각형이 생기는데, 이 정사각형 속에는 처음 두 가지 블록의 조각들이 모두 들어 있다. 보도블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보여준다.

‘원소’의 마지막 제13권은 유명한 플라톤의 정다면체를 설명하고 끝난다. 많은 아메바나 바이러스들은 정다면체 모양을 하고 있다. 정육면체를 이용한 루빅의 큐브라는 장난감은 한때 아주 인기를 끌었는데, 다른 정다면체를 이용한 장난감들도 나와 있다. 정이십면체는 육각형을 그릴 수 있으면 쉽게 그릴 수 있다.

정이십면체의 각 꼭짓점에는 다섯 개의 삼각형이 모여 있는데, 이 꼭짓점들을 조금 잘라내면 오각형들이 나타난다. 이 모양이 흔히 축구공에서 볼 수 있는 모양으로 사람의 신경세포 속에도 이런 축구공 모양의 세포가 수없이 들어 있다. 축구공 모양 다면체를 건축가나 화학자들은 20세기 미국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1895∼1983)의 이름을 따서 ‘버키공’ 또는 ‘풀러린’이라고도 부르지만, 이미 케플러(1571∼1630)뿐 아니라 아르키메데스(BC 287∼212)도 알고 있던 다면체이다. 사물이 가지는 속성을 대칭성으로 분류한다면, 프리즘이나 피라미드의 대칭성 외에 정다면체의 대칭성이 있다. 공간의 유한 대칭성은 이것들뿐이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모든 크리스털의 대칭성을 설명할 수 있다.

19세기 들어 에우클레이데스의 ‘원소’는 많은 도전을 받았지만, 오늘날 인류가 이룩한 문명에 ‘원소’의 힘이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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