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의 르네상스人] "70억원 버렸다? 나는 내 꿈을 선택했을 뿐"

취재/어수웅 기자 2016. 4. 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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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공동창업자 서동일]

서울 강남역 뒷골목의 5층 건물 외벽. ○○○유학, △△스피킹 등 층마다 간판이 어지러운데, 5층만 말끔하다. 간판 없는 이 5층에 70억원을 포기한 남자의 사무실이 있다. 볼레 크리에이티브(VoleR Creative)의 서동일(39) 대표. 가상현실(VR) 게임 콘텐츠를 만든다는 '볼레'의 이름은 낯설지만, 오큘러스의 이름은 들어본 이가 있을 것이다. 2014년 3월, 설립 1년 6개월 뒤 2조3000억원에 페이스북에 팔린 VR 기기 스타트업. 서 대표는 오큘러스 창업자 8인 중 한 명이자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자본 투자를 하지 않은 창업자였던 까닭에 그의 지분은 1% 미만. 그래도 150억원이다. 조건은 일시불 80억원, 나머지 70억원은 페이스북 한국지사장으로 5년간 더 근무하면 지급. 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과 현금 70억원을 포기하고 창업을 선택했다. 2m 가까운 거구의 사내가 "그때 제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하얗게 웃는다.

이 남다른 사내를 알게 된 건 서 대표의 책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프레너미 刊)를 통해서였다. 이런 특이한 선택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를 '르네상스인' 인터뷰에 초대하고 싶은 더 큰 이유가 그 안에 있었다. 내년이면 마흔인 사내의 장래 희망. 압축하면 크게 두 가지다. "인간의 외로움을 치유하고 싶다"와 "젊은 후배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모 아래 태어나 '금수저'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던 소년의 꿈이다.

지난 10년간 그가 다닌 직장을 열거하자면 숨가쁘다. 처음에는 연봉 2000만원 받는 게임회사 말단 직원이었고, 1년 3개월 뒤 정부 산하 게임산업진흥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1년 뒤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온다. 게임 개발자용 프로그램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 스케일폼. 조건이 황당했다. 연봉 8만달러(약 9000만원), 하지만 사무실·4대 보험·부하 직원 없음, 계약직. "사기 아니냐"며 만류하는 모친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직. 2년 6개월 뒤 스케일폼이 오토데스크로 합병. 이후 1년 6개월 동안 글로벌 기업의 최연소 부장으로 승승장구하는데, 처음 그를 스카우트했던 스케일폼의 옛 CEO가 연락을 해 왔다. VR을 체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 만드는 회사를 함께 차리자고. 연봉은 오토데스크 절반, 대신 주식 1만주. 오큘러스의 시작이었다.

서 대표는 "연봉이 아니라 인생을 선택했다"는 말로 10년간의 롤러코스터를 요약했다. 그의 우상은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다.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라는 초거대 기업을 일으켜서가 아니다. 그들이 꿈을 꾸는 사람이어서라고 했다. 모두들 처음에는 몽상이라 놀림받은 꿈. 손보다 작은 전화기에 세상을 넣고,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며, 세상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그는 자신에게도 꿈이 있다고 했다. 우선 '외로움 치유'. 개인적 사연이 있다. 화재로 집까지 잃고 빚쟁이가 됐던 부모가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보냈던 유학. 영어 더듬거리던 아시아 소년은 심한 인종 차별을 겪었다고 했다. 하나 더. 그렇게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는 지금 투병 중이다. 부친은 알츠하이머에 파킨슨병이 겹쳤고, 모친은 간경화로 7년째 투석. 부모가 느낄 고통과 외로움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볼레 크리에이티브'의 궁극적 목표는 VR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낙천적 몽상가는 "돈 많고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큰 영향력으로 이 땅의 청춘들을 지원할 수 있으니까. 그는 "IT산업으로 산업혁명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꿈나무를 한국에서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현재도 페이스북에서 받은 돈으로 청년 스타트업 5곳에 투자 중이다. 최소한 그들은 '헬조선'이라 자조하지 말기를 꿈꾸면서. 서 대표의 꿈이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창업 1년이 막 지난 '볼레 크리에이티브'는 지금 23명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로 달마다 5000만원 넘게 까먹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돈을 벌었으니 그걸로 평생 먹고사는 건 내 인생이 아니다"라고 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꿈꾸지만, 대부분 낮은 연봉과 비정규직으로 사는 세상. 헬조선이라 비난하면서도 새로운 꿈을 꿀 용기는 부족한 세대. 이 몽상가의 도전을 응원하는 이유다.

이하 일문 일답 전문.

ㅡ아무래도 대중이 가장 관심있는 대목은 이 지점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5년을 더 일하면 70억 원을 준다는데, 그걸 포기하고 창업을 했다니. (웃음) 제정신인가.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70억이라는 돈의 규모가 피부에 와닫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미 받은 돈으로도 먹고 사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내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아이디어와 내 능력을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발휘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되고 좋은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도전하지 않고 나중에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영원히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수동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혁신이 필요한 부분에서 절대 앞서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리드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결과가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5년 동안 70억을 확실히 벌기 위해서 시장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보다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맞다고 판단했다.

ㅡ스타트업으로 성공한 벼락부자의 경우, 보통은 얼마나 벌었는지,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숫자들을 공개한 까닭이 있다면.

특별히 없다. 그냥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안다면 내가 어떤 것을 포기했는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냥 돈 엄청 벌었는데 그걸 포기했다... 라고 이야기 한다면 피부적으로 좀 덜 와닫지 않을까? 수치가 구체적일 수록 더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비밀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솔직 담백하게 내 상황을 정확히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의 금액은 그렇게 큰 성공이 아닐 수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큰 돈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수치가 뭐가 중요하겠나? 그냥 그렇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인지….

ㅡ10년 동안 5개의 회사를 다녔다고 했다. 6번째는 창업이었고. 그 때마다 당신의 선택기준은 '꿈을 찾아서'였나.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 당신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각각의 선택과 그 이유를 간략히 요약해 주신다면.

꿈을 찾아서였다. 연봉 상승이 있었을 때도 있었지만 감봉이 있었던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안정을 찾았다면 사기업 보다는 공기업에 있을 때 멈췄어야 하지 않으셨을까? (웃음) 난 개인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일이 재미있고 흥미로울 뿐이다. 공기업에 있을 때 느꼈던 갈증은 작년에 했던 사업을 올해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했던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그 일에 대한 숙련도는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스스로의 견문을 넓히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해보지 못한 부분을 도전하게 만드는 일에 더욱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내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인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일이 내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ㅡ지난 10년간의 선택과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순간을 꼽는다면. 그리고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면. 각각의 이유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순간은 내가 추진하는 일이 남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을 때이다. 스케일폼이라는 솔루션을 판매하던 시절, 내가 믿고 있던 것은 내가 팔고 있는 솔루션이 정말 게임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는 부분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장사라는 것이 성공하려면 내가 판매하려고 하는 것의 가치가 구매자에게 정말 의미가 있을 때 그 장사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판매하는 것이 정말 상대방에게 가치가 있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값어치가 없는 제품을 속여서 파는 사업은 오래가지 못하며 결국 소비자 기만으로 인해 사업은 파경으로 간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게임 개발에 내가 판매하는 솔루션의 사용자가 증가하고 이 솔루션이 게임 개발에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차원에서 난 단지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성취감을 많이 높였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최대한 그 일을 해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후회하는 순간을 뽑는다면 글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면 성격 상 후회한다고 좋아지지 않는 일을 계속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건에 대하여 내가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에 얾매어 후회를 한다고 한들 미래가 나아지는 것은 없다. 어제와 오늘의 내 노력이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가 아닌가? 그렇다면 후회를 하면서 과거에 얾매어 있는 것보다는 칠전팔기의 심정으로 다음 일을 도모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고 스스로의 발전에 필요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특별히 가장 후회하는 순간을 뽑기는 어려울 것 같다.

ㅡ페이스북을 1년 정도는 다녔다고 했다. 그 안에서 꿈을 펼칠 수는 없었을까.

물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더 어려운 길이 아닐까?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길을 나아가기 위해서 의사 결정권자들 설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특히 본사인 미국에서 먼 지사에서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보자. A에서 B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의 거리와 난이도는 각자 다를 수 있다. 이 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 지름길을 택할 것인지 먼 거리를 돌아가는 길을 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길이 지름길이 될 것인지 먼 거리를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만약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실패라는 것을 겪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에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이 맞는 길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분배된 재산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내가 선택한 것은 그 시간의 주인이 온전히 내가 되는 것을 바랐을 뿐이다.

ㅡ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낡은 가치라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당신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지 않을까.

내가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 사업에 운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난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다음의 상황에 대하여 여러 분들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물어보고 싶다. 시추선에 사고가 나서 불이 붙었다고 하자. 그 불길은 점점 강해서 시추선 위에 있으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추선 아래에 있는 바다를 보니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름 때문에 이미 바다도 성난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 상황에서 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추선 위에 남아 확실한 죽음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죽을 확율이 훨씬 높지만 그래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불바다 위로 뛰어내릴 것인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이 될 수 있는 확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신입 동기 중에 1%도 안되는 인원이 대기업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임원이 된다고 하여도 그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이며 임원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시간은 상당히 짧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내 모든 인생을 회사에 바치는 것이 꿈인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살 거면 최소한 자신의 인생 말년에 그렇게 살았던 것에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멋진 자동차에 넓은 집,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대기업 임원이 되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미래가 정해진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좋은 가치라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직장 생활을 해서 얻은 결과인가? 결코 아니다. 운이라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해서 먹기 좋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 떨어진 사과는 썩었거나 건강하지 않은 사과가 대부분이다. 그런 사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비록 운이 따르지 않고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따 먹을 가능성이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운을 논할 수 있는가?

ㅡ'월급과 인생의 교환은 치욕적이다'라고 했다. 인생을 보는 프레임을 안정과 돈에서 꿈으로 바꾸어야 한다고도 했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 아닐까. 기질과 유전자의 한계도 있고. 선택받은 소수만 가능한 건 아닐까.

월급과 인생의 교환이 치욕적인 경우는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닐 때 성립할 수 있는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벽은 누가 만드는가? 세상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의 한계는 누가 결정하는가? 기질과 유전가의 한계라고 표현했는데 선택받느 소수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고 그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이처럼 바보스러운 이야기가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자기가 편하게 느끼는 부분에 안주하며 산다고 그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술은 크게 두 가지의 가치를 가지고 발전한다. 하나는 해당 기술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생산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해당 기술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효율성이다. 이 생산성과 효율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극대활 될 것이고 현재는 인간이 하고 있는 일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다. 이는 거시적으로 내가 거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 안정적인 직장이 어디에 있으며 현재 내가 벌고 있는 돈을 계속 벌 수 있다는 약속은 누가할 수 있나? 우리는 이미 IMF라는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21세기는 20세기가 추구하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시대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극대화를 이루어 인간의 직업을 위협할 것임은 막을 수 없는 변화다. 그런 변화가 다가오는 시기에 나는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 나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무척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벽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면 결국 사회적으로 도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에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스스로의 알을 깨어 나오지 못하는 새는 살아갈 수 없듯이 우리도 스스로 평범하다고 치부하고 기질과 유전자를 탓한다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확율은 희박하다. 특히 젊은 청년일 수록 이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받은 소수만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그리고 그 소수에 내가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삶은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게 만들어 결국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ㅡ자신의 미래보다, 젊은 후배들의 미래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의 주제를 선택한 까닭은.

한 나라의 미래는 현 세대가 아니라 미래의 세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현재의 모습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부모님 세대의 업적은 존경할만 하지만 대신에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과거의 성장과 업적에 취해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위협이다. 현 부모님 세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는 선진국의 성장 모델을 답습하여 빠르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의 성공을 답습하여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현재 국내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제조업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에 밀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젊은 후배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미래는 그들이 개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써 이러한 젊은 인재들을 고용해야 하는 입장인데 이들이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로보트가 된 상황이라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는 더욱 기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 미래는 내가 아니라 우리 후배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ㅡ문재인 대표의 영입 제안을 사양했다고 들었다. 정치인보다 돈 많은 유명 기업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문재인 대표의 영입 제안을 사양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바닥이다. 정치는 말 그대로 정치다. 내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그리고 내 전문 분야도 아닌 것 같고. 정치하겠다고 마음 먹어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정치인 아닌가? 정치인도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내가 생각하는 꿈을 이루는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정치보다는 사업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길이 아닐까? 오히려 사업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젊은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업은 흥하면 흥하는대로, 망하면 망하는대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인보다 돈 많은 유명 기업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치의 길을 사양했다기 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길이 기업가의 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을 모두 잘하는 학생이 되는 것보다 수학 하나라도 잘하는 학생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어차피 세상은 한 명의 천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각자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힘들 모아 더욱 큰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현재 잘 할 수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ㅡ지금 볼레 크리에이티브는 한 달에 3000만원씩 까먹고 있다고 했다. 1년이면 3억 6000만원이다. 두렵지 않나.

책을 쓸 당시는 3000만원이지만 이제는 5000만원이 넘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충원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단순히 가정의 소비만 책임지는 월급쟁이의 입장으로는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다. 어떤 한 가정의 1년 예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것을 어쩌겠나? 더 많은 일을 하고 큰 일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돈이다. 그게 사업의 기본이다. 투자가 없이 결과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 투자가 돈이든 시간이든 어떤 형태로든 투자는 필요하다. 지금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 밖에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ㅡ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나. 공개할 만한 사례가 있으시다면.

현재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가 다섯 곳 정도 된다. 회사의 이름은 Shakr (쉐이커), Cream (크림), Dibi Up (디비업), Zeerow (지로) 그리고 BeatyInApp (뷰티인앱)인데 사업 아이템에 대한 투자라기 보다는 그 대표들과 팀을 보고 투자했다. 모두 모바일 IT 기업으로 젊은 CEO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이다. 초기 사업 계획서를 보고 그 사업 계획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는 바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대표이사와 설립자들의 꿈과 그들의 이상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람은 나의 투자 대상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의 해결 방법은 한 가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내가 생각한 답안이 모범 답안이 아닐 수 있다. 그럴 때는 다른 답안도 모색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빠른 의사 결정 그리고 빠른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투자를 결정한다. 물론 해당 인물에 대한 나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 없는 결정이 어디있겠나? 난 그들의 꿈을 지원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꿈이 실현되었을 때 그 때 나에게 돌아오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ㅡ대학 1학년때 게임에 빠졌다고 했다. '폐인' 수준이었나(웃음)

게임에 심취해 학사 경고를 받고 퇴학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럼 폐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나?

ㅡ지난 1년 대한항공 이용횟수가 100번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이야기인가(웃음). 강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강연료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유를 설명한다면.

지난 1년은 아니고 지금까지 대한항공을 이용한 횟수가 100회가 넘었다. 중학생 때 처음 비행기를 탔으니 100회를 타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약 25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외 출장이 많아졌던 것은 사회 생활을 시작한 10년 전이니 10년 동안 대한항공을 이용한 횟수가 100회가 넘었다는 거다. 아시아나 항공과 다른 항공을 이용한 것은 빼고…. 강연료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다. 현재 내가 종사하고 있는 가상현실이라는 시장은 이미 완숙한 단계에서 시장의 파이를 나누어 먹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상현실 산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파이를 키우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파이가 커진다는 것은 내가 운영하는 회사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을 할 것이며 이 산업에 뛰어들 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처럼 강연 요청이 많을 때는 강연도 좀 선택해서 다녀야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강연료가 많으면 좋겠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리는 강연료를 크게 따지지는 않는다.

ㅡ책 후반에 나온 암웨이 대목은 조금 의아했다. 사원복지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하고 있나. 암웨이에 대한 다소 부담스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이유는.

의아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원복지 말고 내 개인의 삶에도 적용을 하고 있다. Amway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은 회사의 제품과 철학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있다고 본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교회는 좋은 것인가? 아니면 나쁜 것인가?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은 선한 메세지가 많고 실로 많은 교인들이 사회에 봉사도 많이 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는 이상한 교리를 갖고 믿음을 강용하고 돈을 성금이라는 목적으로 갈취하며 이상한 행동들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교회가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보험 설계사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왜냐면 자꾸 필요 없는 보험 가입을 요청하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보험은 보장성 자산으로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들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훌륭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보험 설계사들 중 잘 못 설계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Amway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제품을 써보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일은 결코 나쁜 일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 부당한 것인가? 그렇다면 세일즈맨들은 모두 부당한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단지 그 가치를 전달하는 행위에 따라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 있을 뿐. 내가 경험한 Amway 사업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집단이었다. 그래서 좋아하게 된 것이고 내 사업에 응용하고 있을 뿐이다. 비즈니스의 기회는 사업적 편견이 존재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모두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곳은 이미 빠르게 시장의 포화 상태가 오고 더 이상 성장의 기회를 얻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내가 Amway 제품을 좋아하고 애용하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느낀 사용자 경험을 주변 지인들이게 나누는 것과 여기에 내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Amway의 제품에 문제가 있고 그 수익 배분 방법이 불법적이며 회사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었다면 60년 가까이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사업은 본질을 꽤뚫어보는 것이 중요하지 주변인들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Amway를 사업에 응용하고 있다고 해서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떳떳하고 사업이 떳떳하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ㅡ묻지 않은 내용중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장인이라는 것. 월급쟁이라는 것이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이고 그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 맞다. 다만, 현재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불만이 있고 힘들고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든다면 그 방향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을 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20대 중반 혹은 후반부터 50대 중반 혹은 후반까지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산다.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잡아도 하루의 3분의 1을 일을 하면서 산다. 그 일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반되는 일이고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 아니라면 결국 내 인생을 월급과 맞바꾸는 일이 되는 것인데 그게 치욕이 아니면 뭔가? 그리고 그 월급도 한달을 근근이 살아하는 정도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 비용을 소비하면서 살고 있는 것인가? 특히, 아직 젊고 도전할 수 있는 나이에 있다면 그 기회 비용은 훨씬 클 것이다. 난 젊은 청년들에게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훨씬 위대하고 훨씬 대단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타인이 정한 테두리 안에 넣지 말자. 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잠재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정말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 평범함 속에서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찾아라. 그럼 그 차이가 쌓여 더욱 나은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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