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한국 유일 '컨트리 밴드'일지도..

2016. 4.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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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바비빌

바비빌

정바비라는 아티스트가 있다. 인디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세대 인디밴드의 대표주자라고 할 만한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로 시작해 실력파 밴드 ‘줄리아 하트’, ‘가을방학’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경력만 봐도 뚝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늘 소개할 ‘바비빌’(사진)은 정바비의 컨트리 음악 프로젝트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언니네 이발관도 가을방학도 아닌 바비빌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이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어쩌면 유일의 컨트리 밴드이기 때문이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정바비의 이름 ‘바비’와 미국 컨트리 음악의 본거지인 지명 내슈빌(Nashville)의 ‘빌’을 합성한 이름임이 분명하다.

요즘 우리 가요의 대부분은 미국의 팝을 근간으로 한다. 록, 힙합, 댄스음악, 솔, 발라드 등등 대부분의 장르가 그렇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 힘을 못 쓰는 장르가 바로 컨트리 음악이다. 다른 모든 장르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한국화된 와중에 왜 컨트리 음악만 외면을 받을까?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컨트리 음악이 미국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다고? 모르시는 말씀. 많은 인종이 섞여 있다지만, 여전히 백인 위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백인들의 음악인 컨트리 장르의 시장 규모는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다만 우리가 관심이 없을 뿐이지.

이런 상황에서 바비빌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컨트리 음악을 들려준다. 마치 20년쯤 컨트리 음악을 해온 밴드처럼. 심지어 미국 카우보이들 복장을 입기도 했는데 제법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바비빌의 음악적 색깔은 컨트리 음악 중에서도 아주 예스러운 축에 속하는 ‘홍키통크’나 ‘베이커즈필드 사운드’(Bakersfields sound)를 추구한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마당놀이를 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적당한 비유가 되려나?

물론 바비빌이 미국의 정통 컨트리 음악을 고스란히 재현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바비빌의 컨트리 음악은 말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들의 음악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의 청춘들을 위한 음악이다. 특히 가사가 그러한데, 이들의 노래 중에서 필자가 제일 즐겨 듣는 ‘술박사’의 가사를 잠깐 보자.

‘나 어렸을 때 아버진 내게 온종일 게임기만 붙들고 있느냐 하시며 그 정신으로 공부를 해라. 하바드 박사도 시간문제겠구나. (중략) 나는 술 박사 닥터 알코올. 맥주도 막걸리도 폭탄주도 다 마스터. 문학박사 철학박사, 난 부럽지 않아. 연구실 대신 술집에 앉아 책이 아닌 술잔으로.’

도발적인 제목인 ‘스타벅스의 중심에서 오백 세 잔을 외치다’의 가사는 또 어떤가?

‘(술에 취해) 스타벅스에 갔어. 종업원을 불렀어. 그녀는 좀처럼 오려 하지 않았어. 오백 세 잔을 시켰어. 큰 소리로 외쳤어.’

비루하지만 정감 있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노랫말을 정통 컨트리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에 솜씨 좋게 얹어낸 퓨전 초밥이랄까? 바비빌의 노래는 익숙한 듯 낯설게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앞에서, 어쩌면 바비빌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컨트리 밴드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다른 장르와 섞인 컨트리의 흔적은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문화방송)에서 정형돈과 밴드 혁오의 조합으로 탄생한 노래 ‘멋진 헛간’은 2015년에 필자가 최고의 가요로 꼽은 노래이며 ‘딜런’이라는 이름의 멋진 신인 밴드도 분명히 컨트리 음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날씨 좋은 봄날, 한국형 컨트리 음악 한 곡에 맥주 한 잔 어떤가? 이야호!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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