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대구 수성갑, 투표용지 뒤섞여 개표 한때 중단

2016. 4. 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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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표 이모저모

13일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자 유권자들은 버스터미널과 집 등에서 손에 땀을 쥐며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일부 개표장에서는 투표용지가 섞인 탓에 개표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주 빛고을체육관에 마련된 광주 서구개표소에서는 개표에 들어간 지 10분도 안 돼 개표가 중단됐다. 서구갑인 양3동과 서구을인 화정3동의 사전투표함 위치가 서로 뒤바뀐 채 투표용지가 테이블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잘못 섞인 투표용지를 다시 분류하느라 20여분간 중단됐던 개표는 오후 7시30분쯤부터 재개됐다.

분주한 개표원들 13일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개표원들이 서울 종로구 경기상고 개표소에서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선거사무원 한 명이 갑과 을의 투표함을 반대로 놓아 개표과정에서 표가 섞였다”며 “참관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표를 원위치시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접전을 벌인 대구 수성갑 선거구 개표가 진행된 경북고등학교 대강당에서도 투표용지가 뒤섞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전투표함 개표 중 첫 번째로 개봉된 범어1동 사전투표함과 범어3동의 사전투표함에 들어 있던 투표용지가 뒤섞여 개표사무원과 선관위 직원들이 처음부터 다시 투표용지를 분류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는 봄비에도 자신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의 강한 투표의지 앞에선 궂은 날씨나 고령의 나이, 불편한 몸도 장애가 되진 못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와 길원옥(89) 할머니가 연남동 제4투표소에서 오전 일찌감치 투표를 마쳤다.

두 할머니는 이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26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해 일본 정부의 사죄·배상을 이끌어내고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 줄 사람을 뽑아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울산에서는 뇌병변장애 3급인 김모(87·여)씨가 이날 오전 11시10분 남편과 함께 남구 수암동 제3투표소를 찾아 119 앰뷸런스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충북 옥천에서는 부친상을 당한 전영표(59)씨가 아침 일찍 상복 차림으로 옥천읍 제3투표소를 찾아 주위를 숙연케 했다. 전씨는 “비록 상중이지만 나라의 일꾼을 뽑는 권리를 포기할 수 없어 발인에 앞서 투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도 투표 행렬에 동참했다. 옹진군은 역대 대선과 총선 등에서 항상 인천지역 투표율 1위를 할 만큼 투표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시민들의 열기와 달리 선관위는 미숙한 관리로 빈축을 샀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선관위의 실수로 7명의 유권자가 정당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6시쯤 남양주 해밀초등학교에 마련된 진접읍 제15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에게 투표소 사무원이 각 지역구 후보가 인쇄된 투표용지만 유권자들에게 나눠 주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용지를 지급하지 않았다.

서울 구로구 투표소에서도 동명이인이 투표하면서 두 사람 중 한 유권자가 투표를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쯤 구로구 제6투표소인 천왕중학교에 투표하러 갔던 김모(31·여)씨는 구로구 선관위로부터 “이미 투표를 한 것으로 돼 있다”며 투표 거부를 당했다. 경찰과 함께 다시 투표장을 찾은 김씨는 선관위 측으로부터 “다른 지역에 사는 동명이인이 투표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결국 투표 종료 시각인 6시가 넘어 투표를 못 한 채 발길을 돌렸다. 강남구에서도 동명이인이 투표소를 잘못 찾아 투표를 해 다른 유권자가 투표를 못하는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투표용지 촬영과 훼손 등 크고 작은 소동도 전국에서 이어졌다. 경남 함안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이 만취한 상태로 “비례대표 찍을 곳이 없다”며 정당투표지를 찢어 조사를 받았다.

정진수·이보람·김승환·김선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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