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살균제 4개 제품 '폐손상 유발' 정황 확인(종합)
제조·유통사 관계자 줄소환…위험성 알고도 판매했는지 규명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망 원인이 된 폐 손상을 유발하는 제품군을 4개로 압축해 해당 제품의 제조·유통업체를 본격 조사키로 했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올 1월 출범 이후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규명하고자 이전에 진행된 연구·역학조사·동물실험 결과를 분석했다.
피해자 160∼170여명의 피해 사례도 정밀 조사했다. 이 사건으로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숨졌다.
수사팀은 연구·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10개 제품 가운데 ▲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 제품은 PHMG phosphate(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성분을 함유했다.
이 화학성분은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 및 경구(섭취)에 대한 독성이 적으면서 살균력은 뛰어나 곰팡이 제거제 등 여러 생활 살균용품에 쓰인다.
나머지 6개 제품은 폐 손상 유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살균제 성분인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를 사용한 애경 가습기메이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와 PHMG hydrochloride(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염산염)를 함유한 가습기클린업 등이다.
검찰은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곰팡이 등이 피해를 불러왔을 가능성도 두루 살폈으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정부 당국이 2011년 11월 가습기살균제를 수거한 뒤 유사 피해가 발행하지 않은 점도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분석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4개 제품의 제조사와 유통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PHMG 생산·공급업체인 SK그룹 계열 SK케미칼도 수사 대상이다.
수사의 핵심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나 유통사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전에 흡입 독성 연구·테스트를 제대로 했는지, 흡입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품을 공급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2003년부터 PHMG·PGH 계열의 흡입 독성 정보가 관련 업계에 널리 공유된 정황을 포착했다.
SK케미칼은 2003년 PHMG를 호주에 수출하며 현지법에 따라 제품의 독성 정보를 호주 정부에 제공했다.
호주 정부는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냈는데 여기에는 "PHMG는 흡입 독성이 있으며 상온에서 분말 형태로 존재하는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명시돼 있다.
SK케미칼도 비슷한 시기 PHMG를 공급하면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취급설명서)에 '먹거나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를 삽입했다. 최소한 10여년 전부터 PHMG가 가습기살균제 용도로는 부적합하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제조사 중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의 유해성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보고서의 토대가 된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교수와 연구진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실험 결과 중 특정 내용을 선별·편집하거나 실제 결과와 다르게 보고서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면밀히 분석 중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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