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잠'..새내기에겐 로망, 헌내기는 민망

김주현 기자 2016. 3. 22. 0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 새내기생활백서]<2>'과잠'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편집자주] 3월 개강과 함께 캠퍼스에 입성해 '설렘 설렘'하고 있을 16학번 신입생들. "대학생 되면 살 빠진다", "이성친구 생긴다"는 감언이설에 꽃다운 10대를 바쳤지만 눈 앞에는 '헉' 소리 나오는 등록금과 생활비, 높아만 보이는 취업 문턱 뿐. '운명 같은 사랑'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할 팍팍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희망찬 내일을 그리는 '대책 없는' 낭만은 새내기들만의 전유물. 머니투데이는 '현명한 16학번'을 위해 맘 속에 새겨야 할 새내기 '꿀 팁'을 풀어놓을 생각이다.

[[2016 새내기생활백서]<2>'과잠'을 아시나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합동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연세대

#. '금요일까지 6만5000원 OOO-OOOO-OOO계좌로 입금해주세요' 새내기 대학생 정모씨(19·여)는 며칠전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신입생 '과잠'(학교 단체 야구잠바) 신청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입고 싶었던 과잠이었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대학생의 '로망' 이라는 생각에 신청을 서둘렀다.

#.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4학년 황모씨(24)는 올해도 개강과 함께 과잠을 꺼내 들었다. 매일 2호선으로 통학을 하는 황씨는 가끔 주변 시선이 신경쓰인다. 팔부분에 크게 새겨진 '11'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황씨는 "새내기 때는 '11'학번이라 새겨진 과잠을 입고 뿌듯해 했는데 이젠 움츠러든다"며 "11학번이 어느새 화석학번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3월은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 찬 시기다. 수강신청과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회 등 처음 접하는 대학 문화에 매일이 새롭다. 여기에 '대학생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과잠이 빠질 수 없다.

◇16학번 "대학생의 로망"vs. 10학번 "취업 실패 인증?"=벌써부터 지하철과 대학가에는 '16'이 새겨진 과잠 무리들이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16학번' 과잠을 입고 찍은 사진이 적잖이 올라온다.

융합과학공학부 1학년 정모씨(19·여)는 "과잠을 받아 입고나니 진짜 대학생이된 기분"이라며 "학교 행사마다 과잠을 입기 때문에 소속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내기에게 과잠은 설렘 그 자체다. 반면 '헌내기'라고 불리는 고학번들에게 과잠은 또다른 의미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를 오래 다니는 '화석 학번'이라는 낙인 같아서다.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11학번인데 과잠 입고 다녀도 될까요', '10학번이라 과잠입고 지하철 타기가 부담스러워요' 등과 같은 재학생들의 푸념도 줄을 잇는다.

9학기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10학번 이모씨는 "신입생 때는 학번 새기지 말라는 선배 조언이 와 닿지 않았다"며 "막상 취업도 못하고 학교를 오래다니고 있으니 뒤늦은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학번이 적힌 과잠을 입자니 '아직 취업 못하고 학교다니는거야?' 같은 시선에 움츠러든다는 얘기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잠은 학교와 학과를 드러내는 이름표와 같다"며 "신입생들의 경우 학교에 대한 선망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학번이 되면 이같은 선망이 약해지고 그 안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며 "굳이 과잠을 통해 학교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만원~6만5000원, 비싸다는 원성에 '학벌주의' 비난도=대부분 학교에서 과잠 가격은 5만원정도다. 비싸게는 6만5000원에 판매된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끊이지 않지만 '남들 다 사는데'라며 신입생 대다수가 과잠을 구입한다.

일반적으로 과잠은 인조가죽과 멜턴 재질로 제작된다. 6만5000원에 과잠을 구입한 정씨는 "다른 학교와 재질도 같고 디자인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단체로 구입하는 만큼 더 저렴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실용성에 대비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과잠이 아닌 다른 겉옷을 사더라도 5만원 이상은 든다는 이유에서다. 대학교 3학년 김모씨(21)는 "시험기간에는 1주일에 3일은 과잠을 입기 때문에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며 "다른 일반 옷을 사더라도 5만원은 줘야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명문대에서 시작된 과잠 문화가 학벌주의 산물이라는 비난도 꾸준히 제기되지만, 하나의 대학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업체에 따르면 3월 과잠 주문량은 비수기에 비해 10배 정도다. 대학도 학과도 다양하다. 과잠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최근에는 유행하는 항공점퍼 스타일로 과잠을 맞추는 학과도 늘었다.

김상문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잠은 다른사람과 구별을 통해 정체성 자부심을 확립하고자 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과잠의 확산은 서열화에 대한 저항으로도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16학번 새내기 용어설명*헌내기=새내기의 반대말. 1학년을 새내기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해 2·3·4학년 등을 일컫는 말. 신입생들에게 집중되는 선배들의 사랑과 관심에서 벗어난 재학생들이 '더이상 새내기가 아닌 헌내기'라는 자조적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반대말] 새내기, 신입생 [유의어] 재학생 [예문] "이제 헌내기라 신입생들 밥 사줘야해요."

*화석 학번=입학한 지 4년이 훌쩍 지난 고학번을 일컫는 말. 16학번이 등장한 지금 학번에 '0'이 들어가면 조상 학번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반대말] 16학번 [유의어] 조상 학번 [예문] "화석 학번이라 동기들은 다 졸업하고 없어요."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