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와 경제]③ 커피전문점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인디 커피 패스포트'

신혜경 전 동원과학기술대 커피산업과 교수 2016. 3. 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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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커피 패스포트 행사 때 사용하는 ‘패스포트'.
골목 안쪽에 있어 찾기 어려웠던 라콜롬베(La colombe) 커피전문점의 전경
라콜롬베에서 받은 게이샤가 담긴 커피잔
TDS 를 사용하여 전문커피점만의 특색을 만들어내는 커피숍 ‘Wydown’ 내부 모습.
전문커피점 옆에 있어 상생하는 머핀가게 “Baked and wired”

2010년 캐나다의 토론토시에서 시작한 ‘인디 커피 패스포트'(Indie Coffee Passport: ICP)라는 이벤트가 있다. 새로 문을 열었거나 오래된 개인 커피전문점을 소개하고 재방문하게 만들자는 의도로 시작하였다. 대략 20달러 내외의 금액을 내고 ICP를 구입하면 행사에 참가한 20여개 안팎의 커피전문점에서 원하는 커피를 한잔씩 맛볼 수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캐나다의 대학 교수였던 리차드(Richard)와 변호사였던 아드리엔(Adrienne)에 의해 최초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캐나다 및 미국의 여러 도시에 퍼져 캐나다의 오타와, 몬트리올, 프랜카이스 잉글리쉬, 미국의 버몬트, 시카고, 이스트베이, 워싱턴디씨에서 열리고 있다. 워싱턴디씨의 ICP는 워싱턴디씨의 거주자인 스테파니 루니에스키(Stephanie Lunieski)가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디씨의 ICP는 2015년 12월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7개월 동안 진행된다.

올 2월 워싱턴디씨 ICP 이벤트에 참여해 보았다. ICP를 20달러(세금 별도)에 구입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커피전문점은 17곳이었다. 많은 카페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곳만 소개한다면 먼저 포터스 하우스(Potter’s House)를 꼽고 싶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향이 커피향과 어우러져 코를 즐겁게 했다. 넓은 가게에는 이미 앉을 자리가 없었다. 싱글오리진의 스페셜티 커피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매장 점원은 그 중에서 올해 선보인 브룬디 커피가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하였다.

두번째로 인상 깊었던 카페는 골목 안에 있어 찾기 어려웠던 라콜롬베(La colombe)다. 뉴욕, 시카고, 보스턴에 체인점이 있는 이 카페는 필라델피아에서 자체 로스팅한다. 작년 이 지역 바리스타 대회에서 입상한 게이샤(Geisha)를 예쁜 찻잔에 담아 주었다.

20g의 커피가루에 320ml 물을 이용하여 3분 동안 침지(浸漬: 적시어 담가두는 행위)하여 우려내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특히, 커피마다 가진 고유의 특성을 충분히 발현시키려고 볶는 정도와 그 추출법을 달리 적용한다고 한다.

워싱턴디씨 ICP 행사에 참가하여 카페들을 돌아보니 카페 운영에서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어디서나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하여 특별히 관리하는 소규모 농장인 마이크로 랏(Micro lot)에서 수확한 높은 등급의 그린커피들을 직접 로스팅한 커피, 미국 전역에서 이름나 있는 스텀타운(Stumptown), 하트(Heart), 카운트컬쳐(Count Culture) 같은 원두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는 폴오버(pour over) 방식의 추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폴오버 추출방식은 물을 커피가루에 쏟아부으면서 커피액을 추출하는 것이다. 세심한 드립(Drip) 기술이 필요하므로 일반인이 따라하기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가게마다 사용하는 커피의 볶음 정도, 분쇄도, 사용하는 커피의 양, 드리퍼의 종류는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모두 전문적인 추출 기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잔의 커피 속에 남아있는 고형물의 총량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기구인 TDS(Total Dissolved Solids)기기까지 동원하여 실험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향을 창출해 내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TDS는 추출된 커피의 농도를 알아보고 최적의 시점을 찾고자 할 때 사용하는 기기이다.

또, 대체적으로 사용하는 커피원두의 색상이 어둡지(Dark) 않고 쓰지(Bitter) 않았다. 대부분 시티로스트(City Roast)나 풀시티로스트(Full City Rroast) 단계의 중간 볶음(Medium) 정도로 로스팅한 커피였다.

중간 정도의 로스팅은 단맛이 가장 많이 살아있고 밝은 신맛과 약한 쓴맛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게 포인트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이런 포인트를 잘 살려서 풍성한 단맛과 상큼한 신맛이 잘 발현되도록 훌륭하게 추출된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커피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트렌드는 커피 외의 다른 음료와 먹을거리까지 공유하고 있는 복합적인 메뉴 구성이었다. 직접 만든 먹을거리는 물론 크래프트 맥주까지 커피와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로 수제 맥주라고도 불린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는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커피와 맥주’라는 기획을 미리 공지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최근 커피전문점의 메뉴 구성이 많이 변화되고 있고 커피 문화도 변모하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개인 커피전문점들은 그 장점을 잘 살려 독창성있고 독특한 카페 컨셉으로 운영하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개개인의 독특함을 살려 차별화와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머핀 가게 옆에 전문커피점을 열어 서로 상생하는 경우, 미술품 전시장 옆에 전문 카페를 두어 관람 후 휴식하며 커피를 즐길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 책 판매점 옆에 전문커피점을 두어 책 읽을 여유를 마련해 주는 경우, 수제로 만든 독특한 맛의 제과제빵(베이컨 스콘, 해산물 키쉬 등)을 커피와 함께 제공하는 경우 등 눈길 가는 곳이 많았다.

개인 커피전문점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ICP 이벤트 자체도 한국에서 시도해 볼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커피의 진정한 맛을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커피전문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경쟁도 필요하지만 서로 협력하고 공생하며 시장을 키우는 것이 커피전문점 운영에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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