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승 교수 "알파고는 '어린 이세돌'..학습속도 놀라워"
[앵커]
186수 끝 이세돌 9단의 불계패. 알파고 개발자는 알파고의 승리를 '달 착륙'에 비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사람 대표, 이세돌 9단을 응원해 온 팬들이 받은 충격도 크죠. 이번 대국이 갖는 의미를 뇌과학자와 함께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러분께 친숙한 분이죠.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께서 와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안녕하세요.]
[앵커]
오시기 전에 제가 잠깐 들었는데 대전에서부터 오셨다면서요.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네, 그렇습니다.]
[앵커]
저와의 대담을 위해서.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네, 즐거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이세돌의 패배는 충격적이지만 사실은 승패보다도 의미 있는 역사적 순간이니까요.]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대전에서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얼핏 그 생각을 했습니다. AI도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 고맙습니다. 달 착륙에 비견된다,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일견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7년에 체스 챔피언을 IBM의 딥블루가 이긴 사건하고는 좀 다른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위대한 역사일 수 있습니다.]
[앵커]
경우의 수가 수도 없이 훨씬 더 많다고 하니까요.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그때는 정말 컴퓨터가 컴퓨팅, 계산을 인간보다 더 잘하는구나, 이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라면 이번에는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 또한 인간을 앞지르고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죠.]
[앵커]
혹시 바둑은 잘 두십니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동네 하수고요. 그런데 판세 형국을 보거나 수 읽기 정도는 조금 합니다.]
[앵커]
좀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아닙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제 좀 큰 틀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오늘의 사건이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인간사에는 어떤 의미입니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사실 인간이 발명해온 것들이 인간을 앞지르는 일들은 그동안 역사 속으로 항상 있어 왔고요. 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 이후부터 인간의 위치는 계속 낮아져 왔어요. 인간은 동물하고도 특별히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우리가 만든 기계나 인공지능하고도 다를 바가 없거나 혹은 역전당하고 있다라는 의미이기도 한데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능력 중에도 그래도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뭔가 복잡하지만 계산으로는 말할 수 없는 추론을 추상화하는 이런 능력들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아주 고귀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파고는 그 방법을 이용해서 인간 최고의 고수를 이긴 그런 상황이죠.]
[앵커]
정말일까요? 그러니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굉장히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연산에 연산을 거듭해서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컴퓨터가 갖기는 했지만 과연 어떤 직관에 의한 창의성, 창의성은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니냐.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다른 얘기일 수 있고요. 그런데 이제 결국 알파고가 어떤 방식으로 이세돌과 바둑을 두었는지를 이해하는 게 좀 필요하겠죠.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됐는데 하나는 정답이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집을 이렇게 지어놨는데 그 안에다가 돌을 둘 필요는 없겠죠. 여기는 두면 안 된다, 여기서 막 전투를 하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 두면 안 된다 그러니까 적절한 위치에 두어야 하는 착수점을 찾는 것, 이것이 한 방법이고요. 그걸 찾고 나면 그중에서 가장 승률이 높아지는 점이 어디냐를 계산하는 일이 있습니다. 계산은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몬테카를로라는 방법으로 간소화했고 앞에 부분이 이른바 추상화, 추론이라는 방법을 쓴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인간이 어떻게 바둑을 두는지를 쭉 배운 다음에 얘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추상화된 룰을 가지고 있는 바둑을 두는 일을 했는데 그게 마치 인간이 직관이나 추론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물론 흉내 낸 거지만.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거죠.]
[앵커]
이거 너무 나가는 질문인지 모르겠는데요. 직관과 창의를 갖추게 된다면 입력한 거 이외에 자기 자신이 새롭게 창출하는 어떤 수, 그게 꼭 바둑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시 한 번 말하면 전략 이런 것들을 창조적으로 내부에서 재생산할 수 있습니까? 확대 생산하거나?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지금 그렇게 모든 영역에서 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번 바둑의 경우에는 그렇다는 걸 알파고가 보여주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알파고가 지금까지 공부한 기보, 또 함께 연습한 상대들은 이세돌보다 하수잖아요. 그런데 하수들과 두면서 학습한 걸로 고수를 이긴 거잖아요.]
[앵커]
이세돌 9단의 기보를 가지고도 연습했을 가능성이 있죠.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연습했고 사실은 커제라든가 구리라든가 잘 두는 사람들도 뒀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둔 판수는, 그러니까 실제로 전체 공부한 수에 비하면 매우 소수고요. 그리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공부해서 이세돌에게 대응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바둑을 많이 둬서 학습해서 실력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사실은 놀라운 거죠.]
[앵커]
사실 뭐 이 다섯 번의 대국이 몇 대 몇으로 끝날 것 같냐라는 질문은 지루하기도 하고 드리고 싶은 생각은 사실 없는데, 왜 웃으십니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저도 할 마음이 없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그럼 또 여쭤보고 싶은데…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사실은 저는 오히려 이세돌이 진 게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고요.]
[앵커]
처음부터 예상을 하셨나요?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질 거라고까지 생각 안 했지만 고전할 거라고 생각했고 이세돌도 바둑 프로그램과 바둑을 둘 때 긴장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등비등할 거라는 생각은 했죠. 그런데 막상 판을 보니 생각보다 알파고의 실력이 저는 이세돌이 잦은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이길 수도 있었던 판이라는 생각은 들고요. 그렇지만 알파고가 이룬 성취는 놀랍죠.]
[앵커]
그건 뭐 부정할 수 없는 거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질문을 안 드리겠습니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네.]
[앵커]
'누가 이기든 인류가 이긴 것이다'라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굉장히 미묘한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사실 승패와 상관없이 가장 이득을 본 승리자는 구글이죠. 사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구글은 이 모든 상황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에 여론이 이제 이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생기면서 그게 구글까지 넘어올까 봐 사실은 이제 에릭 슈미트가 그런 정치적 발언을 한 거라고 생각은 들고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는 오히려 놀랍게도 사실 알파고는 어린 이세돌이거든요.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지난 몇천 년 혹은 몇만 년간 인간이 연습해야 할 시간 정도의 노력을 사실 몇 달 만에 연습해서 모든 기보를 다 보고 이세돌에게 도전했는데 지금 비등비등하잖아요. 그런 것만 봐도 인간이 놀랍다는 생각은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결국은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통제권까지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직관과 창의성을 갖추기 시작하면 그냥 보통 보는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거지만 그 통제에서 벗어나는 상황은 생각할 수 없을까요? 이건 제가 너무 공상과학 영화를 많이 봤나요?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그러려면 뭔가 자의식이라는 게 있고 인간이 넣어주지 않은 너무나 다른 차원의 어떤 기능들을 필요로 하는데 지금 이 정도 가지고는 그런 걸 논하는 건 조금 과도한 상상이고요. 그렇지만 한 50년쯤 지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거냐, 그것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죠.]
[앵커]
그런가요? 제가 아까 여러 가지 미묘한 생각이 든다고 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게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나는 저희가 어제도 이 부분을 보도해 드리기는 했지만 인공지능이 그냥 쉽게 얘기하면 인간의 노동시장을 대체하는, 실제로 이미 그런 부분이 일정 부분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것이 점차 확대되면서 노동시장이 교란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네,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이 알파고와 이세돌 사건의 연장선상으로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결국은 인공지능의 등장이 제조업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없애왔고 그런데 얘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혹은 추론하고 만약 인간과 대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 능력을 갖게 되면 서비스업에 진출하게 될 텐데 그러면 인간의 노동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겠죠. 그런 면에서는 아마 알파고의 다음 작업, 구글이나 인공지능 연구자의 다음 작업은 인간과 대화하는데 내가 지금 인공지능과 얘기하고 있는 건가, 정말 인간과 얘기하고 있는 건가, 그 구분이 안 되는 상황,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우리가 일자리 대책을 새로 만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일부분에서 사실 일어나고 있잖아요. 스마트폰의 기능도 있지 않습니까? 물어보면 대답하고.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그런 것도 있고. 사실 미국은 114를 기계로 대체했죠.]
[앵커]
아, 이미? 알겠습니다. 대전까지 또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멀리까지.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아닙니다. 즐겁습니다.]
[앵커]
저도 즐거웠습니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 감사합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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