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펙vs아시안스펙, 가격보단 몸에 맞는 골프클럽 선택

김인오 2016. 3. 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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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허성범(36·가명) 씨는 지난해 11월 골프에 입문했다. 3개월 열심히 레슨을 받고 난 후 지난 2월 필드에서 소위 ‘머리’를 올리게 됐다. 자신의 클럽이 아닌 골프장 대여클럽을 사용했더니 방향성과 거리감이 형편 없었다. 180cm에 80kg의 건장한 젊은 골퍼가 사용하기에는 스펙이 맞지 않았던 것. 특히 드라이버 샤프트 강도가 너무 약해 악성 슬라이스가 나왔고, 결국 페어웨이에 한 번 떨어뜨려 보지도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다.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골프샵을 찾았다. 역시 드라이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지인들의 추천대로 ‘미국 제품인데 스티프(S) 샤프트가 꽂힌 드라이버’를 찾았다. 한참 후 샵 관계자는 유명 T사의 드라이버를 권했다. 그런데 샤프트에 스티프가 아닌 레귤러(R) 표시가 선명했다. 생애 첫 라운드의 아픈 기억에 스티프를 다시 요청했지만 ‘시타를 먼저 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개 가까운 볼을 시타하면서 약하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간혹 빗맞기는 했지만 악성 슬라이스도 나오지 않았고, 거리도 만족스러웠다. ‘힘이 좋은 골퍼는 스티프 샤프트를 사용해야 한다’라는 골프 상식이 깨지는 순간. 가격까지 저렴해 구매를 결정하는 데 걸림돌은 전혀 없었다.

허 씨의 사례는 골프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피팅을 받지 않고 완성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많은 초보 골퍼들이 자주 겪는 경험이다. 허 씨가 구매한 제품은 US스펙이다. 골프가 서양에서 시작된 운동이라 서양인들의 근력에 맞게 만들어진, 전 세계 골프 인구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스펙이라 할 수 있다.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시안스펙이 있다. 체력이 왜소하고 근력이 떨어지는 동양인에 맞게 제작된 스펙이다. 따라서 국내 대다수의 골퍼들은 바로 아시안스펙의 제품을 사용한다.

완성품의 경우 US스펙과 아시안스펙의 가장 큰 차이는 샤프트다. 드라이버의 경우 S, SR, R 등 샤프트에 표시된 플렉스는 같지만 실제 강도는 차이가 크다. US스펙이 단단하고 강하기 때문에 아시안스펙 S를 사용했다면 US스펙에서는 SR 또는 R이 맞다. 아이언의 경우에는 무게에서 차이가 난다. 같은 스틸 샤프트라도 아시안스펙은 95g 정도이지만 US스펙은 100g을 훌쩍 넘어가고 120g 초반 제품도 나온다.

제품 길이도 다르다. 유명 C사의 드라이버 기본 샤프트 길이를 비교하면 US스펙은 46인치, 아시안스펙은 45.5인치다. 이 역시 신체의 차이 때문이다. 빠른 헤드스피드로 장타를 보내는 게 목적인 서양 골퍼들에게는 샤프트가 강하면서 길어야 하고, 정타를 중요시하는 동양인들에게는 스위트스포트 비율을 높여야 비거리 손해가 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다. 0.5인치 차이가 커 보이지 않지만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스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키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가격이다. P사의 드라이버는 같은 정품이지만 US스펙이 아시안스펙보다 16만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된다. 대량 생산 라인이 아닌 아시안스펙을 별도로 제작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클럽 선택에 정답은 없다. 가격이 싸다고 몸에 맞지 않은 클럽을 선택하는 것보다 US스펙과 아시안스펙의 차이점을 숙지한 후 여러 제품을 시타한 후 선택하는 게 좋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품을 팔아야 된다’는 얘기다.

자신이 없다면 클럽 피팅을 받는 것도 좋다. 이수봉 골프존마켓 분당점 트루핏 지점장은 “피팅은 골프 실력보다는 변하지 않는 신체 사이즈와 근력 등을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피팅을 받아 몸에 맞는 클럽을 사용하는 게 좋다”며 “피팅 클럽이 완성 클럽보다 비싸다는 것은 오해다. 최근에는 데이타를 직접 보내 클럽을 완성하는 브랜드 피팅이라 완성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inoblu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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