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딱까딱' 그의 손끝에 115명 시민기타리스트가 하나로

2016. 3. 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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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클래식기타연합오케스트라 고석호 지휘자

고석호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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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손 잘 보시고, 아시죠? 다시 한번 하겠습니다.” ‘까딱까딱’ 박자를 타는 손끝에 기타를 든 115명의 시선이 쏠렸다.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부터 그 할머니 할아버지뻘의 60대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른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달리던’ 연주를 멈추고 곡의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2월28일 일요일에도 서울 서강대 연습실에선 ‘클래식기타연합오케스트라’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오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시민예술가’들의 오케스트라 축제인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기획공연 무대에 오른다. 6주간 주말마다 3시간씩 맞춰온 합주 마무리 조율에 여념없는 고석호(45) 지휘자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15살 기타 잡은 뒤 30년 늘사랑
사회인 ‘기타앙상블’ 8년 이끌다가
‘콰르텟 중주단’ 꾸려 연주 활동



작년 15개 클래식기타 단체 ‘연합’
5일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참가
‘초등생부터 60대까지’ 합주단 지휘

클래식기타연합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말 고양기타앙상블의 김성균(56) 단장 주도로 클래식기타 단체 15곳이 참여해 결성했다.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3월 시즌 축제’(3~13일)는 시민 오케스트라 100여개 팀 중 최종 선정된 12개 팀의 정기공연과 생활예술음악인협회(KOAMA)의 기획공연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올해 처음 참가하는 기타오케스트라 등 3개 팀이 펼치는 기획공연은 축제의 꽃이다. 세종문화회관이 3년째 선뜻 이 공연에 무대를 내준 것은 ‘클래식음악을 하는 대중이 있어야 클래식이 살아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월28일 일요일 서울 서강대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클래식기타연합오케스트라’.

“대여섯 차례 연습만으로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오리라 기대를 안 했는데, 잘 따라왔어요. 속도나 악상 면에서 빠지지 않는 수준의 연주입니다. 아마추어지만 다들 합주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죠.” 곡의 맥을 잘 짚고 위트도 넘치는 덕장으로 평가받는 고 지휘자는 “지휘자에게 115명은 하나의 ‘큰 악기’다. 큰 악기가 잘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기타오케스트라 참가자들은 40년 역사를 지닌 성인 합주단 ‘메아리’와 기타 마니아 산실인 대학 동아리, 경기도지사상을 받은 초등생 합주단, 고양 청소년 합주단 등의 활동을 통해 크고 작은 무대에 섰던 이들이다. 김성균 단장은 준엽·준서 두 아들과 나란히 무대에 선다. 고3인 큰아들 준엽군은 “공부 못하는 건 봐줘도 기타 못 치는 건 안 봐준” 아빠 선생님에게 10년간 맵차게 배운 기타인이다. 1파트를 맡은 이정화(42)씨는 고교 시절 중주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느라 십수년간 기타를 접었다가 3년 전부터 ‘메아리’ 활동을 하며 다시 꿈을 펴고 있다.

지휘자 고씨는 “30년 동안 기타를 놓은 적이 없는” 기타 마니아다. 카톡창 문구가 ‘늘 기타리스트’다. 열다섯에 기타를 잡은 그는 부산대 재학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기타에 푹 빠져 살았다. 1995년엔 전국 대학생중주콩쿠르에 나가 금상을 차지했다. 그 인연으로 아이티(IT) 회사를 운영하던 중에 심사위원이던 이성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클래식기타학과)를 98년부터 2년간 사사했다. “어려운 기교 완성의 성취감은 금방 싫증 났어요. 기타가 음악 도구란 걸 알게 되면서 기타를 놓지 않고 즐겁게 치게 됐죠.” 그는 기타 레슨 때 잘 치는 방법보다 즐겁게 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기타를 누구나 쳐보지만 또 쉽게 접는 이유는 기타를 음악을 위한 악기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타와 친해지고 음악과도 친해져야 하죠.” 음악과 친해지면 기타만큼 매력 있는 악기는 없다고 말한다. “기타는 선율과 반주, 베이스가 동시에 가능하죠. 그런 악기는 기타 말고는 들고 다닐 수 없는 피아노밖에 없어요.”

3년 전 그의 기타인생에도 위기가 있었다. 현악기를 오래 연주한 사람에게 생기는 오른손 넷째 손가락 이상이 온 것이다. “손가락이 고장 나면 치명적이죠. 기타를 처음 배우던 시절로 돌아가 긴장과 이완의 테크닉을 새로 배웠어요.” 허원경 기타리스트에게 일대일 레슨을 받고 나서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고씨는 2008년부터 사회인 기타 동호회인 알음기타앙상블 단장으로 모임을 8년간 이끌다 지금은 ‘기네스’라는 콰르텟 중주단을 결성해 짬짬이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운영하던 아이티 회사를 접고 수제기타 판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5일 공연은 서울시민오케스트라가 ‘축제 서곡’으로 문을 열고 두번째 순서로 기타오케스트라가 올라 ‘페르시아 시장에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라데츠키 행진곡’을 합주한다. 2부에는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창단공연에 이어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합동무대가 펼쳐진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도입부에 기타줄을 꼬아 북소리를 내볼까 했는데, 연습 시간이 부족해 생각만으로 그쳤어요. 독주곡인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합주곡 연주인 만큼 차별성을 고민했습니다. 독주로 시작한 뒤 곡 중간중간에 독주를 삽입하니 아련한 느낌이 살아났어요.”

기타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번 연주를 끝내고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김성균 단장은 “내년에도 연주회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 연말에 단원들을 새로 모집하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글·사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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