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트레킹 | 바다백리길] 남녘의 섬엔 벌써 제비꽃 쪽빛바다 사이 개나리도 '활짝'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2016. 2. 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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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 연대도·매물도 걸어.. 겨울에 에너지 비축하는 맹자의 '存夜氣' 떠올라

얼마 전 타계한 시대의 양심 신영복 선생이 언젠가 길 ‘道’ 자의 의미를 풀이한 적이 있다. 받침 ‘?(착)’은?(착)과 같은 뜻이다. 사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쉬엄쉬엄 걸어가는 모양이며, ‘首(수)’는 머리, 즉 사람의 생각을 의미한다. 따라서 ‘길’이란 곧 사람이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길을 걷는 행위를 흔히 트레킹이라 한다. 결국 생각하면서 계속 걷는 행위를 트레킹이라는 것이다.

[월간산]한려해상의 쪽빛바다를 배경으로 매물도 해품길을 걸으며 장군봉을 향해 가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을 되돌아보며 잘잘못을 따져본다. 자신의 무엇을 되돌아볼까? 자신의 문제점과 고민 등을 하나씩 곰곰이 돌이켜본다. 곰곰이 되새겨 보는 행위는 길을 걸으면서 자신과 소통한다는 의미다. 자신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길을 걷는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길은 통로 자체인 동시에 자신과 소통하고, 나아가 자연과 소통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인 것이다.

겨울치고는 의외로 따뜻한 날의 연속이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봄소식이 완연하다. 맹자는 밤기운을 길러 성품을 보존한다는 의미로 ‘존야기(存夜氣)’를 말했다. 밤에 온전히 기운을 보충해야 다음날 더 맑은 정신과 충일한 몸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정기신(精氣神)으로 우리 몸을 지탱한다고 여겼다. 몸을 만드는 건 정(精)이고, 몸을 지탱하는 건 기운(氣)이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의지는 신(神)이다. 하루를 끝낸 밤에 온전히 기운을 보충하고 생기를 돋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게 맹자의 존야기다. 나아가 만물은 낮에 자라는 것 같으나 밤에 자라는 것이요, 봄에 자라는 것 같으나 겨울에 자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삭막한 겨울에 만물은 생동하기 위한 힘과 기를 보충하고 있다. 봄에 생동하는 줄 알았던 만물이 겨울에 움츠린 채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비축하고 있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 주는 곳이 섬이다. 겨우내 비축해 뒀던 에너지는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게 새순이다.

[월간산]만지도는 국립공원 14번째 명품마을로 지정됨에 따라 해안가를 따라 탐방로를 조성해 놓았다.

남녘의 훈풍을 느끼기 위해서, 겨우내 움츠린 몸을 활짝 펴기 위해, 사방으로 확 뚫린 바다를 보며 시원한 가슴을 느끼기 위해 봄에 섬 트레킹과 산행을 많이 한다. 연중 섬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가 4월과 5월이고, 이어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전남 신안이다. 실제로 1,026개이지만 쉽게 알리기 위해 천사(1004)의 섬으로 상징화했다. 그 다음이 통영이다. 모두 567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100개가 있다. 시인 정지용은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바다는 더 이상 나의 필력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그 시비가 미륵산 중턱에 세워져 있다. 시인 백석은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 바로 통영의 한려해상”이라고 묘사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한국의 통영”이라고 썼다. 한국의 내로라는 시인과 소설가가 통영의 한려해상을 최고의 미사여구로 표현했다.

몇 년 전 국립공원한려해상사무소에서 한려해상에 섬 6개를 연결해 바다백리길을 조성했다. 1구간이 미륵도 달아길, 2구간이 한산도 역사길, 3구간이 비진도 산호길, 4구간이 연대도 지겟길, 5구간이 매물도 해품길, 6구간이 소매물도 등대길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섬 방문객이 배로 늘어났을 정도였다.

[월간산]1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2014년 개통됐다. 2 연대도 지겟길 이정표를 따라 걷고 있다.

당시 한산도와 비진도를 자세히 소개했고, 미륵도는 문화생태탐방로 ‘토영이야~길’로 안내했다. 나머지 연대도 지겟길과 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을 남녘의 따뜻한 기운을 즐길 수 있는 심춘(尋春) 트레킹으로 미리 한 번 가본다.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 차기철·김수정씨가 자연환경해설사 안명덕씨와 함께 연대도를, 김아름·이혜연·이상태씨가 매물도를 안내했다.

연대도

지겟길로 간다. 섬에 지겟길이 있다는 사실은 옛날엔 제법 지게를 지고 오고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연대도(煙臺島)란 지명은 글자에서 알 수 있듯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에서 왜적의 동향을 살피고 알리기 위해 섬 정상인 연대봉(220m)에 봉수대를 설치한 데서 비롯됐다.

[월간산]1 한 어부가 만지도 해안가에 서식하는 연체 바다동물인 군소를 들어 보이고 있다. 2 만지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심바위. 배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촬영했다.

연대도에는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사적 제335호로 지정된 패총이 발견됐다. 신석기와 철기,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어 현재 밭으로 사용하는 7개 층에 각 시대에 해당하는 다양한 유물이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유물은 진주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연대도의 역사는 그만큼 오래됐다.

조선 숙종 44년(1718)에 섬 주민에게 슬픈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다. 연대도의 둔전 30여 마지기 땅이 충무공 사당인 충렬사의 사패지로 지정됐다. 사패지란 임금이 왕족이나 공신 등 나라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공신전 등을 내리면서 그 토지에 대한 지배권을 문서로 보증해 준 땅이다. 사패지인 연대도에서 나오는 곡식으로 충무공 제사 비용을 충당하게 했으니 주민들은 모두 충렬사의 소작인이 된 것이다. 300석 보리농사를 짓는데 그중 150석을 공출해 갔다.

사패지는 현대에 들어서까지 계속됐다. 1989년에 와서야 사패지가 풀리면서 겨우 주민들은 공시지가대로 땅값을 지불하고 제 땅을 만들 수 있었다. 사패지로 지정된 연유는 섬에 그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연대도 주변 바다에는 전복, 소라, 해삼 등이 지천이었다. 해마다 서른 명이 넘는 제주도 해녀들이 들어와 물질하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돈이 넘쳐 ‘돈섬’이라고까지 불렸다.

[월간산]1 연대도 지겟길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만든 에코체험센터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2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이 솜털 마냥 앞에 있다.

연대도 곳곳에 패시브하우스 ‘에코아일랜드’

‘돈섬’ 연대도는 지금 에코아일랜드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섬 개발광풍이 몰아쳤지만 연대도는 사패지로 묶여 있었던 덕분에 개발업자들의 투기가 발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연대도 승강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저 멀리 태양광발전소와 바로 앞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코아일랜드 비지터센터. 조그만 섬 전체가 친환경섬으로 무장했다. 태양광발전소 건립 후 마을 주민들이 매월 3만~4만 원씩 부담하던 전기료가 월 2,000~3,000원으로 줄었다. 마을회관으로 다가가니 ‘패시브하우스’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는 수동적인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 집(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액티브하우스가 태양열 등 외부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집안 열의 유출을 억제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다.

[월간산]1 매물도 해품길을 걷다 잠시 쉬고 있다. 뒤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희미하게 보인다. 2 매물도 해품길 게이트를 지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친환경에너지 건물이다. 연대도에 마을회관, 경로당, 비지터센터, 에코체험센터 총 4개의 건물이 패시브하우스로 건립됐다. 한국 패시브건축협회는 기름을 연간 1리터 미만을 사용하는 건물에만 인증서를 준다. 이 4개의 건물들이 전부 패시브하우스 인증서를 받았다.

쪽빛바다와 어울린 연대도는 에코아일랜드란 별칭답게 친환경 생태환경이 매우 좋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참매, 멸종위기종인 구렁이, 금개구리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육지가 멀지 않아 멧돼지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린 문패도 눈길을 끈다. ‘웃는 얼굴이 선한 홍종균 할부지댁, 낚시 어부로 볼락, 참치, 농어 등을 잘 잡으시고 낚싯배도 운영하십니다’, ‘연대도에서 가장 똑똑한 천성금 할머니댁, 한글도 잘 쓰고 읽으시고, 게다가 이쁘기도 하십니다’. 다른 섬, 아니 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문패가 문 옆에 붙어 있다. 길을 걸으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간산]1 매물도 해품길에 활짝 핀 동백꽃 옆으로 걷고 있다. 2 매물도 해품길 동백 숲길을 걷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를 지나 마을을 거쳐 산으로 오른다. 양귀비밭이 나온다. 5월엔 보라색 꽃을 활짝 피워 섬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 옆에는 소나무방풍림이 있다. 그 아래는 조그만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가족단위로 오붓하게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해수욕장이다. 실제로 그러하다고 한다.

섬에는 의외로 동백나무가 적다. 남해의 어느 섬에든 동백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으나 연대도는 넝쿨식물이 더 많다. 여름엔 밀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히려 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공단 직원 차기철씨는 “여름엔 햇빛을 거의 안 보고 걸을 수 있는 섬이 연대도”라고 연대도의 특징을 귀띔한다. 군락을 이룬 거제물봉선, 멸종위기식물 백양더부살이 등도 보인다.

따뜻한 날씨라 그런지 벌써 꽃을 피운 야생화가 있다. 북쪽에서 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 파릇파릇한 잎들을 간직하고 있다. 더러는 꽃을 피워 뽐내기도 한다. 3월에 피는 제비꽃과 개나리도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겨울이 왔지만 정말 겨울이 아니다. 마침 소동파와 함께 당송 8대가 중의 한 명인 송나라 시인 황정견(호는 산곡)의 시가 떠오른다.

[월간산]1 해품길 전망대에서 장군봉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 해품길 몽돌해수욕장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산은 비었고 사람도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空山無人 水流花開: 공산무인 수류화개)’

이게 아마 맹자의 ‘존야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북바위전망대가 나온다. 바람 심하고 파도가 거칠게 몰아칠 때 밑에 있는 병풍 같은 바위에서 북소리가 난다고 해서 북바위라 명명했다고 한다. 전망대는 바로 그 위에 있어 붙여졌다. 북바위는 쳐다볼 수 없다. 북바위전망대에서는 연화도, 욕지도, 두미도 같은 섬들이 뭉게구름 마냥 바다 가운데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월간산]

동백나무 대신 사스레피나무가 가끔 눈에 띈다.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조금 작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곡전망대가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아담한 섬이다. 몇 년 전 공단 직원들이 오곡도 자원을 파악한 적이 있다. 집은 누구 소유이며, 몇 가구가 살며, 어떤 동식물들이 서식하는지를 일제히 조사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가구주 30% 이상이 서울 강남 거주자라는 거였다.

폐교를 활용한 에코체험센터엔 숙박시설과 식당, 강당, 샤워장 등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시설로 꾸며놓았다. 에코체험시설로는 스카이씽씽, 스카이뱅뱅, 스카이붐붐, 헬스발전기 4종, 자전거노래방, 태양열조리기 등을 갖춰 누구나 쉽게 친환경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대도 지겟길은 연대도선착장~연대마을~몽돌해수욕장~지겟길게이트~북바위전망대~옹달샘~연대봉~다랭이꽃밭~연대도 패총유적지~에코체험센터~연대도선착장~구름다리~만지도~구름다리~연대도선착장까지 이어져, GPS로 총 5.1km에 2시간 36분 걸렸다.

[월간산]

유달리 뱀이 많은 매물도

매물도

통영에서 배로 1시간 40여 분 걸린다. 유인도(島)로는 통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통영 연안의 섬들이 해안으로 몰아치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매물도는 그 역할을 할 섬이 없다. 먼 바다에서 오는 파도를 그대로 받는다. 그래서 연안에 있는 섬들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조금 먼 섬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 때문에 간혹 맑은 날씨에 선박운항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파도는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날씨가 좋더라도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선박운항을 안 한다.

새벽부터 바람 때문에 곡절을 겪고 매물도로 향했다. 파도가 제법 세다. 배가 파도 따라 일렁인다.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가만히 누워서 꼼짝도 않는다. 파도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린다. 제발 빨리 정박해서 육지를 밟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배를 탄 2시간가량은 지옥 같다.

드디어 매물도 선착장이다. 매물도란 지명부터 궁금하다. 조선 초기에는 한자로 ‘매매도(每每島)’, 후기에는 ‘매미도(每味島)’, ‘매물도(每勿島)’로 표기했다.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옛날 매물(메밀의 경상도 방언)을 많이 경작했던 섬이라 매물도라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이 섬의 형상이 장군이 타는 군마를 닮았다고 해서 한자로 말 ‘馬(마)’자와 꼬리 ‘尾(미)’자를 써서 마미도로 불리다가 매물도로 변했다고도 한다.

도착한 선착장은 당금마을. 당금이란 지명도 궁금하다. 당금은 唐錦→唐金→唐今으로 변천했다. ‘唐錦’은 옛날 당나라에서 전래된 귀한 물건이 많았던 지역이라 해서 명명됐고, ‘唐金’은 이 지역에서 한때 금광이 나왔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전한다. ‘唐今’은 이제부터 다시 흥해지라는 의미에서 변했다고 한다. 당금마을 선착장 구판장 아주머니는 “매물도에 100가구가 살 정도로 번성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항, 당금마을 합해서 겨우 20여 가구 산다”고 한다. 아주머니도 육지에서 사는데 어머니 일손을 덜기 위해 왔다고 한다.

섬의 역사는 1810년쯤부터 시작됐다고 전한다. 경남 고성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살았으나 1825년에 흉년과 괴질로 전원 사망했다. 흉년과 전염병으로 하루하루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의 사투리)’고 해서 마을이름이 꼬돌개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어 1869년에 2차 정착민이 들어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섬의 전체적인 윤곽은 장군이 타는 군마를 닮았다 한다. 전쟁에 나가 승리를 거둔 장군이 말의 안장을 풀고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섬 안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으니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봐야 알 것 같다. 그래서 매물도 정상은 장군봉이다. 장군봉 아래 말 조각물이 전시돼 있다.

대충 섬과 마을의 역사를 파악하고 출발한다. 마을 바닥에 파란선을 그어 바다백리길 방향을 가리킨다. 그 선을 따라 간다. 역시 방풍나물이 밭에서 자란다. 섬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방풍나물은 짠 음식을 순화시키는 기능이 있어, 섬사람들이 즐겨 먹는 나물이다. 지금은 웰빙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그 옆엔 보리와 봄동도 자라고 있다.

공단 직원 이상태씨는 “매물도에는 유달리 뱀이 많다”고 말한다. 봄에 점검 나왔다가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뱀 한 마리씩 봤을 정도라고 한다. 여하튼 뱀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여담으로 사람이 독사에 물려 죽을 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는 해외뉴스를 본 적이 있다. 뱀은 인기척이 나면 먼저 피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해금강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그 길로 내려와 장군봉으로 향한다. 많은 산악회 리본이 걸려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가는 중간중간에 흑염소가 특유의 소리로 손님을 반긴다. 매물도에는 흑염소 개체가 부쩍 늘어나 농작물을 마구 해친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있을 때 먹고 살기 위해 방목한 흑염소들이 이제 노인들만 남게 되자 통제가 안 된다고 한다. 공단에서 그물로 놓아 잡으면 바로 묶어 놓는다.

몽돌해변을 지나 해를 품는 듯한 능선길로 접어든다. 매물도를 덮고 있는 나무는 전부 동백이다. 키가 크지는 않지만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봉오리가 곧 터뜨릴 듯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일부는 꽃을 피웠다. 동백숲 터널을 지나자 대나무숲터널이 나온다. 다시 동백숲 군락지다.

동백들은 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키 큰 다른 목본식물이 없다. 마치 설악산 대청봉 바로 아래 거친 바람에 살아남기 위해 키가 1m 남짓만 자라는 눈잣나무 마냥 육지에 붙어 있는 듯하다.

당금마을전망대를 지나 장군봉(210m)에 이른다. 장군봉에는 선유도, 욕지도, 사량도, 거제도, 남해도가 한눈에 보인다. 날씨가 맑을 때는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장군봉전망대 옆에 바위굴이 있다. 이 굴은 일제의 포진지로 만들어졌다. 포진지 공사에는 충청도에서 끌려온 광부와 매물도의 당금, 대항, 소매물도의 주민들이 강제 동원됐다. 이들이 바위굴을 뚫고 대피소를 만들었다. 바위굴이 바로 그 대피소였던 것이다. 일제의 패망 후 포진지는 없어졌고, 그 흔적만 지금 전하고 있다. 장군봉 정상 레이더기지는 한때 해군이 사용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욕지도로 부대를 옮겼다. 통신회사 기지국이 들어서 있다.

장군봉에는 인근 소매물도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있다. 장군봉에서 대항마을로 내려간다. 약간 가파르다. 반대 사면이라 바람을 막아 주는 듯 엄청나게 키 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키가 5m는 족히 되지 싶다.

대항마을이 바로 아래 보이자 완만하게 길이 이어진다. 대항마을은 원래 이름이 한목이다. 큰(大) 목(項)이라는 의미다. 한목의 한자 지명이 대항인 것이다. 대항마을 뒤로 두 개의 큰 산이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산등성이의 잘록한 목에서 마을이 형성되어 한목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대항마을은 집들이 전부 펜션형 주택이다. 현재 대항마을은 22가구 50여 명이 산다고 한다. 매물도에는 전부 민박이나 펜션을 운영하기 때문에 식당이 따로 없다. 이 마을은 범죄가 없고, 의외로 물이 풍부하다. 자연 먹거리도 많다. 싱싱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종으로 밥상은 항상 진수성찬이라고 자랑한다.

어느 덧 다시 원점회귀로 돌아왔다. 당금마을 선착장에 다 왔다. 매물도 해품길은 당금마을 선착장~마을 골목길~매물도발전소~해금강전망대~폐교(한산초교 분교)~매물도 해품길게이트~동백터널~대숲터널~홍도 전망대~장군봉~포진지~동백나무 군락지~대항마을~~당금마을 선착장까지 GPS로 총 5km로, 2시간 40분 걸렸다.

밀수 감시역사 한눈에 보는 관세역사관

소매물도

 매물도 바로 옆에 있다. 국내 섬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명승 제18호로 지정돼 있다. 매년 30만 명 내외 방문하고 있으나 지난 2년간은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때문에 방문객이 20만 명에 못미쳤다. 소매물도는 매물도 옆에 작은 섬이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일종의 형제섬인 셈이다.

소매물도엔 옛날 중국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신하 서불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그 글씨가 남아 있다고 하나 그 석각을 본 사람은 아직 없다. 서복이 남긴 ‘서불과차(徐市過此·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와 남매바위, 촛대바위, 병풍바위, 글씽이굴 등 있다고 전한다. 영화 ‘파랑주의보’와 각종 CF, 광고에 나오는 장면 상당 부분이 소매물도 등대섬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유명해졌다.

소매물도는 등대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등대섬 건너는 길은 하루 두 번 ‘모세의 바닷길’과 같이 열린다. 소매물도 선착장에 내리면 해산물 판매장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풍부한 해산물을 맘껏 맛볼 수 있다. 가파른 마을길로 접어들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가파른 길은 정상 망태봉(152m)까지 질러간다.

능선 위로 올라서면 후박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바로 앞에는 소매물도관세역사관이 있다. 남해안 일대 밀수가 성행함에 따라 1978년 소매물도 정상에 감시초소를 설치했다. 10년간 운영하다 자연스럽게 줄어든 밀수로 1987년 폐쇄됐다. 20여 년간 방치되어 오던 초소를 지난 2011년 10월 관세역사관으로 리모델링해서 개관했다.

망태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다. 망태봉 정상에서는 바로 앞 등대섬이 뛰어내려도 될 듯 눈앞에 있다. 등대섬과 소매물도는 신비의 바닷길로 연결된다. 하루에 두 번 열리는 열목개, 그 길이다. 등대는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세워졌다. 대마도와의 거리가 불과 37마일이다.

소매물도에 우스개 얘기가 있다. 공단 직원이 해양자원조사를 하러 스쿠버다이빙으로 매물도와 소매물도 앞바다에 들어갔다. 잠시 나와서 육지의 동료 직원과 통화를 몇 차례 했다. 나중 전화비 청구서에 해외로밍 사용료가 나왔다. 이게 뭔가 싶었다. 날짜는 소매물도 앞바다에서 작업하던 그때였다. 매물도 앞바다에서는 휴대폰 통화가 실제 일본으로 잡힌다고 한다.

등대섬에서는 갔던 길로 그대로 다시 돌아오면 되는 외길이다. 소매물도 등대길은 선착장에서 후박나무군락지~관세역사박물관~망태봉(전망대)~등대섬까지 편도 약 3.1km로 왕복 6km남짓 된다. 약 3시간 30분 걸린다.

바다백리길 방문객은 한산도가 가장 많아

14번째 명품마을 만지도,

연대도와 구름다리 연결 후 방문객 늘어

바다백리길 6개 구간 중 어느 섬에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을까? 한려해상의 섬들은 대체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섬들이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섬은 비진도와 욕지도 등이다. 욕지도는 바다백리길 구간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집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한산도와 비진도, 매물도, 연대도 등 바다백리길 구간이 포함된 구간은 집계기로 방문객 통계를 국립공원에서 산출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2015년 6개 섬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은 섬은 한산도였다. 한산도가 25만5,164명이었다. 미륵도 달아공원엔 41만여 명이 찾았으나 연육교가 연결돼, 사실상 섬이라고 할 수 없다. 이어 소매물도 15만3,702명, 연대도 11만7,421명, 매물도 6만8,235명, 비진도 4만116명 등이었다. 하지만 2014년도엔 미륵도를 포함해서도 한산도가 38만9,83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미륵도가 29만6,047명, 소매물도가 18만7,891명, 매물도가 7만3,177명, 비진도가 7만3,422명, 연대도가 5만1046명순이었다. 따라서 이 6개 섬 방문객을 합치면 연간 바다백리길을 찾는 사람이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국립공원에서는 한려해상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섬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특산물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만든 사업이 명품마을이다. 2020년까지 전국 18개 마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태관광과 마을기업을 지향하는 복합형과 특산품개발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을 지향하는 마을기업형의 2종류로 특화하고 있다. 현재 14개가 지정돼 있다.

이번에 명품마을로 지정된 곳은 에코아일랜드인 연대도와 구름다리로 연결된 ‘만지도’다. 만지도는 독특한 섬 이름으로 방문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만지도를 방문하는 사람은 섬에 발을 딛자마자 “뭘 만지란 말이지?”, “만지도란 뜻이 뭐지?” 묻는다. 만지도 섬 둘레 바위가 여성 음부와 닮아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 배를 타고 만지도를 한 바퀴 돌면서 살펴본 여심바위는 영락없는 여성 음부처럼 생겼다. 더욱이 바닷물이 파도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은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찾아가는 길

연대도는 통영 달아선착장에서 하루 4회 왕복운항 한다. 편도 30분 소요. 연대도는 작은 섬이라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만지도와 구름다리가 연결돼 만지도까지 둘러본다면 4시간 남짓 잡으면 된다.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3회 왕복운항 한다. 편도 1시간 40분 소요. 거제 저구항에서는 하루 4회 왕복운항. 소요시간 편도 40여 분. 성수기에는 증편하지만 날씨(바람) 상황에 따라 운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영에서 유인도의 마지막 섬이라 연안에 있는 섬과는 날씨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반드시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5-3717)이나 매물도해운(거제도 저구항 055-633-0051) 등에 확인하고 떠나야 한다.

숙박(지역번호 055)

연대도는 전복, 물메기, 방풍나물 등 시금치류가 특산물이다. 매물도에는 성게, 돌미역, 벚굴, 우뭇가사리 등도 많이 난다. 연대도는 산양읍주민센터(650-3500)와 에코체험센터(649-2263)에, 매물도와 소매물도에는 한려해상동부사무소(640-2400)나 통영관광안내소(650-4681)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maemuldo.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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