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꺼내 신은 등산화, 자나 깨나 '밑창' 조심

김선희 2016. 2. 26. 17: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등산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렇게 놀랍지도 않은, 덩그러니 남겨진 ‘등산화 밑창’ 사진이 보이시나요?
등산화 밑창이 왜 떨어져 있냐고 되묻는 사람이라면 아직 등산의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는 말이죠.

화창한 12월 겨울 어느 날, 10년도 더 된 등산화를 실로 몇 년 만에 꺼내 들고 바닥에 대고 두들겨 봤습니다. 그냥 신어도 괜찮은가 하는 간단한 검사였는데, 이 등산화는 그 테스트를 무사 통과하고 다음 날 설악산 산행을 위한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 계산을 잘못한 탓에 고속버스를 놓칠세라 무지막지하게 길거리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만 등산화 밑창이 꺾여 밟히더니 보도블록의 냉기가 그대로 발바닥에 전해졌습니다.

급당황 속 멈춰서 본 등산화 밑창은 양쪽 모두 바스러져 말 그대로 가관이었고,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밑창 부스러기는 뛰어온 동선을 따라 흩어져 있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상태가 좀 덜한 쪽은 하나 있던 머리끈으로, 다른 한쪽은 4발 아이젠을 거꾸로 하여 묶어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얀 눈 속을 향해야 할 아이젠 꼬챙이가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라니... 이 같은 모습이 상상이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산화
등산화

△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 버려진 등산화 밑창, 누군가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두 쪽 모두 버리고 간 모양이다.

아무튼, 이 경험과 비교하면 사진 속 등산화 밑창은 참으로 곱고 예쁘게 떨어져 있습니다. 참혹한 경험 후 새로 산 등산화를 번갈아 보니 웃음도 나고, 누군가 경험했을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런 밑창 사고가 산행 전이었을까, 후였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바라건대, 산에 오르기 전이길... 등산화 밑창이 뭔가 조짐을 보이면 아예 떨어져 버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말 그대로 ‘순식간’이기 때문입니다. 등산화 밑창에 이상이 느껴지는 즉시 등산화 끈이나 테이프 등으로 바로 싸매고 하산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산을 더 찾을 봄을 앞두고, 이 같은 굴욕사건을 당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집니다.

“오랜만에 꺼내 신은 등산화, 자나 깨나 ‘밑창’ 조심!!!”

▲ 내구성 강해도 노화에 약해, 수명이 짧은 폴리우레탄 소재

등산화

등산화 밑창 소재나 접착제로 잘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는 쿠션감도 좋고 내구성도 강한 편이지만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폴리우레탄은 가수분해 즉 물과 반응하고 열에도 약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쉽게 부식됩니다. 등산화의 폴리우레탄 중창이 부서지고 떨어져 바닥창과 외피가 분리되는 웃지 못할 상황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폴리우레탄 소재는 관리를 잘해도 수명이 5~7년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월상품으로 등산화를 구입하면 지금 당장 아무리 새것이라 해도 실제 사용 가능한 수명은 몇 년 더 단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등산화도 중요하지만, 좋은 등산화를 제대로 관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 소중합니다.

▲ 애지중지! 등산화 관리법

- 등산화의 탄생일을 알아둡니다.

제조한 지 3년이나 지난 이월상품 등산화도 세월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제조한 지 5년이 넘은 등산화는 자나 깨나 조심해야 합니다.

- 미리미리 하는 등산화 검진은 필수입니다.

등산화 밑창 부분에 균열이 있는지, 긁어봤을 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지, 접착제 등의 색깔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한데요, 이런 위험신호가 있다면 미리 밑창갈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밑창은 두 켤레에 3만원 이상으로 검색됩니다만 등산화 브랜드나 밑창 종류에 따라 가격차가 있습니다(아마도 등산화를 새로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고민이 새로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등산화는 뽀송뽀송한 공간에 보관합니다.

등산화는 물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야외주차시 온도가 급상승할 수 있는 자동차 트렁크도 위험하며,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신발장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해 고이 모셔두는 것이 등산화 장수의 비결입니다.

김선희 건강의학전문기자 sunnyk@mcircle.biz

건강을 위한 첫걸음 - 하이닥
ⓒ ㈜엠서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