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시대] 스마트폰이 대신하는 교실

김노향 기자 2016. 2.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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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성적통지표 가정통신문이 발송됐습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이제는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사이의 교육이나 의사소통에 IT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같은 반 영희와 철수는 선생님께 칭찬받으면 ‘으쓱’, 잘못하면 ‘머쓱’ 점수를 받는다. 스마트폰 안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돼 점수를 쌓으며 재미도 얻다 보니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긴다.


/사진=임한별 기자

◆지란지교 쿨메신저, 선생님들이 편해졌다

“수학쌤, 우리반 아이들 숙제 다 했어요?”

“예. 두명 빼고 다 해왔던데요.”

“어머, 칭찬해줘야겠네요. 참, 교장쌤 전달사항이에요.
첨부 자료 확인해 주세요.”

교사용 메신저 ‘쿨메신저’에는 하루 35만명의 교사가 접속한다. 대한민국 전체 초·중·고 교사의 70%가량이다. 이 메신저를 개발한 회사는 직원 수 30명의 지란지교컴즈. 1994년 모기업인 지란지교소프트로 창립한 후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중소기업이다.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이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업무 도중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맥주 냉장고와 소파도 눈에 띈다.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는 1996년 충남대학교 전산학과 재학 시절 지란지교소프트에 입사했다. 올해 1월 지란지교소프트로부터 분리해 독립사업을 시작했다.

쿨메신저를 개발한 것은 1998년. 회사 내부적으로 사용하다 이후 일반기업에 판매했다. 학교시장에 진출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선생님들은 학생을 위한 교육 업무 외에 사무, 전산, 보건과 학부모 통신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콘텐츠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죠.”

지란지교의 쿨메신저는 이러한 교사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회의나 자료 인쇄 등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0년 교사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은퇴했다는 김세관씨는 “약 10년 전부터 동료교사 대부분이 쿨메신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의사소통을 위해 직접 만나 회의하고 인쇄물을 주고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메신저로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업무 부담이 줄었다. 다만 기계적으로 대화하고 수업시간에 제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쿨메신저는 현재 전국 7800개 초·중·고교에서 사용 중이다. 전체 1만2000개 학교 중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다.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교사 수가 적어 메신저 사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 타깃은 1만개 학교 정도다.


그동안 여러개의 메신저가 교사들 사이에서 사용됐지만 이처럼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한 제품은 없었다. 연 30만원(학교당)의 유료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쿨메신저는 동료 교사들을 그룹으로 묶어 단체 메시지를 보내거나 자료를 첨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여기까지 봤을 때 기존의 다른 메신저에 비해 특별한 점은 없다.
쿨스쿨 교육박람회. /사진제공=지란지교컴즈

이에 대해 오 대표는 “메신저 사용에 있어 편리성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학교사회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편리함으로 치면 네이트온이나 MSN 등 다른 메신저가 더 완성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쿨메신저의 서버는 교내에 설치돼 문서와 자료의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다.

쿨메신저의 네트워크는 다른 기업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장했다. 쿨메신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쿨메시지(SMS)와 같이 학부모에게 학교 행사를 알리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또 교사 네트워크 서비스(쿨타운), 교내 채팅(쿨챗), 학사일정 기록시스템(쿨노트), 원격제어 프로그램(쿨뷰)도 서비스 중이다. 지란지교컴즈의 ‘쿨서비스’는 교사사회의 페이스북, 카카오톡으로 불린다. 교사가 직접 제작한 교육용 콘텐츠와 저서 등을 공유하고 소풍이나 체육대회 사진 등 수업 외의 커뮤니티로 이용하기도 한다.

오 대표는 “교사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됐는데 교사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페이스북과 카카오톡보다 전용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지란지교컴즈 외에 다우인큐브, 시공미디어 등 여러 기업도 교육용 IT서비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교사용 메신저와 학습자료 제작 및 지원, 채점과 문서의 기술을 포함한 통합플랫폼을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1인 1폰’, 초등학생도 스마트학습


초등학생 중 6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토론하는 초등학생, 칠판 대신 프로젝터를 통해 강의 듣는 대학생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실제로 칠판에 분필로 쓴 글씨를 공책에 받아적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전통적 방식의 교육시스템은 더 이상 학생들의 주의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와 정부는 물론 교육관련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교육의 IT화를 시도하고 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대신 간편하게 사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형 학습도 현실이 됐다. 글로벌기업 삼성전자도 전자칠판을 개발해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학습 체험 기회를 늘리고 있다. 

“전자칠판이 기존 칠판을 대신하고 태블릿PC가 공책을 대신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요. 일부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제공하기도 하죠.”


오진연 대표는 “학생 대상의 교육은 기본이고 교사의 업무, 교사와 학부모 간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스마트기기는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교육의 스마트화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자기통제가 어려운 저학년일수록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거나 학습과 놀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스마트교육을 하면서 개인 스마트폰을 빼앗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이 때문에 스마트기기 통제 기능이 있는 교육시스템이 개발되기도 했다. 고객사인 학교가 교육업체에 학생들의 게임을 차단해 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빈번했다. 수업 중 유용한 앱을 허용하되 게임이나 카카오톡 등 일반 메신저를 차단해달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학생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일체 중단됐다.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사진=임한별 기자


“미래 밝힐 교육솔루션 R&D에 올인”


지란지교컴즈는 앞으로 메신저사업에서 더 나아가 자사의 성공 모델을 자녀 학습관리 시스템과 청소년 정보 보호 등 교육 관련 기술로 다질 방침이다.

오진연 대표는 “일반기업에 대한 매출도 늘릴 계획이지만 교육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란지교컴즈는 해외 진출 확장도 염두에 뒀다. 모기업인 지란지교소프트는 현재 국내 5개, 해외 2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고 미국, 일본, 싱가포르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란지교컴즈 매출은 2013년 42억원, 2014년 36억원, 2015년 21억원으로 감소 추세지만 오 대표는 이에 연연하지 않고 교육솔루션상품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개발에만 한해 8억~9억원을 쓴다. 30명의 직원 중 8명이 개발자다. 오 대표는 “이익 면에서는 마이너스일지 몰라도 연구개발의 투자가치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3년생인 오 대표는 벤처 1세대다. 그에게 어려운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에는 회사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 메신저사업을 접기도 했다. 당시 인턴사원 한명만 남고 구조조정이 이어진 탓에 오 대표는 낮에 학교 선생님을 만나 영업하고 밤에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개발에 몰두했다.

또 한가지 힘든 점은 국내소비자들이 무료 메신저에 익숙하기 때문에 적정한 비용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유료서비스를 판매해 매출을 내고 그 자금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학습이 학생들의 자유토론을 활발하게 하고 교육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교육의 흐름에 변화를 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의 업무 부담이 줄면 교육과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간접적 효과라 할지라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배움에 정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 대표에게는 5살, 1살의 자녀가 있다. 그 또한 자녀 교육에 열광하는 평범한 학부모다. 동시에 그는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냉철히 짚고 교육사업에 대한 집념과 열의를 불태우는 교육기업의 수장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교육 문제가 더 와닿더라고요. 우리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가 아닌가요?”(웃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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