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소설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별세
[경향신문] 소설 <앵무새 죽이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하퍼 리가 19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앨러배마주 지역 인터넷언론인 ‘앨 닷컴’은 이날 “하퍼 리가 숨졌다는 사실을 다수의 지역 인사들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퍼 리는 1926년 몬로빌에서 신문사 소유주이자 변호사였던 아마사 콜맨 리의 4남매 중 막내 딸로 태어났다. 앨라배마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49년 뉴욕에 살면서 항공회사 예약창구 직원으로 일했다. 친구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가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하퍼 리는 1957년 에세이 두 편과 단편소설 세 편을 갖고 J. B. 리핀코트 출판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출판사 편집자는 단편소설 한 편을 장편소설로 개작하라고 권유했고, 이듬해 하퍼 리는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다.
출판사 편집자가 다시 고쳐 쓸 것을 요구하자 하퍼 리는 1959년 원고를 다듬어 <앵무새 죽이기>로 제목을 바꿔 출간했다. 백인여자를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고 고발당한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되자 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전 세계에서 40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앵무새 죽이기>는 1962년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앵무새 죽이기>는 1991년 미국 국회도서관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책' 2위에 올랐고, 하퍼 리는 2007년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앵무새 죽이기>를 출간한 이후 언니의 병 간호를 위해 고향 몬로빌로 돌아온 하퍼 리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언론에는 “죽어도 싫다”는 짤막한 글을 써 보냈다. 2007년 뇌졸중을 앓기도 했던 하퍼 리는 매일 아침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퍼리는 지난해 7월 55년 만에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펴내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앨 닷컴’은 하퍼 리의 장례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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