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가 본 수학적 인문학 세상 '박경미의 수학N'

신효령 2016. 2. 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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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프란체스카는 준정다면체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회화의 원근법에 관하여'를 통해 원근법을 이론화한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인 '그리스도의 책형'은 원근법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현실감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당시의 사람들은 사진과도 같이 사실적인 그림을 보고 공포심까지 느꼈다고 한다. 기하학적 방법론에 의거한 프란체스카의 원근법은 파치올리를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세 전해진다."(109쪽)

"네덜란드의 에스허르는 수학 원리를 작품에 반영한 미술가로 유명하다. 그는 동일한 형태를 빈틈이나 겹침이 없이 반복 배치하여 평면이나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는 테셀레이션을 미술의 한 장르로 정착시켰다. 에스허르는 새, 도마뱀, 나비 등의 동물을 모티브로 평행이동, 대칭이동, 회전이동, 미끄러짐반사의 네 가지 합동변환을 적용시켜 다양한 테셀레이션 작품을 만들었다. 도마뱀의 경우 정육각형을 변형시킨 것으로, 정육각형을 기준으로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과 안으로 들어간 부분의 모양이 합동이다. 에스허르는 이렇게 만들어진 도마뱀을 연속적으로 합동변환시켜 면을 채우고 테셀레이션을 완성하였다."(128~129쪽)

박경미(50)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박경미의 수학N'을 냈다. 인문학적인 세상에 숨어 있는 수학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장에서 3장은 수학과 문학·영화·미술을 융합해 예술적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는다. 4장에서 6장은 수학과 사회·철학·역사를 융합해 인문학적 지식을 함양한다. 역사시대 이전에 상형문자로 쓰인 숫자부터 최근에 개봉한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아스키코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다양한 수학 이야기를 전한다. 또 학교에서 단원별이나 분야별로 나눠 배웠던 수학 지식이 태동하게 된 배경을 고찰, 수학사적으로도 깊이 있는 지식을 논한다.

책의 제목인 '수학N'은 수학을 여러 분야와 연결시키는 '수학 and', 수학을 중심에 놓는 '수학 네트워크(network)', 수학에 대해 서술하고 묘사하는 '수학 내러티브(narrative)', 수학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의 '수학엔', 임의의 정수 n으로 시작하는 수학 증명에서의 '수학 n' 등 다층적인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저자는 "'수학도 구체적인 효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라고 바라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생각을 진전시켜보면 우리는 수학과 함께하는 하루를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수학이 현실 세계 곳곳에 숨어 있을 뿐, 수학이 쓰이지 않는 곳은 없다며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학인지 모르고 경험하는 문학·영화·미술·사회·철학·역사 속에 숨겨진 수학을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오셔 교수는 유체의 형태 변화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등위집합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이 방법은 디즈니나 드림웍스가 애니메이션으로 유체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영화 '타이타닉'의 경우 바닷물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표현되었지만 등위집합 방법을 이용하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해진다. 오셔의 수제자인 스탠퍼드대학의 로널드 페드큐 교수도 이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용의 입에서 불이 나오는 장면, '포세이돈'에서 배가 침몰하는 장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 거센 파도와 포말이 배를 덮치는 장면은 오셔와 페드큐가 개발한 수학적 방법을 이용한 특수효과이다. 특히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는 수학 원리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배우 빌 나이의 얼굴을 생생한 문어 수염을 가진 데비 존스 선장으로 변화시켰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2007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고, 페드큐도 2008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58~59쪽)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링컨 체이피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미국의 도량형을 야드법에서 미터법으로 전환하는 이슈를 제기해 주목받았다. 도량형에서 도는 길이, 양은 부피, 형은 무게를 말하는데, 미국은 길이의 단위로 미터 대신 피트/야드/마일, 부피의 단위로 리터 대신 갤런, 무게의 단위로 킬로그램 대신 온스/파운드를 쓴다. 미국 주유소에서 갤런당 달러로 표시되어 있는 가격을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갤런을 리터로 환산하고(1갤런≒3.78리터), 달러를 원으로 바꾸어서 리터당 원으로 계산해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로, 이 3개국은 도량형에 있어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다."(161쪽)

저자는 "어떤 분야에서건 최고 고수는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이라 한다"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교육의 현실이 워낙 팍팍한지라 '수학'과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함께 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수학과 함께하려면 수학 놀이터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익히는 놀이기구를 타고 체력도 길러야 하지만, 벤치에 앉아 쉬면서 놀이터의 지형을 살펴보고 하늘과 구름과 나무를 바라보며 여유도 가져야 한다. 이 책이 수학 놀이터에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348쪽, 1만4500원, 동아시아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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