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1000번 각오한 무명 10년 정환이가 한 방에 날려줬네요
[경향신문] ㆍ덕선이는 놓쳤지만, 시청자 사로잡은 ‘응팔’ 류준열
류준열(30)은 ‘두 얼굴의 남자’다. 영화 <소셜포비아>(2015)의 ‘BJ 양게’ 역할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16)의 정환 역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하위문화의 전위에 선 양게는 10년 전의 류승범을 연상시키는 ‘양아치’였고, 고등학생 정환은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매력남이었다.
경향신문은 올 초 전문가들의 설문을 통해 대중문화계 활약이 기대되는 스타를 뽑았다. 배우 중에선 류준열이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과 함께 선정됐다. <응답하라 1988> 방영 이후 류준열의 인기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시청자들이 여주인공 덕선의 남편감을 두고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응원할 정도였다. 드라마 종반부에 들어 남편으로 선택되지 않은 류준열의 비중이 줄어들자 드라마의 완성도를 문제 삼는 여론까지 일었다. 당연히 언론의 주목도 뜨겁다. <응답하라 1988> 이후 <꽃보다 청춘>을 찍기 위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까지 다녀온 류준열은 십수일에 걸친 ‘인터뷰 대장정’을 소화 중이다. 류준열을 최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연출이 <소셜포비아>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양게와 정환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가능한가.
“나도 의문이다. 그게 연출자의 통찰력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내게 정환 역을 주실지 몰랐다. 나를 만난 뒤 내게서 아마 ‘작은 정환’을 본 것 아닐까.”
-정환 캐릭터를 구체화시킨 방법은 무엇이었나. 역에 몰입하는 노하우가 있나.
“내가 30살인데, 정환이는 고등학생이다. 난 내가 연기하는 정환이 진짜 고등학생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자 역을 하든, 경찰 역을 하든 진짜 그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목표다.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보기도 한다. 기자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기자도 모르는 기자의 모습이 있다. 그걸 찾아내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신원호 연출이 좋은 연기를 끌어내는 비결은 실제 그 사람의 결과 비슷한 배역을 맡기기 때문이라는 평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응답하라 1988> 이후엔 그만큼의 인기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차기작에 대한 부담을 물어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난 오래 오래 작품을 할 거다. <응답하라 1988>은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기존 작품에는 영향받지 않으려 한다. 좋은 작품이 10편 들어오면, 모두 비슷한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류준열이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꾼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사범대에 진학해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수 시절이었다. 공부하는데 너무나 잠이 왔다. 서서 공부를 하면 깰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 채로 책을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세로 두어 시간을 잠든 뒤였다. 류준열은 깨달았다. “서서 잠들 정도면 공부는 내 적성에 안 맞는구나.” 그날 류준열은 진로를 바꿨다.
류준열은 막연히 자신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에 든 감독이나 배우가 있으면 그의 작품을 줄줄이 찾아보곤 했다. 좋아하는 걸 일로 삼아보면 안될까. 류준열은 배우의 꿈을 키웠다. 배우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연기에 재능은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다. 일단 해보기로 했다.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했고, 합격했고, 학창 시절 수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초등학교에서 뮤지컬 방과후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한순간에 주목받는 스타가 나오는 연예계에서 1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거친 셈이다. 조급하진 않았나.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큰일이 있어도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넘긴다. 남들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내 할 일만 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오디션 1000번쯤 보자. 그 안에 뭐든 되겠지.’”
-배우 생활이 즐겁나.
“재미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작품에서는 날카롭고 무뚝뚝한 인상이었지만, 실제로 만난 류준열은 서글서글하고 사교성이 좋았다. 마주하는 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량한 미소를 줄곧 보여주었다. 촬영 기간 중 동료 배우들과도 금세 친해진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적응을 빨리 잘한다. 남들을 불편하게 하는 걸 안 좋아한다. 내가 좋은 에너지를 주다 보면, 작품과 현장의 사람들에게 적응이 쉽다.”
-‘못생겼는데 잘생겼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절반은 잘생겼다는 말이니 감사하다.(웃음) 시청자들이 <응답하라 1988>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내가 연기로 표현했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무대 인사를 가면 팬을 ‘조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좌중을 휘어잡는다고 하는데.
“관객이든 팬이든 진심을 다하면 그런 반응이 온다. 스쳐지나듯 만나지 못하면 내가 더 아쉽다. 팬을 만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사진 한 장 더 찍고, 사인 하나 더 하고…. 그런 부분에 충실할 뿐이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은 다정하기보다는 툴툴거리는 80년대식 연애 스타일을 보여줬다. 현재에도 통할까.
“스타일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류준열은 상영 중인 <로봇, 소리>에 이어, <섬, 사라진 사람들> <양치기들> <글로리데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도착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더욱 많아질 듯하다.
<글 백승찬·사진 정지윤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한동훈 딸 논문 케냐인이 대신 썼나” 대필 의혹 공세…김민석·한동훈·조국 ‘자녀
- “집에서 피아노 쳤을 뿐인데”···80만 팔로어 사로잡은 16세 피아니스트
- 10% 반등은커녕 ‘역대 최저치’ 경신한 민주당 지지율…돌파구가 안 보인다
- 화웨이 신차 브레이크 밟으니 ‘뚝’ 운전자는 ‘악’···당국은 영상 삭제, 속도 경쟁 경고
- 차에서 내린 취객이 ‘빠직’···또 파손된 김성한 전 해태 타이거즈 선수 조형물, 이번엔 발목
- 청와대 “이 대통령, 어제 골프장서 대구 사고 보고 받아···비공개 일정, 정치적 공방 활용 유
- 홍준표 “비난 각오하고 김부겸 밀었는데, 대구시민 내 진심 몰라줘···TK 몰락 가슴 아프다”
- 서울서 장모 살해 후 배우자 태워 도주…‘존속살해 혐의’ 20대 남성 강원서 체포
- 밥 먹을 때마다 코 푸는 사람, “더럽다”고만 생각했는데…이런 이유 있었네
- 집들이 때 들인 ‘돈나무’ 애지중지 잘 키우다가 앗···갑자기 잎이 노랗게 변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