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의 도시, 일본 삿포로

트래블조선 2016. 2.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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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삼분의 일이 겨울.. 추위와 함께 만들어진 이곳의 풍습과 문화를 만나다

일본 북쪽의 도시, 삿포로의 겨울은 길다. 일 년 중 삼분의 일이 겨울이라는 이곳에서 2월은 아직 겨울이 한창이다. 눈도 무척 많이 내린다. 연평균 적설량이 많게는 6m에 이를 정도인데 그 이유는 겨울철에 오호츠크 해의 찬 공기가 근처의 산에 부딪혀 커다란 눈구름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삿포로 사람들은 긴 겨울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야만 했다. 추위와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이곳의 풍습과 문화에는 고유한 매력과 미학이 있으며, 2월의 삿포로에서 그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동심과 환상의 겨울 도시

삿포로에 눈이 내리면 시내 곳곳이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여행자들도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무렵 삿포로에 온다면 언제든 눈밭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따뜻하고 습기에 강한 옷으로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들처럼 눈밭에 뛰어들고 싶을 때 언제든 바로 몸을 던질 수 있도록 말이다. 포슬포슬한 눈의 감촉과 사각거리는 눈의 소리,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 모든 감각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것은 삿포로의 겨울이 전하는 소소한 선물. 눈의 감촉을 살짝 맛보았다면 이제 삿포로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겨울 액티비티에 차례로 도전해 보자.

첫 번째는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다. 장소는 삿포로 도심 속의 녹지인 나카지마 공원. 겨울에 나카지마 공원이 온통 눈으로 뒤덮이면 산책로는 크로스컨트리 코스로 변한다. 도시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자연 풍경 한가운데서 하얀 눈이 깔린 코스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다 보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맑은 얼음물로 씻어낸듯 상쾌한 기분이 든다.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공원에서 장비를 무료로 대여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두 번째는 간지키라고 불리는 일본 전통 설피를 신고 눈길을 자박자박 걷는 일이다. 이 경험이 남다른 이유는 그 무대가 ‘삿포로 예술의 숲’이기 때문이다. 삿포로 예술의 숲은 삿포로 남쪽에 조성된 대자연 속 예술의 전당으로 특히 야외 미술관이 유명하다. 일본 현대 미술가 후쿠다 시게오의 '의자가 되어 휴식을 취하자', 이스라엘 출신의 아티스트 대니 카라반의 '숨겨진 정원으로의 길' 등 64명의 작가가 제작한 74점의 조각이 탁 트인 자연 속에 전시되어 있다. 작품 대부분을 작가가 이 곳을 직접 방문해 주변 경관과 삿포로의 기후 등에 맞추어 제작해서인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각들이 보이는 표정도 달라진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설원에 첫 발자국을 남긴다는 두근거림 때문일까? 눈 쌓인 겨울의 조각들이 짓는 표정이 한층 생생하게 다가온다.

세 번째는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호텔 아이스 힐즈에서 보내는 하룻밤이다. 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겨울 한정으로 오픈하는 아이스 힐즈 호텔은 삿포로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지만 삿포로 시내에서 셔틀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거대한 이글루를 연상시키는 세 개의 호텔 돔과 리셉션 건물은 온통 눈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피 침구가 깔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방 안 역시 눈과 얼음뿐이지만 의외로 포근하다. 이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마치 북유럽 환상 동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신비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눈과 얼음의 대제전

소박한 눈 놀이에서부터 세련된 얼음 호텔까지 삿포로에는 눈과 얼음을 이용한 즐길 거리가 수없이 많지만 삿포로 눈 축제는 그 중 으뜸이다. 1950년, 이 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이 오도리 공원에 여섯 개의 눈 조각을 만든 것을 계기로 시작된 삿포로 눈 축제는 올해로 67회를 맞았다. 처음에는 약 5만 명의 시민이 모인 로컬 이벤트였으나, 지금은 국내외에서 2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발전했다.

매년 2월 초부터 삿포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눈 축제의 메인 이벤트는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국제 눈 조각 경연대회다. 대형 설상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팀들이 제작한 눈 조각들이 오도리 공원을 따라 전시되고 밤이면 대형 설상을 배경으로 프로젝션 매핑을 이용한 빛의 쇼가 펼쳐진다. 삿포로의 명물 TV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눈 축제의 모습도 근사하다.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오도리 공원 행사장의 눈 조각들과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으로 빛나는 삿포로 시내의 황홀한 야경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스스키노 행사장에서는 크고 작은 얼음 조각이 줄지어 전시되는 얼음 조각 경연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눈 조각 경연대회와 더불어 국내외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대표적인 행사다. 삿포로 최대의 환락가인 스스키노의 밤 거리에 형형색색의 네온이 밝혀지면 이 불빛들이 얼음 조각에 비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오도리 공원 행사장에서 셔틀 버스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츠도무 행사장은 어린이와 함께 온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곳에는 2월 18일까지 거대한 미끄럼틀, 스케이트장과 눈썰매장을 비롯해 눈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의 장이 마련된다.

동계 올림픽 발자취를 찾아서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삿포로를 세계에 알린 또 하나의 행사가 바로 동계 올림픽이다. 1972년 2월, 삿포로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 올림픽 개최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으며 제11회 동계 올림픽 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4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삿포로 동계 올림픽 경기대회의 발자취는 지금도 시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스키 점프 경기의 무대가 되었던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 경기장은 특히 유명하다. 지금도 경기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경기가 없을 때에는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로 활용된다. 리프트를 타고 약 5 분 정도 오르면 해발 307m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삿포로 시내는 물론 멀리 홋카이도 이시카리 만까지 눈에 들어오는 웅대한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탁월한 전망과 낭만적인 분위기 덕분에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 경기장은 세계 최대의 여행 정보 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삿포로 최고의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 삿포로 윈터 스포츠 뮤지엄이 있다. 사진•영상•신문이나 잡지의 기사 등의 자료들은 1972년 대회 당시의 열기를 그대로 전한다. 시뮬레이터를 통해 봅슬레이나 피겨 스케이팅 등 동계 스포츠를 체험할 수도 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전망대에서 맞은 세찬 바람에 차가워진 몸이 제법 따뜻해져 온다. 삿포로 동계 올림픽에 선수와 임원을 포함 단 일곱 명의 선수단이 참여했던 한국이 2018년에 동계 올림픽을 당당히 개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뮤지엄은 우리에게 들러볼 만한 의미가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한다.

삿포로 동계 올림픽의 회전 경기가 열렸던 테이네 스키장은 지금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삿포로 시내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테이네 스키장은 한나절 정도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다. 넓고 코스가 다양해 초보자도 탈 수 있는데다가 일체의 장비와 의복을 스키장에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도 된다.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스키장인만큼 시설도 훌륭하지만, 매일 새로 내린 자연설이 두텁게 쌓인 슬로프야말로 최고의 자산이다. 최상의 설질(雪質)은 삿포로 근교의 어느 스키장을 가든 보장된다.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스키를 즐긴 후에 가장 생각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온천이다. 눈 내린 자연 속에서 온천을 즐긴다니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이 체험은 삿포로에서는 실제로 가능하다. 삿포로에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는 온천이 여러 군데 자리하고 있어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여행과 스포츠로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

모든 온천이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2월이라면 조잔케이 온천도 좋은 선택이다. 삿포로 눈 축제에 즈음하여 조잔케이 온천에서는 ‘유키토우로(雪灯路)’라 불리는 눈 등불 축제가 열린다. 차갑고 맑은 밤 공기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등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온천수에서 즐기는 반신욕은 몸까지 깊숙이 어루만져 준다.

따뜻한 온천의 물이 주는 위안과 더불어 삿포로 사람들이 긴 겨울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는 바로 삿포로의 음식에서도 나온다. 뜨끈한 한 그릇의 미소라멘과 삿포로의 소울푸드 수프카레는 몸은 물론 영혼까지 따뜻하게 덥혀준다. 탱탱한 연어알과 바다 내음 가득한 성게알이 잔뜩 올라간 덮밥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른 아침 수산시장을 찾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부드럽고 농후한 맛이 일품인 홋카이도 명물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하얗고 탐스러운 거품이 오른 생맥주는 어쩐지 눈 오는 날에 더욱 맛있다.

이처럼 눈과 함께 하는 삿포로 사람들의 삶과 지혜를 차례로 경험하는 여행은 봄을 기다리는 여행자의 마음을 다시금 한겨울로 붙들어 매기에 충분하다. 봄을 맞이하기 바쁜 여느 도시들과는 달리, 2월의 삿포로는 여전히 겨울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자연의 뽀얀 속살을 그리워하는 새로운 여행자들을 맞을 채비 중이다.

· 글 : 강지은(여행작가)

· 사진자료 협조 : 홋카이도 관광진흥기구(kr.visit-hokkaido.jp)

삿포로시 관광문화국(www.welcome.city.sapporo.jp)

일본정부관광국(www.welcometojapan.or.kr)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삿포로 매일 2회 운항 / 부산~삿포로 주 5회 운항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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